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비씨카드 인수 추진
KT, 비씨카드 인수 추진
  • 박재연기자
  • 승인 2009.10.01 13: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통신사 금융 무대 진출 '가시화'

국내 1위의 통신업체 KT가 비씨카드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통신사들의 금융 무대로의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KT 관계자는 30일 "KT의 자회사인 KT캐피탈이 현재 비씨카드의 인수건에 관해 실무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없지만 통신과 금융인프라가 더해지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업계는 KT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국내 1위 이동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이 하나금융지주와 제휴, 카드사 진출을 추진하는 등 통신·금융 컨버전스 산업으로 관심영역을 확대하는데 자극을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통신사들이 이 같이 카드사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이유로는 4700만 명이 넘는 가입자라는 거대 자원을 기반으로 '저비용 고효율'적인 성과를 가장 빨리 낼 수 있는 부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유력하다.


관련 업계 전문가는 "카드사업과 통신사업의 경우 데이터베이스(DB) 기반 업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데, 이를 토대로 '모바일카드'와 같은 금융과 통신 서비스를 묶은 다양한 결합상품이나 부가서비스들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카드로 결제를 하기 위해서는 유선이나 무선망 등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데, 이미 통신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이통사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끌어내고, 고객들 입장에서는 결제의 편리성과 함께 이에 따른 수수료 면제 등 경제적인 부가가치까지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가 95%에 달하는 상황에서 신규 가입자 유치가 더 이상 무의미하게 된 통신사들은 많은 성장가능성이 잠재된 금융 쪽으로 사업무대를 넓혀 고객 끌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종사업간의 컨버전스는 오래 전부터 활발하게 지속돼 왔지만, 특히 금융부문에서 많은 성장가능성을 보이고 있다"며 "따라서 한계를 느낀 통신사들이 증권서비스 등을 넘어 직접적인 금융업 진출을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동통신기기를 이용한 모바일뱅킹의 이용 건수는164만 건으로 전분기보다 16.1% 증가하는 등 모바일뱅킹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통신사들의 성공적인 금융 시장 안착에는 금융업계의 태도가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KT는 비씨카드 지분을 보유한 주요 금융사들의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KT가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우리은행의 경우, 매각 의사가 없다는 뜻을 내비쳐 KT의 카드사 진출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비씨카드의 지분 구조는 사모투자펀드(PEF)인 보고펀드가 30.68%, 우리은행 27.65%, 신한카드 14.85%, 국민은행 4.95%, 부산은행 4.03% 등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에 우리은행이나 신한카드가 이번 KT의 지분인수에 열쇠를 쥔 셈이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이와 관련, "현재로서는 비씨카드 매각 의사가 전혀 없다"며 "우리가 지분을 보유하는 게 더 좋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한카드 관계자도 "매각 요청을 받았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현재로써는 비씨카드의 지분을 보유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은행권이 1명의 고객을 두고 은행 간 경쟁을 넘어 이통사와의 경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꺼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의 경쟁자는 은행이 아니라 통신사업자들이다"라는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의 발언은 은행권의 이 같은 입장을 대변해준다.


즉 막강한 네트워크라는 인프라와 뛰어난 기술을 확보한 이통사들이 카드 사업에 뛰어들 경우, 은행들은 주도권을 내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통사의 진입을 막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막강한 인프라와 기술을 확보한 이통사 쪽에서 영역을 침범하고 들어올 경우, 은행들은 영역다툼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한편 신용카드 업계 관계자도 이통사들의 성공적인 금융업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SK텔레콤과 하나금융도 지분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KT의 비씨카드 인수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비씨카드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은행들이 현재 주주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받고 있는데, 지분을 매각할 경우 서비스 수수료 인상 요구 등에 반발할 수 없는 등 사업 추진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금융과 이통산업간 융합으로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소비자들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는 이해당사자들간 영역 다툼을 마무리짓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