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국면, 돈 풀기 논란③] 일단은 '큰 소리'…결과는 '용두사미'
[대선국면, 돈 풀기 논란③] 일단은 '큰 소리'…결과는 '용두사미'
  • 배태호 기자
  • 승인 2021.11.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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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후보 주요 경제 공약, 실패·축소·폐지 사례 많아
李·尹 선심성 정책 잇달아…과거 정권 전철(前轍) 밟나
(왼쪽부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사진=연합뉴스)

[편집자주] 내년 3월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민심을 자극하는 각종 경제 공약들이 난무하고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정부지출이나 조세정책을 뒤흔드는, 정치 논리에 기반한 '퍼주기식 공약'들이다. 부자 감세 논란이나 조세 형평성·평등주의에 반하며, 위헌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현실적 문제는 대선 국면에서 고려사항조차 되지 못하는 것으로 읽힌다.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 공포 속에서 서둘러 출구를 찾아야 하는 우리 경제. 가계부채와 정부 재정 건전성에 대한 국내외 경고가 연이어 터져 나오는 지금, 정치 논리에서 출발한 대선 후보들의 경제 공약들에 대한 검증은 생존 차원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내년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윤석열 두 유력 후보는 국민 고통 해소와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재정 지원과 세금 감면 등 경제공약을 외치고 있다. IMF 이후 경제가 국민 피부에 와닿는 문제가 되면서 중요한 선거마다 경제문제는 최우선 공약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후보들이 내놨던 장밋빛 미래는 종국에는 용두사미라는 초라한 결과로 이어졌다. 현재 여야 유력 후보가 내놓은 경제공약이 오히려 대한민국 경제의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거세면서 이번 대선 역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 호언장담했지만 결과는 용두사미

이명박 전 대통령은 후보 당시 이른바 '747' 경제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반도 대운하'라는 초대형 개발 사업 등을 통해 국내 경제성장률 7% 상승, 국민소득 4만불 시대 개막, 세계 경제 선진국 7위 진입을 공언했다. 결과는 초라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기간 중인 경제성장률은 평균 3.2%에 그쳤다. 국민소득 역시 호언장담했던 4만불은 커녕 3만불도 넘지 못해 2만4700달러에 그쳤고, 선진국 7위 달성도 물거품이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선거 당시 진보 진영의 아젠다였던 '경제민주화'를 선점하며, 공정거래 관련법 집행체계 개선, 대기업집단 불법행위 및 총수 일가 사익편취 엄중 대처,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임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2013년8월, 대기업 총수들과 만나면서 공정거래 관련법 등 추진이 사실상 중단됐고, 경제민주화라는 '슬로건'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이에 일부 시민단체는 박근혜 대통령을 '허위사실 유포죄'로 고발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공정 경제 등을 골자로 최저임금 1만원, 일자리 창출, 공정경제, 부동산 문제 해결 등 경제공약을 내세웠다. 중점 공약 중 하나였던 최저임금 1만원은 임기 초 2년간 잇달아 두 자릿수 인상을 강행하며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반발과 일자리 감소라는 부작용을 낳아 결국 유야무야되면서 공수표가 됐다. 공정경제를 위해 추진했던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 등은 재계는 물론 당초 취지를 크게 훼손했다며 진보진영에서도 거센 비판을 받았다. 

현 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까지 "공정경제 3법이 공정성과 민주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에서 후퇴했다"고 비난할 정도였다.

여기에 20여 차례가 넘는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집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대통령이 정책 실패를 사과하기까지 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대의 민주주의에서 정책 공약은 고용계약서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것도 해주겠다. 저것도 해주겠다'라고 하며 선물 보따리로 내세워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후보들의 공약은 지키고 싶은 공약과 지키고 싶지 않은 공약이 있다. 지키고 싶지 않은 공약은 책임질 수 없는 약속 혹은 자신의 정치 철학 등과 반하지만 (당선을 위해) 내놓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李·尹 '퍼주기 공약' 논란…지킬 수 있나?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가 내놓은 경제 관련 공약에 대한 지적이 거세다. 재정 지원을 늘리고 세금은 줄인다는 내용이 골자인데, 이는 인플레이션 확대와 나랏빚 증가로 미래 세대 부담만 키울 것이란 지적만 받고 있다. 이렇다 보니 실현 가능성 여부는 커녕 잘못된 정책으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란 쓴소리까지 나온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 논리로 표심을 구하기보다 경제 논리로 국민에게 다가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두 후보가) 내세우는 공약들이 전반적으로 표심만 공략하는 내용만 내놓고 있다. 현재 우리 경제 구조가 안고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큰 그림이나 구체적인 해결 방안 등을 제시할 필요가 있는데 이런 부분은 없고 '공허한 구호'만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경제 정책은 물론 향후 선거와 관련해서도 재정준칙의 시급한 제정이 필요하단 조언도 있다.

재정준칙이 정부 사업의 가이드라인은 물론 유권자들이 후보의 공약을 판단하는 데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단 것이다. 

경제 공약을 제시할 때 선언적이고, 추상적인 슬로건에 그치지 않고 필요한 재원 규모 및 재정 마련 방안까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시민단체나 전문가들이 재정준칙을 근거로 이를 분석해 평가하면 유권자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단 지적이다.

이인호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하다못해 일반 가계에서도 돈을 쓸 때 어떻게 계획적으로 쓸지 방침이 있다. 정부의 경우 워낙 여러 분야에서 여러 부서에서 하다 보니까 재정준칙이 없으면 효율적인 재정 운영이 안 될 수 있다. 더군다나 정치적인 이유로 정권을 잡은 측에서는 여기저기 지원해 표를 얻으려는 모습도 있다"며 "(재정준칙이 있으면)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선심성 공약에 대해 '나중에 당선이 되면 실제 그것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배태호 기자

bth7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