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어쩌나…1200원선 돌파 '시간 문제'
환율 어쩌나…1200원선 돌파 '시간 문제'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1.12.0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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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위기 대응 주문…"내년 초 1230원 돌파 가능"
2000년대 이후 늘 대내외 위기 시 강달러 상황 이어져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미크론발 쇼크가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불황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면서, 오미크론 이슈가 세계 경제에 어떠한 타격을 줄지 가늠이 안 되는 국면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테이퍼링 규모와 시기는 물론 기준금리 인상도 빨라질 것으로 점쳐지면서,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져 환율을 밀어 올릴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연내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인 1200원까지 깨지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0.73% 하락한 1179.2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오전 개장 시간 기준 유로·엔·파운드·캐나다 달러·크로네·프랑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96으로 전날 대비 0.33% 하락했다. 달러인덱스는 6월 90선에서 머물다 5개월 사이 약 7% 넘게 절상됐다. 현재 달러 가치는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강(强)달러 기조를 이어가는 원인은 유동성 정상화 때문만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활성화 목적으로 풀린 유동성을 거둬 들이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시작된 위에, 설상가상 오미크론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현재 경제가 매우 강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높기 때문에 테이퍼링을 몇 달 더 일찍 마무리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테이퍼링 속도를 상당히 높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등 상황이 더욱 엄중해지는 가운데, 양대 과제인 고용과 물가 중 후자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오는 3일 발표될 미국 11월 고용 동향에도 눈이 쏠리고 있다. 고용지표는 이전에도 상대적으로 안심할 영역으로 분류됐었고, 이번에도 개선 흐름이 계속될 경우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오미크론의 백신 무력화 가능성…대내외 위기, 늘 1200원 돌파 동반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의 전염 속도, 백신 저항력 등에 집중하며 환율 1200선 돌파를 전망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오미크론 여파로 유동성 축소 속도에 대한 비대칭 영향이 크고, 1200선 터치는 물론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와 환율 영향에 대해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각종 상황을 고려할 때) 내년에는 의미 있는 1250선 돌파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1230선까지는 오를 것으로 예측이 가능하다"면 신중하게 위기 국면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달러 강세가 점쳐지는 이유는 남아공 등 아프리카 지역에서 시작해 빠른 확산세를 보이는 오미크론 공포가 계속 이어질 것이란 우려 탓이다. 오미크론 변이는 인도발 '델타 변이' 전파력의 5배에서 6배까지 높다고 추정되고 있다.

내수보다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환율 변동성은 변수가 아닌 상수인 만큼, 오미크론발 환율 상승 우려는 우리 경제의 악재 중 하나로 부각될 수 밖에 없다.

지난 7월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대 국면에서 원·달러 환율이 출렁였던 상황이 오미크론 확산으로 재발할 수 있단 우려에 우리 경제가 긴장하는 이유다.

실제 환율 전망과 위기 국면에 대해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창궐 시점에도 달러가 1230원대를 찍은 적이 있다"는 점을 의미있게 지적한다. 

환율이 1200원대로 올라선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를 내포한다. 2000년 이후 환율이 1200원선을 넘어 추세적인 상승세를 보인 시기는 늘 대내외 위기가 발생했던 때다.

2000~2003년에는 IT버블 붕괴와 국내 카드버블 사태가 달러 가치를 밀어 올렸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에는 그리스 위기, 2015년 말~2016년 초 중국발 신용위기는 글로벌 여건에 따른 경제 불안 및 강달러 상황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팬데믹 발생 등 대내외 위기로 국내 경제 펀더멘탈이 크게 훼손된 국면에서는 여지없이 환율이 1200원을 넘어 등락을 보였다.

◇ 델타 당시 강달러 사례 타산지석 삼아야…1230원 가능성 '눈길'

이 가운데, 변이 문제로 비슷한 예를 찾아볼 수도 있다. 델타 변이 시기로 특정해서 환율 불안감의 흐름을 살필 수도 있다. 환율이 지난 6월말 1126.1원에서 지난 7월말 1150.3원으로 한달새 24.2원이 오른 바 있다. 공포 심리가 확산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관심이 모인 결과다. 이때에도 테이퍼링 우려에 따른 강달러 압력이 지속된 가운데 변이 확산이 겹쳤다. 국내 및 주요국의 경기 회복이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결합했고, 이번 경우에도 참고할 만하다.

델타 변이 확산세가 확대됐던 지난 7월 한 달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만 6월(7100억원) 순매도 금액의 7배가 넘는 5조1000억원 넘게 팔아치운 것 역시 환율 문제로 인한 외국인 자금 이탈로 연결지을 수 있다.

결국 치명적인 전파력과 사망률이 결합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어느 정도 현실화하는가에 따라 글로벌 경제 부담이 달려 있다. 글로벌 경제에 주름살이 깊이 패일수록 '의미있는' 1200선 돌파 가능성이 있다. 이달 14~15일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어떤 테이퍼링 관련 발언들이 나오는가는 그 1차적 관문이다. 곧 드러날 연준의 스탠스에 시선이 쏠린다.

[신아일보] 김보람 기자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