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포커스] '이대녀'도 투표하는데… '이대남' 주목하는 정치권
[정치포커스] '이대녀'도 투표하는데… '이대남' 주목하는 정치권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1.11.20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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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深, 이대녀 선호도 가장 높지만… 여전히 절반 못 미쳐
"2030남성 표심 구애하면서… 정작 여성 유권자 인식 못해"
"정치권, '청년 챙기기'일 뿐… 남자·여자 중 '양자택일' 아냐"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는 10일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글로벌인재포럼2021 행사에 참석해 VIP간담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2021.11.10 [국회사진기자단]
왼쪽부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10일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글로벌인재포럼2021 행사에 참석해 VIP간담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기점으로 정치권에서 '이대남'(20대 남성)을 찾는 일이 많아졌다.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가 이들의 전폭 지지를 받으며 서울시장에 당선되면서다. 그동안 정치에서 배제됐던 청년들의 목소리는 '표심'으로 전환됐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에 '이대녀'(20대 여성)의 목소리는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이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20일 현재까지 출마한 각 정당 대선후보 모두가 '이대녀'로부터 50% 미만의 지지를 얻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전날 한국갤럽 대선후보 호감도 조사(자체 여론조사, 지난 16~18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에 따르면 18~29세 여성들 사이에서 심 후보가 38%로 가장 큰 지지를 얻었다. 이어 △안철수 32% △이재명 28% △윤석열 10% 순이다.

심 후보는 네 명의 대선주자 가운데 유일한 여성 후보다. 여성 의제나 성별 불평등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 왔다. 그는 '이대녀'를 자신의 지지 기반으로 굳히는 우회 전략을 펴고 있다.

심 후보는 전날 서울 신촌에서 '20대 여성, 우울 너머로 가보자고!'라는 제목의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우울증을 앓는 여성의 수와 이에 따른 극단적 선택 비율이 상승하는 상황에 대한 원인 진단과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다.

심 후보는 "몇몇 대통령 후보들이 2030을 성별로 갈라치고 남성들 표를 얻으려고 애를 쓰는데, 여성 유권자는 인식되어 있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 인생 자체가 페미니즘"이라며 "노동, 운동, 정치 인생에서 중대한 결정을 할 때마다 최종 남아 있는 질문은 내가 여성이라는 것"이라고 유대감을 강조했다.

그런데 이런 그마저 20대 여성으로부터 절반의 지지도 채 얻지 못하는 형국이다. 사실 대선후보 모두가 '이대녀'를 속 시원히 대변하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대선후보들이 (이남자) 표심을 얻기 위해 그들의 목소리를 과잉 대표하거나, 전혀 정제되지 않은 온라인상 의견을 공약에 반영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8일 당 선거대책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2030 남자들이 펨코(에펨코리아)에 모여서 홍(준표)을 지지한 이유'라는 글을 공유했다. 

이후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것처럼,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도 옳지 않다"며 "차제에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 조정을 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윤김 교수는 "우회적인 방식,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중회된 목소리로 페미니즘을 이야기 하지 않으면 (정치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것"이라며 "유권자로서 여성, 남성이 각각 50%씩 표를 지니고 있음에도 (정치권은) 2030남성에게만 발화 권력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2030여성들이 이같은 남성 중심적 태도를 보면서 정치권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치권이 청년 전체에게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지, '이대남'만 챙기는 건 아니라는 반박도 있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유선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 시장에게 청년층의 몰표가 쏟아지지 않았나"라며 "이로 인해 정치권이 챙기지 않았던 집단을 다시 주목하는 건 사실이나, 이것이 남자 또는 여자를 챙기는 '양자택일' 방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가 취임한 후 '이남자'를 향해 적극 행보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앞선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가 '이대녀'로부터 10%라는 가장 낮은 지지를 받은 것도 이같은 인식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양 대변인은 "전혀 아니다. 이 대표를 '이대남' 상징처럼 몰아가는데, 남성 목소리만 대표한 적 없다"며 "'공정'이라는 큰 담론 안에서 특정 성별에게만 과잉 혜택을 주는 건 옳지 않다는 것이지, 젠더 갈등을 조장하려는 의도가 아니다"고 했다.

후보들이 2030여성으로부터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성평등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더불어 여성 안전 보장을 위한 정책 등이 마련돼야 한다.

윤김 교수는 "이대녀들은 대선후보가 정책 기조에서 여성관·남성관·성평등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지녔는지 볼 것"이라고 진단했다. 디지털 성범죄 등 여성의 안전을 위협하는 신종 범죄에 대한 체계적인 방지·근절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지도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이 밖에도 가임기 여성을 출산 주체로만 이해하는 기존 시각을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낮은 출생율로 인구절벽, 한국 인구위기 존폐론 등이 대두됐을 때 '출산을 하지 않아서 문제'라며 여성에게 책임을 지우는 태도에 대한 비판이다.

심 후보는 여성 의제와 관련, '비동의강간죄' 입법 추진을 공언했다. 

그는 "이는 성폭력 사회 근절을 위한, 우리 사회의 원칙을 세우는 문제"라며 "나와 정의당은 비동의 강간죄가 반드시 제정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