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과관계가 성립합니다”
[기자수첩] “인과관계가 성립합니다”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1.11.21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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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는 늘 현실이 되고 ‘장밋빛’을 기대했던 미래에는 ‘가시’가 매서웠다.

2년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우리나라는 ‘4차’에 이르는 대유행을 겪으며 크고 작은 위기를 맞닥뜨렸다. 이달부터 시행된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코로나와 공존하는 안정적인 일상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5차 대유행’을 코앞에 둔 실정이다.

신규 확진자수는 연일 3000명을 웃돌고 위중증 환자도 500명을 넘어섰다. 사망자수 역시 최근 두 자릿수를 이어가고 있다. 백신 접종 완료율(20일 기준, 78.6%)이 80%에 육박한 상황임에도 찾아온 위기에 이를 대처할 뾰족한 묘수도 없어 보인다.

정부는 나날이 증가하는 돌파감염(백신을 권고 횟수대로 접종하고 14일이 경과한 이후 확진되는 경우)을 막기 위해 추가접종 간격을 앞당기기로 했다. 또 청소년과 미접종자들에 대한 접종을 강력하게 권고하고 ‘방역패스(접종완료‧음성확인제)’도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추가접종을 하고도 확진되는 사례가 나오면서 ‘백신 접종’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도 늘고 있다. 여기에 당초 “건강한 청소년은 백신 접종으로 얻는 실익이 적다”던 방역당국이 청소년들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까지 검토하면서 비난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소아·청소년의 접종 실익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방역패스’라는 카드로 사실상 접종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단계적 일상회복’ 체제에서는 단순한 확진자수 보다 위중증 환자수를 관리하는게 목표라면,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낮은 청소년들에 대한 접종은 더욱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백신 접종은 강요가 아니라 자발적인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 대다수의 미접종자들이 접종을 거부하는 이유로 ‘백신 이상반응 우려’, ‘백신 효과 불신’ 등을 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신뢰도 회복이 급선무다.

백신 인센티브 등을 통해 백신을 접종하도록 유도하는 것보다는 백신 자체의 안전성을 입증하고 국민들에게 홍보하는 것이 접종률 제고에 효과적일 터다. 하지만 미접종자들을 중심으로 ‘사실상 백신 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정부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방역당국 입장에서 미접종자들은 그야말로 ‘골칫거리’일 수 있다. 하지만 접종률 제고와 지속적인 추가접종이 중요하다면 정부는 이 시점에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꾸준히 제기되는 ‘백신 부작용’ 의심 사례에 대해 충분한 설명 없이 내려지는 ‘인과성 없음’ 결론과 접종 거부는 무관할까. 선제적 대응은 말뿐, ‘위기’가 도래하고서야 우왕좌왕 대책을 찾는 모습과 ‘방역당국에 대한 신뢰도 저하’는 인과관계가 없을까.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