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금리 고심 커지는 韓銀"
오미크론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금리 고심 커지는 韓銀"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1.11.3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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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부담 커지는데 성장 동력 꺼져…재정정책 사용도 곤란
글로벌 성장률 하락에도 국내 문제에 금리인상 카드 필요성↑

오미크론 변이 등장으로 코로나19시대에 새 국면이 열렸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9일(이하 모두 현지시간) "오미크론 변이가 경기 하방 위험과 물가 상승의 불확실성을 높인다"고 거론하면서, 한국은행과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존 예측대로) 연준이 내년에 세 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것은 이제 거의 틀어졌다"면서 "만약 새 변이가 경기 회복을 방해한다면 오히려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고까지 말했다. 인플레이션의 단기간 지속이 문제가 아니라, 스태그플레이션까지 걱정해야 할 때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 이미 체감상 스태그플레이션 돌입…향후 대책도 필요 

한국은행은 지난 25일 내년도 경제 전망에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2.1%에서 2.3%로 0.2%p 올리고, 내년 물가도 1.5%에서 2.0%로 0.5%p나 상향 조정했다.

이미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은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 연속 2%대를 유지하다, 10월 3.2%를 기록하며 2012년 1월(3.3%)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산업생산 활력도 꺾여 경제 엔진이 식어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은 전월보다 1.9%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4월(-2.0%) 이후 18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기존 글로벌 병목만으로도 이런 엄중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데, 여기에 오미크론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지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도 28일 보고서에서 오미크론으로 인해, 내년도 세계 경제 성장률이 0.4%p 넘게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사정이 이렇고 보니, 스태그플레이션이 이미 시작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은 진행 중이고, 성장률은 4%를 달성한다고 해도 코로나 효과로 국민들이 체감하는 성장률은 2% 수준에 그쳐, 체감 강도는 충분히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느낄 만하다"고 지적했다.

유동성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에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가 다시 등장하면서 경제에 미칠 여파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유동성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에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가 다시 등장하면서 경제에 미칠 여파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 기초체력 부족한 한국, 상반기 금리 '정중동' 필요

물가 관리와 성장 회복이라는 두 문제를 해결해야 하므로 스태그플레이션은 대단한 난제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파월 의장이 "물가 안정 목표에 전념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은 두 과제 중 물가에 우선적으로 초점을 두기로 했음을 시사한 셈이다.  

한국은 적자 재정 폭이 커지는 등 이미 재정정책 추진 여력이 고갈된 상태다. 더욱이 미국의 예를 살펴볼 때, 물가 안정에 초점을 둔 통화정책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때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정무섭 동아대 국제무역학과 교수도 "외신이 미국은 바로 (오미크론 변이 문제로) 경기 부양으로 돌아서는 시나리오까지도 언급하지만, 우리는 기초체력 여건상 그렇게 하기 어렵다"면서 유동성 관리 등 통화정책 위주의 정책을 집중적으로 펼칠 수밖에 없음을 지적했다.

여기서 새로운 과제가 부각된다. 기존에 점쳐진 내년 1월 중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은 이런 맥락에서 이제는 전혀 실효성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국이 상반기 중 선진국 금리를 관찰한 후, 오히려 하반기에는 밀도 높고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문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