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춤하는 집값…그래서 고점은 언제?
[기자수첩] 주춤하는 집값…그래서 고점은 언제?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1.10.3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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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상승 추세가 주춤하고 시장심리 변화 조짐이 점차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제32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주택시장 동향을 살피며 이같이 말했다. 

홍 부총리는 주택공급 조치 가시화와 금리 인상, 가계대출 관리 강화 등으로 인해 지난 9월 이후 수도권과 서울 가격 상승세가 지속해서 둔화하고 있고, 서울 아파트 실거래 역시 주택가격이 보합이거나 하락한 수준으로 거래하는 비율이 늘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집값은 여전히 오름세를 이어가며 고점을 계속 경신 중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 시계열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25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 가격 지수는 2019년 8월26일부터 114주째 상승 중이다. 수도권 중 서울도 작년 6월8일을 시작으로 73주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승세에 작년 한 해 동안 7.62% 오른 수도권 아파트값은 올해 1월부터 10월25일까지 14.66% 뛰었다. 서울 아파트값도 올 한해 현재까지 5.64% 오르며, 작년 한해 상승률 0.86%를 크게 상회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주택시장에 관망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그간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 및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 여건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사전청약과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해 전세수요가 늘면서 전세시장에서 수급 불안으로 인해 가격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당분간 집값 하락이 어려운 이유로 지목된다. 전셋값이 집값을 지탱하는 구조상 전셋값이 오르는데 집값만 나홀로 하락 전환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내년 상반기에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등 굵직한 전국 단위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이 후보들의 말 몇마디에 언제든 자극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당분간 주택시장에서 대세 하락은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자신들의 정책으로 인해 집값 상승 폭이 줄고 있다며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다. 여전히 고점을 향해 시장은 달리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 등 정부가 매수세 위축, 나아가 집값 안정을 위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도 이미 다 내보인 상황이다. 

그간 시장은 정부의 기대와 다른 움직임을 계속 보여왔다. 지난 4년간 정부가 내놓은 30번에 가까운 부동산 대책이 이를 방증한다. 정권 말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새로운 정책을 더 내놓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섣부른 말 한마디는 정부의 인식이 시장과 괴리가 크다는 점만 더 부각시킬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고, 보다 차분하게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할 때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