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금융 동남아 정조준]① 농협은행, 농촌개혁 노하우로 신남방 공략 '2막'
[K금융 동남아 정조준]① 농협은행, 농촌개혁 노하우로 신남방 공략 '2막'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1.11.2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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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고리채 해소한 농업금융 핵심역량, 다시 꽃피워
소매금융부터 농기계금융, 전자지갑 아이디어 백출

(편집자주) 국내 한 금융경영연구소 조사 결과,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 총자산은 1650억달러로 전체 은행 자산 중 해외점포가 차지하는 비중은 6.0% 수준이다. 이중 동남아시아 지역의 비중이 46.1%로 압도적이다. 은행들은 동남아 지역의 소비자 대출과 디지털 금융부문이 갖는 높은 성장 잠재력에 주목한다. 내년 국내 은행권의 당기순이익 위축 전망이 나오는 상황 속에서, 동남아의 잠재력을 발굴하려는 노력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24일 NH농협은행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해외 7개국에 현지법인 2개, 지점 2개, 사무소 5곳 등 총 9개 해외점포를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미얀마MFI, 캄보디아MFI 등 해외법인 두 곳이 모두 동남아 시장을 무대로 삼고 있으며 베트남 하노이지점과 베트남 호치민사무소, 미얀마 양곤사무소 등이 설치돼 있어 비중이 상당하다. 참고로, MFI법인은 소액대출 전문조직으로 우리의 저축은행·상호금융과 비슷하다.

시중은행들의 해외 시장 노크는 모두 각양각색 비장한 노력과 아이디어를 밑천으로 삼지만, 농협은행의 해외 진출은 특별함이 남다르다. 지금은 농협 조직의 신경분리가 돼 각 영역이 서로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추고 있지만, 그간의 운영 역사상 농촌자조조직과 금융의 융합 시너지 노하우를 갖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

농협은 과거 고질적인 농촌 고리채 문제를 해소한 농업금융 핵심역량과 지난 60년간 한국 농업·농촌의 발전을 이끈 생산·유통 등 농업 실물부문의 성공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이런 점에서 농협은행은 농업비중이 높은 동남아시아에서 농협만의 강점인 '농업금융 노하우'를 기반으로 차별화 진출 전략을 펼칠 수 있다. 

실제로 미얀마 법인 설립 시 현지 정부가 농협은행의 농업금융부문 노하우와 전문성을 높이 평가해, 한국계 금융기관 중 최단기간 내 사업인가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각국에서 농기계 금융사업 등 농협이 잘할 수 있는 농업 특화사업의 접목도 고려, 추진하는 노하우를 활용하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경제지주에서 농기계를 수출하고 농협파이낸스미얀마가 할부금융을 보태는 식으로 사업 다각화를 구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이 캄보디아 현지법인을 통해 코로나19 대응 물품을 기부했다. (사진=NH농협은행)
NH농협은행이 캄보디아 현지법인을 통해 코로나19 대응 물품을 기부했다. (사진=NH농협은행)

캄보디아에서는 우체국과 금융사업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온라인 플랫폼인 '올원뱅크'도 현지화 바람을 일찍이 타면서 해당국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올원뱅크의 베트남 버전에 '전자지갑 서비스' 탑재 아이디어를 내놓은 게 좋은 예다. 베트남의 계좌 보급률이 높지 않아 틈새시장을 파고들 승산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 베트남 시장 특화 서비스다.

NH농협은행 하노이지점 내부. (사진=NH농협은행)
NH농협은행 하노이지점 내부. (사진=NH농협은행)

미얀마와 캄보디아에서는 MFI 즉 소액대출에 특화돼 있다. 소액대출을 잘 해서 현지 은행 본업 진출을 꿈꾸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미얀마 MFI 법인인 농협파이낸스미얀마가 문을 열어 소매영업 경험치를 쌓고 거기에 이어, 사무소 설립을 통해 은행 설립의 발판을 마련한 바 있다.

이런 바탕 다지기 정신은 사회공헌으로 현지인들의 마음을 얻는 노력으로 나타난다. 코로나가 아직 완전히 뿌리뽑히지 못한 상황에서 올해 농협은행은 법인이 설치돼 있는 캄보디아와 미얀마에 마스크 손소독제와 진단키트 등을 제공하는 등 묵묵히 진짜 이웃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