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적 의제 선점하려는 의도인 듯… 與 "당과 이야기한 거 아니다"
野 즉각 맹폭… "경제학 근본 무시" "산업 통제" "기득권 옹호 논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정책 행보에 속도를 내며 대선 이슈 선점에 나선 모습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음식점 총량제' '주4일제' 등 섣부르게 정책을 거론해 혼선을 노출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는 27일 서울 관악구 전통시장(신원시장)에서 열린 소상공인·자영업자 간담회에서 "마구 식당을 열어서 망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 좋은 규제가 필요하다"며 "음식점 허가 총량제를 운영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고 언급했다.
주4일제 근무 도입과 관련해서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라며 "장기적인 국가과제가 되겠지만 4차 산업혁명에 맞춰 가급적 빨리 도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 후보가 이 처럼 휘발성이 강한 정책을 언급한 것은 내달 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확정되기 전 대선 과정에서 논쟁적 의제를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박스권에 갇힌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게 최우선 과제인 만큼 파장이 큰 공약을 통해 이슈 선점 효과를 누리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야권은 즉시 이 후보가 언급한 정책에 대해 "전형적으로 경제학의 근본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맹공을 쏟아냈다.
이준석 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0·30세대가 본인을 지지하지 않는 상황에 조급한 나머지 그들의 표를 얻어보겠다고 '주 4일제' 유혹을 하고, 자영업자에겐 '음식점 허가 총량제'라는 이상한 제도를 이야기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이 후보가 제시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리메이크 버전이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무능이 이 후보에게 계승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대권주자들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SNS에 "국가가 국민 개인의 삶까지 '설계'하겠다는 것인가"라며 "그야말로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윤 전 총장은 "허가총량제는 음식점뿐만이 아니라 자영업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더 나아가서는 국가 산업 전반에까지 확대될 수 있다. 결국 국가가 산업 전반을 통제하겠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의원도 "음식점 하나를 허가받는데도 그게 기득권이 된다"면서 "기득권을 옹호하는 논리"라고 꼬집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재명 '헛소리 총량제'부터 실시해야겠다"며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정부의 역할은 이 후보처럼 막무가내로 규제하고 억압하는 것이 아니다"고 수위높게 비판했다.
정의당도 가세했다. 오현주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코로나로 시름에 잠긴 자영업자들을 두고 음식점 총량제를 실시하겠다는 발언은 실업자가 되던가, 앉아서 죽으라는 얘기를 한 것"이라며 "세상에 어느 누구도 망하고 싶어 장사하는 사람은 없다"고 비판했다.
또 "잘못된 발언은 주워 담고 사과하면 될 일인데 공약도 아니라면서 계속 같은 주장을 어제와 같은 논리로 또 반복했다"며 "이 후보의 말과 태도에서는 티끌만큼도 잘못을 인정할 수 없다는 오만함과 고집만 느껴질 뿐"이라고 쏘아붙였다.
공세가 쏟아지자 이 후보는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날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로보월드'를 방문해 기자들과 만나 '음식점 총량제' 발언과 관련, "국가정책으로 도입해서 공론화하고 공약화하고 시행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면서 "당장 시행한다는 게 아니고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또 "먹는 장사는 망하지 않는다는 속설도 있어 많은 분이 자영업에 뛰어든다"면서 "숫자로 보면 정확하지 않지만 연간 수만 개가 폐업하고 그만큼 생겨나는 문제가 실제 벌어지고 있어 성남시장 때 그 고민을 잠깐 했다"고 부연했다.
이 후보는 "과거에는 주유소 거리 제한이 있었고 요즘은 담배 가게 거리 제한이 있다"면서 "우리는 규체 철폐가 만능이라는 이런 잘못된 사고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정식품을 사 먹을 자유는 자유가 아니고, 아무거나 선택해 망할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자유와 방임은 구분해야한다"면서 "자유의 이름으로 위험을 초래하는 방임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그는 '주4일제'를 공약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노동시간 단축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면서도 "결국은 어느 시점에서는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하게 될 것이지만 이번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다고 하기엔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당은 당황한 기색을 비쳤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당에서 검토하는 공약과 캠프의 공약을 검토하는 과정"이라며 "상임위별로 의제와 내용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당 차원 공약화에 선을 그었다.
유동수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아직 당과 이야기를 하신 게 아니다'며 "선대위가 꾸려지지 않았다. 선대위가 꾸려지면 더 검토를 할 것"이라고 했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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