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반박하는 여자들
[신간] 반박하는 여자들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1.10.2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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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창비)
(사진=창비)

뉴욕예술재단 창작기금, 호프우드 문학상을 수상한 주목받는 신예 대니엘 래저린(Danielle Lazarin)의 첫 소설집 ‘반박하는 여자들’(Back Talk)이 ㈜미디어창비에서 출간됐다.

21일 창비에 따르면 ‘반박하는 여자들’은 그간 남성 화자는 한 적 없던(혹은 할 필요가 없었던) 이야기들이 어느 때보다 대담하고 솔직하게, 그래서 더욱 듣고 싶었던 목소리로 담겨 있는 작품이다.

작가 대니엘 래저린은 “독자들은 일반적으로 여성이 하나의 덩어리처럼 단일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인 양 유사한 공간에서 여성서사가 끝나기를 바란다”(Girls at Library 인터뷰)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첫 소설집은 이러한 기대와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수록된 16편의 소설은 그간 비가시화되고 납작하게만 그려졌던 여성의 욕망이 얼마나 다종다양할 수 있는지를 일련의 사건과 함께 개연성 있게 펼쳐 보인다.

사춘기와 결혼, 이혼과 불륜이라는 사적 경험과 서사에서 여성이 그 주체가 되었을 때, 여성의 목소리는 하나의 사건이 개인의 영역을 넘어 여성 보편의 문제로 환원되는 현실적 매개체가 돼준다.

이 책의 인물들은 지극히 평범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이야기에서든 현재 혹은 한때의 나와 같은 인물들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반박’은 미국 나이 15살의 여성 화자가 써내려가는 첨예한 독백이다. 자신의 몸을 원하는 남자의 요구와 이후의 소문에 대해 침묵을 택한 여성. 독백으로나마 하지 못한 말을 분출하는 여성의 이야기는 침묵이 동의로 간주되는 사회에 던지는 분노와 항변으로 읽힌다.

고독한 도시에서 사적인 공간은 여성의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하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결혼 생활을 청산하고 집을 내놓은 화자는 이웃에 사는 줄리엣과 친구가 된다. 줄리엣의 남편이 집을 비운 날이면 그녀의 집에서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는 두 여성의 모습은 서로 다른 환부와 경험을 공유했을 때, 이것이 어떻게 공감받고 치유될 수 있는지를 담백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두 번째 가족’에서 화자는 아빠의 두 번째 가족의 딸이고, 출산을 앞둔 이복 언니의 아이들을 주기적으로 돌보고 있다. 일과 연애에서 흔들림을 겪으며 이십 대를 통과하는 화자에게, 분리된 삶이라 여겼던 아빠의 첫 번째 가족들과의 교류가 어느새 편안한 일상으로 자리 잡게 된다.

아직은 익숙한 것보다 새로운 게 많은 유년 시절만큼 자매애가 빛을 발하는 시기가 또 있을까.

‘홀로그램 영혼’에서 화자의 동생 V(버네사)는 어른들과 친구들의 비아냥에도 자신이 마술을 부릴 수 있다고 굳게 믿지만, 엄마의 먼 여행이 두렵기만 한 아이일 뿐이다. 이제는 어른이 되어 자신의 길을 떠난 동생의 빈자리를 더듬어보는 언니의 시선은 유약하지만 같이 있음에 용감했던 유년 시절을 따스하게 보듬는다.

한편 작가 대니엘 래저린 뉴욕에서 태어나 오벌린 칼리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미시간 대학에서 헬렌 젤 문예창작과정을 밟고, 예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 예술재단의 창작기금을 받았으며, 호프우드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반박하는 여자들’이 첫 소설집이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