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발 증시 공포에 증권가 "안전자산 반 이상 담아라"
오미크론발 증시 공포에 증권가 "안전자산 반 이상 담아라"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11.3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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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확산세 가팔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속도·범위 주시해야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 바이러스 공포에 얼어붙은 증시…확산 추이에 촉각

오미크론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바이러스 확산으로 노동시장 등 경기 개선이 둔화하는 가운데, 공급망 대란이 심화하면 인플레이션 우려는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아직까지 오미크론의 영향력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데다, 국내 주식시장이 이미 충분한 조정을 받은 상태라고 봤다. 이에 따라 바이러스 확산 추이에 주목하며 연말까지 현금·채권 등 안전자산의 비중을 50~60%로 높일 필요는 있겠지만, 주식 자체를 적극적으로 처분할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 등 아시아 증시는 코로나19 새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영향으로 동반 하락했다. 코스피는 70.31p(2.42%) 내린 2839.01로 장을 마쳤고, 코스닥도 26.71p(2.69%) 내린 965.63으로 마감했다. 지난 29일 기준으로 일본 닛케이지수와 홍콩 항셍지수 역시 각각 1.63%, 0.95% 떨어졌다.

최근 연준에서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30일 의회 상원 출석에 앞서 배포한 자료에서 "최근 코로나19 감염 증가와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은 고용과 경제 활동에 하방 위험으로 작용하고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노동시장 개선을 느리게 하고 공급망 대란을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구 백만명당 신규 확진자 추이. (자료=KB증권 리서치센터)
인구 백만명당 신규 확진자 추이. (자료=KB증권 리서치센터)

실제 오미크론의 확산세는 빠르다. KB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사이에 9배 가량 확진자가 급증한 남아공을 제외해도 프랑스·베트남·스웨덴 등의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전주 대비 50% 이상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들이 이동제한 강도를 높이거나 전면 락다운을 시행할 경우 해당 국가와 관련된 산업의 병목현상 심화는 불가피하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오미크론 영향으로 빗장을 걸어 잠그는 국가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며 "일본이 가장 먼저 외국인 신규 입국을 원칙적으로 금지했고, 홍콩은 오미크론 사례가 발생한 국가에서 들어오는 외국인 입국을 금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증시가 작년 만큼의 패닉셀을 연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세계 시장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완료한 상태며, 오미크론 변이의 위중증 비율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작년 3월 국내 증시가 경험했던 패닉셀과 최근 상황을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은 백신의 유무"라며 "화이자와 바이오엔텍은 기존 백신에 내성을 갖고 있는 바이러스가 출현해도 100일 이내 신규 백신 개발을 완료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어, 주식시장은 패닉셀을 되풀이하기보다 가격 매력을 확보한 구간에서 반등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오미크론을 처음 발견한 남아공 의사가 극도로 경미한 증상이 나타날 뿐이라며 우려를 완화시켰다"며 "물론 아직 구체적인 데이터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이번 바이러스가 이런 경증·중등도 증상에 그친다면 과거 델타 변이 바이러스 등에 비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 안전자산 50~60% 보유 추천…주식 전부 처분할 필요는 없어

증권가에서는 현금·채권 등 안전자산의 비중을 50~60%까지 높일 필요는 있겠지만 주식 전부를 처분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을 내놨다. 아직까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예상 피해 규모가 측정되지 않았고, 국내 증시가 선제적인 조정을 받으며 매력적인 가격 구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변이 바이러스 이슈가 공급망 폐쇄로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면 내년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한 우려가 낮아질 수 있을 만큼, 일단 시장을 관망하면서 단기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델타변이 때 미국 S&P 지수가 5~6%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국내 증시는 변이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교역이 둔화될 경우 반등하기 어려워 미국 증시 대비 상대적으로 더 부진세가 심할 순 있다"며 "선진국이 통상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6대 4로 두는 점을 고려했을 때, 국내의 경우에는 5대 5 정도로 맞출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험자산의 비중을 더 낮추지 않는 이유는 국내 증시가 올해 7월부터 계속 하락하면서 현재 가격 자체가 비싸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결론적으로 변이 바이러스의 영향을 덜 받고 앞으로의 업황 기대가 좋은 업종은 계속 가지고 있는게 맞고, 앞으로의 교역 및 경기 둔화에 영향을 받을 업종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이는 게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현재 국면에서 바이오·헬스케어와 같은 성장주 혹은 비대면 위주 업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한편, 오미크론 이슈가 심화될 경우 자동차·철강 등 경기 민감주 및 대면경제 관련 업종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단기적으로 낙폭과대에 대해 반응한 후 바이러스 결과를 지켜볼 것이기 때문에 바이오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그렇지 않아도 바이오주는 과매도권에 진입한 상태이며 상대적 밸류에이션 매력도 커진 상황이고, 계속되는 바이러스 변이는 바이오 기술에 대한 투자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부분적인 락다운 강화와 경기 둔화는 리오프닝 관련주와 경기민감주에 단기적으로 부정적일 것"이라며 "연준의 긴축과 유가하락, 겨울 델타변이 확산을 막기 위한 부분 락다운 등이 당분간 이들 주식에 부정적인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