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추세적 하락 아닌 일시적 조정 전망 '우세'
원·달러 환율, 추세적 하락 아닌 일시적 조정 전망 '우세'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1.10.2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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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기로는 하락, 이후가 관건…내년 4분기 1180원 유력 전망 나와
미국과의 통화정책 속도차 문제…에너지 등 요인 크게 휘둘릴 가능성

원·달러 환율이 한동안 하락을 계속하면서,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 1200원시대'가 생각보다 일찍 꺾이면서, 이런 하락이 일시적인 조정인지 혹은 추세적인 하락세로 이어질지 설왕설래가 이어지나, 조정론에 힘이 실린다.

26일 오후 1시 현재 환율은 1166원선을 기록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2일 장중 한때 1200원을 넘은 바 있다. 지난해 7월28일 1201.0원을 기록한 이후 1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1200원대를 기록한 것이다. 다만 이후 환율은 계속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00년 이후 원·달러 환율이 1200원선을 넘어 추세적인 상승을 보였던 때는 대내외 위기가 발생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오히려 1200선을 터치한 것에 일종의 피로감을 느끼면서 하락세로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풀이도 나온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은 "초단기로 보면 당분간은 일단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11월 테이퍼링에 들어간다고 하면 잠시 뛰겠지만 전반적으로는 갈짓자 형태로 갈 애매한 상황"이라고 요약했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외환 보유액과 무역수지를 고려하면 환율 부문이 가장 먼저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김 수석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내년 4분기 평균 환율이 올해 4분기(1170원)보다 소폭 뛴 1180원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테이퍼링 등 요인은 어떻게 작용할까?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테이퍼링이 통화정책 정상화 신호로 달러화 강세 요인은 맞으나 현재 글로벌 거시 환경, 주요국들의 통화정책 시행으로 미루어 볼 때 2014년 테이퍼링 시기만큼 달러화가 초강세로 갈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국 경상수지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입이 늘면서 흑자 규모가 줄어들고 있으나, 19개월 연속 흑자를 보이고 있는 점은 여전히 환율에는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그는 짚었다. 

다만, 부정적 요인도 상당하다. 유가 상승과 공급 측 병목 현상 등 인플레이션 우려로 달러지수 강세 흐름 지속 가능성이 있고, 원화가 국제유가 상승 등 에너지 상승 인플레이션 압력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도 이유로 거론된다.

한편 헝다 사태 등으로 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의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다만 헝다 문제는 위기 국면을 빠져 나오고 있다는 주장도 있는 등 의견이 엇갈린다.  

김연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25일 금융통화위원회 전인 11월 2~3일 시장공개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 선언 전망 등 환율 상승 압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11월 기준금리 인상 전까지 환율은 1180선 이상의 높은 레벨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당국의 개입으로 인한 인위적 환율 조정 가능성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 변동성이 심해졌다"면서 "상승 기조는 컨센서스"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시기와 정도의 미세조정은 있을 것이라면서 당국의 관리(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연진 연구원 역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외환 당국의 개입 경계는 환율 상단을 제한하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결국 1200원선 도달 후 하락은 완전히 새로운 추세라고 보기 보다는, 환율 조정 가능성 등에 대한 고려와 함께 우리 경제 펀더멘탈에 대한 신뢰감이 빚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일시적 조정에 머물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점쳐지는 이유다.

2021년 들어 전반적 흐름을 보면, 원·달러 환율은 추세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달러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원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흐름을 보여 왔다.

원화 약세 현상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리고 이탈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외국인의 증시 이탈이 환율에 영향을 주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외국인은 2021년 들어 4월을 제외하면 줄곧 순매도 행진을 보여 왔다.

미국이 빠른 속도로 통화정책을 정상화해 나갈 때, 우리 통화정책 단행 속도가 이에 못 미칠 경우 원화 약세 및 금융시장 불안은 언제든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일시적 조정 이후의 위기 준비를 게을리할 수 없는 이유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