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유전자 신약 제조 기술·인프라 확보…미래 포트폴리오 강화
CJ(회장 이재현)는 제약바이오 분야 해외 바이오테크놀로지(BT) 기업을 인수해 매년 매출 기준 25% 이상 성장하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개발생산(CGT CDMO)’ 시장에 진출한다.
CJ제일제당은 8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바이오 위탁개발생산 기업(Contract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ation)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Batavia Biosciences, 이하 바타비아)’ 지분 약 76%를 2677억원에 인수하는 안건을 의결·공시했다.
바타비아는 글로벌 제약사 얀센 백신의 연구개발과 생산을 맡았던 경영진이 2010년 설립한 기업이다. 바이러스 백신과 벡터(유전자 등을 체내 또는 세포 내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물질)의 효율적인 제조 공정을 개발하는 독자적인 역량을 가지고 있다.
바타비아는 유럽에서 가장 연구개발·투자가 활발한 과학단지 중 하나인 네덜란드 레이던(Leiden)에 본사와 GMP(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 시설이 있다. 미국 보스턴과 중국 홍콩에도 각각 R&D센터와 아시아 영업사무소를 보유해 글로벌 진출을 위한 인프라까지 갖추고 있다. 최근엔 글로벌 제약사와 글로벌 의료 공익재단, 유명대학 부설 연구기관들과 다양한 협업을 통해 바이러스 백신 및 유전자 치료제 제조 역량을 구축해 왔다.
기존의 바타비아 대주주는 2대 주주이자 회사 경영진으로 남아 사업운영을 계속하며 CJ그룹의 일원으로 새로운 성장전략 실행에 매진할 방침이다. 양 사는 연내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차세대 바이오 CDMO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등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 개발 회사에서 일감을 받아 원료의약품, 임상시험용 시료, 상업용 의약품을 생산하는 사업을 말한다.
관련 세계시장 규모는 2030년 140~160억달러(한화 약 16조5000억원~18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전자 치료제 CDMO시장은 단순 화합물을 다루는 합성 의약품이나 이미 제조법이 확립된 항체 치료제 중심의 바이오 의약품 CDMO에 비해 고도의 기술력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다.
CJ제일제당은 바타비아의 기술·공정 개발 최적화 플랫폼을 활용하면 상업화 단계에서 기존 기술보다 생산비용을 50% 이상 절감하고 개발 기간도 6개월 이상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바타비아 인수로 CJ제일제당은 글로벌 유전자치료 위탁개발생산(CGT CDMO) 시장에 진입하며 기존 레드바이오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게 됐다. 제일제당은 앞서 7월 생명과학정보기업 ‘천랩’을 인수하며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차세대 신약 개발 역량을 확보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세포·유전자 신약 개발에 활발히 나서고 있지만, 이를 위한 제형·제조 공정 기술과 생산 인프라까지 갖춘 곳은 드물다”며 “바타비아는 바이러스 백신·벡터 생산성 향상을 위한 핵심기술과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고객사들과 장기간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신속한 설비 확장 등 투자를 통해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생산기지로 도약을 준비할 것”이라며 “이 사업이 그룹 4대 성장 엔진 중 'Wellness(웰니스) 구심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