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효과, 11월말~12월 초 체감…국제유가·환율 '변수'
유류세 인하 효과, 11월말~12월 초 체감…국제유가·환율 '변수'
  • 배태호 기자
  • 승인 2021.10.3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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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구조 및 제고물량 고려하면 인하 효과 2주 지나야 소비자 체감
2008년 인하 당시 국제유가 및 환율 상승 탓에 2주 만에 가격 올라
내달 유류세 인하를 앞두고 국내 휘발유 가격이 이번 주에만 ℓ당 30원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10.25~29) 전국 평균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지난주보다 30.3원 오른 ℓ당 1천762.8원으로 집계됐다. 2014년 10월 넷째 주(1천776.4원)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다. 사진은 31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유가 정보. (사진=연합뉴스)
내달 유류세 인하를 앞두고 국내 휘발유 가격이 이번 주에만 ℓ당 30원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10.25~29) 전국 평균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지난주보다 30.3원 오른 ℓ당 1천762.8원으로 집계됐다. 2014년 10월 넷째 주(1천776.4원)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다. 사진은 31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집에서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회사까지 자가용으로 다녔던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기름값에 부담을 느껴 지난 달부터 지하철과 광역버스로 출퇴근하고 있다. 교통비는 아낄 수 있었지만, 승용차로 다니면 40분 남짓 걸렸던 출퇴근 시간은 1시간30분으로 훌쩍 늘었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출퇴근 시간에 다시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생각하던 김 씨는 최근 정부가 오는 11월12일부터 유류세를 인하한다는 소식을 반기며, 기름값이 떨어지면 다시 승용차를 이용키로 했다.

31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오는 11월12일부터 유류세가 20% 인하되면서 휘발유는 평균 리터당 164원, 경우는 116원(10월 셋째 주 전국 평균 가격 기준) 낮아진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국내 기름값 역시 지속해서 가격이 오르면서 서민 부담을 덜기 위해 인하키로 한 것이다. 

이번 유류세 인하는 내년 4월까지 6개월간 이뤄질 예정이다. 이는 지난 2018년 15% 감면 조치에 이은 역대 최대 인하 폭이다. 

그렇다면 과연 직장인 김 씨가 바란 것처럼 유류세가 인하되면 바로 기름값도 떨어질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유류세 인하는 정유공장에서 생산된 기름이 출하되는 날을 기준으로 적용하는 만큼 실제 공장에서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주요소까지 유통기간만큼 지나서야 실제 가격에 반영된다. 여기에 공장은 물론 주유소에 남아있는 '유류세 인하 전 생산·공급된 기름'이 모두 팔리는 기간도 고려해야 한다. 

석유 업계에서는 대략 이 기간을 약 2주 정도로 잡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 인하 효과는 이르면 11월 말, 늦으면 12월이 돼야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유류세는 석유제품이 정유공장에서 출고되는 시점에서 부과하는 만큼 (유류세 인하를) 기존 출고된 기름이 모두 팔리고, 유류세 인하 당일부터 유통된 기름이 각 주유소에서 공급돼야 실제 인하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계속해서 치솟는 원유가격 상승도 유류세 인하 효과를 반감할 수 있는 요인이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국제유가는 두 배 가깝게 올라 연내 배럴당 100달러(WTI)를 웃돌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국제유가는 계절적 요인으로 석유의 수요는 늘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공급 부족 전망과 산유국 및 주변국을 둘러싼 불안한 정세 등 영향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당분간 수급 여건의 개선이 어려워 2021년4분기~2022년1분기 중 국제유가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도 변수 중 하나다. 지난달 초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를 돌파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후 외환시장에서는 숨 고르기 장세가 이어지며 원·달러 환율은 하락해 지난 29일 1168.6월으로 10월 거래를 마감했지만, 여전히 상승 요인은 남아있다.

11월 미 FOMC가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 시행 시기를 보다 명확히 하고, 이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시기 역시 분명해지면서 언제든 달러화가 다시 강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김진상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환율변동성이 크게 확대한 가운데 향후 환율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거시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향후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중장기적 달러화 강세 가능성을 대비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통화긴축 기조 전환에 따른 영향이 달러화 강세를 견인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국제유가 상승과 원·달러 환율은 고스란히 유류세 인하 효과를 반감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세금을 깎더라도 원료 가격 상승과 지불 비용 상승 탓에 실제 체감하는 효과는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10여 년 전인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물가 대책으로 휘발유는 리터당 82원, 경우는 58원 등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인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유류세 인하 효과는 불과 2주만 리터당 31원가량 가격이 낮아진 뒤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특히 유류세 인하 1달 반 남짓 지나서는 오히려 유류세 인하 이전 가격보다 올랐다. 

당시 유류세 인하 효과가 이처럼 단기간에 사라진 이유 역시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으로 인한 영향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유류세 인하 역시 앞으로 국제유가와 환율 상황에 크게 좌우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bth7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