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검승부] 삼다수 vs 아이시스, ESG 생수 선점 '샅바싸움'
[찐검승부] 삼다수 vs 아이시스, ESG 생수 선점 '샅바싸움'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11.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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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가치소비 확산 무라벨 출시·리사이클링·묶음 포장재 도입 등 노력
삼다수 '그린' 매출 비중 19%↑, 아이시스 '에코' 판매 1억3000만개 돌파
제주개발공사 제주삼다수 '그린'(좌)과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 '에코(우). [사진=각 사]
제주개발공사 제주삼다수 '그린'(좌)과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 '에코(우). [사진=각 사]

산업 전반으로 친환경과 가치소비(가격·만족도 등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 판단을 토대로 소비하는 방식) 트렌드가 확산된 가운데 먹는 샘물(생수) 시장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업계 1위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의 ‘제주삼다수’와 2위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 간 친환경 마케팅 경쟁은 치열하다.

제주삼다수와 아이시스는 경영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영역을 선점하고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 취향을 충족시키고자 무(無)라벨 제품 등 친환경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장하는 모습이다. 생수 톱(Top)2 브랜드의 ESG 경쟁이 앞으로 국내 먹는 샘물 시장 점유율 판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주삼다수와 아이시스는 각각 ‘그린(Green)’과 ‘에코(ECO)’ 버전을 내놓으며 생수시장의 친환경 트렌드를 주도하기 위한 샅바싸움이 한창이다. 이 같은 경쟁은 환경보호·탄소중립 등의 가치와 맞물려 기업과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은 물론 ‘착한 소비’란 선순환으로 이어지며 시장 점유율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 기준 지난해 국내 먹는 샘물 시장 점유율은 제주삼다수가 40.7%, 아이시스 13.9%다. 제주삼다수는 중장기적으로 50%대 회복을, 아이시스는 20%대 진입이 목표다.    

◆삼다수 5병 중 1병꼴 ‘그린’…비닐 폐기물 절감 30여t  

제주개발공사는 올 7월 ‘제주삼다수 그린’을 선보이며 친환경 마케팅에 본격 나섰다. 지난해 사내 친환경 TFT를 발족한 후 ‘2030년 플라스틱 사용량 50% 절감’을 목표로 재생 페트(PET)와 바이오 페트,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 등 단계별 로드맵에 따라 친환경 삼다수 라인업을 구축·상용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삼다수 그린은 무라벨·무색병·무색캡 등 3무(無)를 원칙으로 자원순환성을 강화했다.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재활용 최우수등급도 받았다. 500밀리리터(㎖)와 2리터(ℓ)에 이어 지난달 말 330㎖까지 3종으로 운영 중이다.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온라인 삼다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그린 제품군 매출은 출시 첫 달인 7월 전체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9월 기준 그린 매출은 7월보다 22.6% 늘었다. 또 삼다수 전체 매출에서 그린 비중은 7월 12.6%에서 9월 19.1%로 증가했다. 소비자들이 시중에 판매되는 삼다수 5병 중 1병꼴로 그린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삼다수 관계자는 “그린 버전 출시 이후 생산 목표를 절반가량 달성하면서 절감된 비닐 폐기물량은 30여톤(t)에 달한다”고 말했다.

삼다수 주문 전용 앱. [사진=제주개발공사]
삼다수 주문 전용 앱. [사진=제주개발공사]
제주삼다수의 CR-PET(화학적 재활용 페트) 시제품 생산 모습. [사진=제주개발공사]
제주삼다수의 CR-PET(화학적 재활용 페트) 시제품 생산 모습. [사진=제주개발공사]

제주개발공사는 지난 7월 ‘삼다수 바이오(가칭)’를 선보였다. 삼다수 바이오는 사탕수수 등 바이오매스에서 유래한 원료수지 재질로 만든 페트병 생수다. 일반 페트병과 비교해 이산화탄소를 28% 저감시키고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 10월엔 SK케미칼과의 협업을 통해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 시제품 개발까지 성공했다. 화학적 재활용 페트는 플라스틱 제품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반복적인 재활용이 가능해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모델로 적합하다. 제주개발공사는 친환경 로드맵과 대외적인 여건에 따라 이들 제품을 시장에 선보일 방침이다. 

김정학 제주개발공사 사장은 “친환경 포트폴리오 구축으로 플라스틱 저감 50% 목표에 한걸음 더 다가가게 됐다”며 “친환경 소비생활을 지원하고 투명 페트병 자원순환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첫 ‘착한생수’…에코 판매비중 10% 후반대↑

롯데칠성음료는 대형 생수 브랜드들 중 가장 이른 지난해 1월 ‘아이시스 에코’ 버전을 출시하며 업계 ESG 경쟁에 불을 지폈다. 아이시스 에코는 페트병 몸체에 라벨을 뗀 무라벨 생수다. 페트병에서 라벨을 떼어내는 번거로움과 라벨 사용은 줄이면서 분리배출 편의성과 페트병 재활용 효율은 높인 친환경 제품이다. 1.5ℓ 출시를 시작으로 500㎖, 2ℓ, 300㎖ 등 상품군을 순차적으로 확장했다. 

이중 소용량 300㎖는 기존 생수 뚜껑에 높이와 무게를 30% 이상 줄인 숏캡(Short Cap)이 적용돼 친환경성과 휴대성이 더욱 향상됐다. 페트병 몸체 상단엔 점자로 아이시스를 새기고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높여 ‘착한 생수’ 이미지를 강화했다. 아이시스 에코는 대형 생수업계 첫 무라벨 생수란 상징성을 앞세워 지난해 ‘자원순환 착한포장 환경부장관상 최우수상’, ‘우수디자인 산업부장관상’ 등 여러 상을 받으며 품질을 인정받았다. 

또 지난 한 해에만 약 1010만개가 팔렸는데 올해(1~8월)엔 1억3000여만개로 판매 성과가 월등하게 좋을 정도로 소비자 호응을 얻고 있다. 플라스틱 라벨 포장재 절감량은 라벨 한 장당 무게를 1.5ℓ와 2ℓ가 0.8그램(g), 500㎖는 0.3g이란 점을 감안할 때 약 35t에 이른다. 

아이시스 8.0 에코 300㎖ 상품과 묶음용 포장재에 재생원료를 섞은 친환경 포장. [사진=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 8.0 에코 300㎖ 상품과 묶음용 포장재에 재생원료를 섞은 친환경 포장. [사진=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 무라벨 생수. [사진=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 무라벨 생수. [사진=롯데칠성음료]

롯데칠성은 올 2월 말부턴 묶음 포장용으로 생산되는 에코 제품의 페트병 마개에 부착된 라벨을 없앴다. 아울러 에코 소용량 출시에 맞춰 생수 묶음 포장재에 폐플라스틱에서 재활용된 재생 폴리에틸렌을 20%가량 섞은 환경친화적 포장재도 적용 중이다. 1.5ℓ 묶음 제품을 시작으로 2ℓ, 500㎖ 제품까지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무라벨 생수의 판매 비중은 아이시스 전체에서 10% 후반 대까지 늘어나는 등 소비자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에코 상품의 판매채널 확대에 더욱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