정통 오리온맨·롯데맨, 제과 1위 두고 자존심 경쟁
정통 오리온맨·롯데맨, 제과 1위 두고 자존심 경쟁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12.0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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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R&D 전문 이승준 선임…제품력 강화 방점
롯데, 그룹 식품군 총괄 이영구 겸임…왕좌탈환 의지
이승준 오리온 한국법인 신임 대표(좌),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 총괄대표 겸 롯데제과 대표(좌). [사진=각 사]
이승준 오리온 한국법인 신임 대표(왼쪽),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 총괄대표 겸 롯데제과 대표(오른쪽). [사진=각 사]

국내 제과업계 톱(Top)2인 오리온과 롯데제과는 연말 임원인사에서 수장이 교체됐다. 오리온은 식품 개발 전문가인 이승준 글로벌연구소장(61·사진 왼쪽), 롯데제과는 그룹 식품사업을 총괄하는 이영구(59·오른쪽) 사장을 대표에 올렸다.

오리온은 제품력, 롯데제과는 실적 개선에 초점을 맞춰 변화를 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리온과 롯데제과는 오랫동안 회사를 이끈 수장을 이번 인사에서 밀어냈다. 이경재 전 오리온 대표는 2015년 9월부터 약 6년간, 민명기 전 롯데제과 대표는 2018년 1월부터 4년여간 경영을 맡았다. 두 전 대표는 각각 회사 자문과 고문으로 경영 일선에서 후퇴한다.

오리온과 롯데제과는 업계 1위를 다투고 있다. 롯데제과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엔 연결기준 매출액 2조930억원으로 제과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닥쳤던 지난해엔 오리온이 역대 최고 매출인 2조2298억원을 달성해 왕좌가 뒤바뀌었다. 올해 3분기 누계 기준으로 롯데제과는 1조5968억원, 오리온은 1조7290억원이다. 

이런 가운데 오리온 한국법인의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된 이승준 사장은 첫 연구원 출신 수장이다. 

이 신임 대표는 1989년 오리온에 입사한 후 상품개발팀장과 중국·한국법인 연구소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글로벌연구소장을 맡아온 정통 ‘오리온맨’이다. 이 신임 대표는 특히 꼬북칩·닥터유 단백질바·마켓오네이처 오!그래놀라 등 오리온의 새로운 히트상품을 잇달아 탄생시키며 식품 개발의 ‘미다스의 손’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리온 ‘제2의 초코파이’로 불리는 꼬북칩의 경우 8년의 개발 기간과 100억원의 투자를 통해 2017년 선보인 네 겹 스낵이다. 출시 이후 국내는 물론 중국·미국 등 해외 15개국에서 다양한 버전으로 판매되며 글로벌 매출액 3000억원을 돌파했다. 

오리온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제품 중심의 지속적인 성과 창출을 강조했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과 세분화된 소비자 니즈(Needs)에 적극 대응해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서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담철곤 그룹 회장이 이경재 전 대표에게 실적 개선과 사업 안정화를 주문했다면, 이승준 대표에겐 한층 강화된 제품력을 기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신임 대표는 30여년 넘게 제품 R&D(연구개발) 파트에서 국내외 제과시장 트렌드를 분석하고 주요 시장별 최적화된 맛 개발에 힘써왔다. 담철곤 회장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는 이유다.  

이승준 신임 대표가 개발을 주도한 오리온 꼬북칩의 초코츄러스맛 버전. [사진=박성은 기자]
이승준 신임 대표가 개발을 주도한 오리온 꼬북칩의 초코츄러스맛 버전. [사진=박성은 기자]
빼빼로·꼬깔콘 등 롯데제과의 인기 스낵들이 진열된 모습. [사진=박성은 기자]
빼빼로·꼬깔콘 등 롯데제과의 인기 스낵들이 진열된 모습. [사진=박성은 기자]

롯데제과는 이영구 그룹 식품군 총괄대표가 직접 챙긴다. 이영구 총괄대표는 이번 그룹 임원인사 때 4개의 BU(비즈니스 유닛) 체계가 6개 사업군으로 재편되면서 기존 식품BU장에서 식품군 총괄대표를 맡게 됐다. 역할은 식품 BU와 큰 차이는 없지만 롯데제과 경영까지 맡아야 한단 점에서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이 총괄대표는 1987년 롯데칠성음료에 입사한 후 2009년부턴 롯데칠성음료 전략부문장과 마케팅부문장을 역임했다. 2017년부터는 롯데칠성음료 음료BG 대표를, 지난해엔 음료와 주류 부문을 통합해 대표를 맡아왔다. 이승준 오리온 신임 대표와 마찬가지로 정통 ‘롯데맨’으로 자부심이 크다. 

이 총괄대표는 롯데칠성 통합대표 재직 시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14분기 연속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주류부문 흑자 전환을 이뤄낸 점은 신동빈 회장으로부터 그룹 식품사업 전반을 책임지는 자리로 낙점 받게 된 주요 계기가 됐다.

이를 감안하면 이 총괄대표는 롯데제과의 수익성 개선에 가장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제과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보다 41.0% 급증한 259억원으로 출발이 좋았다. 하지만 2·3분기엔 각각 -2.5%, -6.0%로 수익성이 뒷걸음쳤다.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건강기능식품 등 신사업 안정과 제과업계 1위 탈환으로 신 회장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내야한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로 양사가 추구하는 사업 방향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결국 업계 1위를 두고 자존심 경쟁은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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