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업부터 순차적 교체…백년대계 마지막 단계
KB국민은행의 전산 교체가 눈길을 끈다. 금융권의 '플랫폼 경쟁력 강화'와 맞물린 데다 장기간 면밀한 검토로 시기를 저울질한 배경이 함께 부각되고 있어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주전산기로 사용하던 '메인프레임' 대신 오픈소스·클라우드 방식의 '리눅스'로의 전환을 시도 중이다. 국민은행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주요 인프라에 메인프레임을지금까지 고수해 왔는데, 이제 점진적으로 리눅스 등으로 전환하면서 메인프레임을 걷어내기로 가닥을 잡았다. 메인프레임 계약이 끝나는 2025년까지 전면 전환을 기본 방향으로 설정한 것이다.
메인프레임은 IBM의 대형 컴퓨터시스템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대부분의 은행이 사용했다. 대용량을 다뤄야 하는 은행업 특성상 안정적이고, 보안성이 좋은 점이 큰 장점으로 꼽혔다. 다만 폐쇄적인 방식이 시대가 변할 수록 장점 아닌 단점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국민은행은 2014년 교체 시도 이후 2025년 시간표를 추진하게 되면서, '유닉스를 건너뛰고 바로 리눅스로 가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우선 리눅스로의 전환을 통해 국민은행은 큰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메인프레임 유지·보수를 위해 매달 90억원을 지출하는 상황. 메인프레임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와 리눅스를 사용하는 경우는 비용에서 약 여덟 배까지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리눅스는 호환성과 확장성이 우수해 새로운 서비스를 입히거나 기존 서비스를 업데이트·보완할 때 빠르게 처리, 대응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리눅스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는 점과 이를 선점할 필요가 높다. 신한은행이 이미 지난해부터 모바일뱅킹 앱 '쏠(SOL)'의 리눅스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등 새 물결에 발빠르게 올라타고 있다.
국민은행도 지난 10월 새로운 모바일뱅킹 앱인 '뉴 스타뱅킹'을 내놓은 바 있다. 같은 무렵, 주전산시스템을 x86서버와 리눅스 등으로 바꾸기 위한 내부 테스트도 진행됐다. 이를 계기로 앱 활용에 필요한 코드 등 기반을 클라우드에 옮기는 작업을 진행해, 실시간으로 앱 기능을 바꿔나갈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리눅스화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주전산)전환 문제는 큰 그림이라 시간을 두고 추진되고 있다"고 표현하지만, 이미 전산 인력을 '애자일조직화'하는 등 플랫폼 강화 바람이 강하게 분 것을 고려하면, 리눅스 변경이 이에 적절히 올라탈 조건은 종합적으로 이미 승인돼 있었던 셈이다.
2014년 유닉스로의 성급한 교체 추진은 지주 회장-은행장 동시 사퇴를 빚었다. 이후 교훈으로, 2018년 여름에도 국민은행은 진지하게 유닉스 전환 문제를 저울질했지만 결국 시간표를 뒤로 미룬 바 있다. 대신에 일명 '더 K 프로젝트'를 띄웠다. 주전산 시스템을 메인프레임으로 유지하되, 개별 업무는 x86 기반 등 새 트렌드로 전환해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를 갖추는 구상이 확실히 위상을 굳혔다. 결과론적인 이야기로 국민은행은 2014년 논란을 겪으면서 오히려 '개별 업무 먼저 교체 추진, 주전산 나중'의 확실한 구상을 세우고 운영할 수 있었다.
이제 기존에 깐 메인프레임의 값어치를 최대한 활용하고서도 시대적 한계가 오면서, 주전산까지도 교체하는 마지막 시간표가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국민은행의 '전산 출구전략'이 돋보이는 데에는 이 같이 긴 시간 도약을 준비하는 '백년대계'가 배경 화면이 돼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