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집값 치트키, 정책 아닌 시장
[기자수첩] 집값 치트키, 정책 아닌 시장
  • 서종규 기자
  • 승인 2021.11.0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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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상승세를 잠재울 수 있는 요인으로 거시 경제 상황이 지목된다. 경제 성장률 둔화와 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 매수세가 꺾여 가격 하락세를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은 지난 4일 '2022년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를 통해 내년 집값 상승률을 2%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상승률 전망치 9.6% 대비 7.6%p 축소한 수치다.

건산연은 집값 상승 폭 둔화 요인으로 경제 성장률 둔화와 기준금리 인상 등을 꼽았다. 시장 변동성이 큰 가운데, 경제 성장률 둔화와 금리 인상이 매수세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성한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그간 경제 성장률과 시중 유동성 등은 주택 가격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었다"며 "내년 성장률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테이퍼링 등으로 인한 기준금리 인상도 전망되는 만큼 주택 가격 하방 요인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실제 국토연구원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금리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을 비교한 결과, 평균 예금금리가 3.4%였던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연평균 -1~2%를 보였다. 반면, 평균 예금금리가 1.8%로 낮아진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연평균 4%를 기록했다. 시중 금리가 높았던 시점에 아파트값 상승률이 더뎠던 셈이다.

정부는 그간 집값을 잡기 위한 다양한 카드를 꺼냈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시절에는 수도권 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대폭 늘려 대출 규제를 강화했고, 변창흠 전 장관은 규제에서 공급으로 방향을 틀며, 대규모 공급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노형욱 장관도 주택공급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결과적으로 서른번에 가까운 부동산 정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집값은 잡히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시점인 2017년 5월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아파트값과 서울 아파트값은 각각 18.6%와 18.8% 올랐다.

금리 인상 등 시장 상황은 집값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고, 시장에 개입하는 정책은 그 성과를 내지 못한 모습이다. 시장 상황을 무시하고, 규제 일변도 정책을 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 나설 여야 후보들이 결정되며, 저마다 부동산 시장을 잠재우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어떤 정부든 집값을 잡기 위한 '치트키'를 치기 위해선 시장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이에 맞는 신중한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seojk052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