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논란 이틀 만에 호남행… "발언 최대한 고민하라"
尹 "유감"… 당내선 "사과 본 적 없다", "두 번 능멸" 난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호남으로 직행했다.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의 전두환 옹호 발언을 수습하기 위해서다. 당 지도부는 겨우 녹인 호남 민심이 물거품 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빠진 반면 윤 후보는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언급하면서도 이전의 해명을 되풀이해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전남 여수에 있는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와 순천에 있는 여순사건 위령탑을 각각 참배했다. 또 전남도당 당협위원장 회의와 지역 언론인 간담회를 개최해 지역과 접촉면을 넓혔다. 이번 호남 방문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정치는 잘했다, 호남 사람 가운데도 그런 이야기하는 사람이 꽤 있다'는 윤 후보의 발언에 성난 호남 민심을 다독이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당 지도부는 실언 이틀 만에 호남을 찾아 발 빠르게 대응하는 동시에 윤 후보를 향해 '경고장'을 꺼냈다.
이 대표는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를 겨냥해 "우리 당에서 정치하는 분들은 특히 호남 관련 발언은 최대한 고민해서 해 달라"며 "(윤 후보가) 어떤 의미로 발언했는지 설명했지만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기현 원내대표 역시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남에서 "정치인은 어떤 발언을 하는 데 있어서 본인 내심의 의도와 달리 국민이 어떻게 인식할 것인지를 잘 헤아려서 신중하게 (발언)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뼈있는 말을 남겼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호남, 특히 전두환씨는 함부로 얘기해서는 안 될 주제"라며 "(그런 말이) 대선 예비후보 입을 통해 나오니 당황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당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당원 대부분이 '5.18에 대해서는 이미 평가가 끝난 상황인데 그걸 굳이 예로 들어서 자신의 메시지를 설명해야만 했을까'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해당 발언을 놓고 비판 여론이 거세자 이날 오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청년 정책·공약 발표에 앞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며 "5공 정권을 옹호하거나 찬양한 것은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적재적소에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발언 취지를 재차 설명했다. 이어 "TV토론 일정이 끝나면 (광주를) 바로 좀 방문할 생각"이라고 했다. 다만 윤 전 총장은 '사과 혹은 사죄라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유감 표현으로 받아들여달라"고만 답했다.
이 같은 윤 후보를 향한 당 대선 경쟁주자들의 공세는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유승민 캠프 권성주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논평에서 "'사죄'도 '사과'도 '죄송'도 '송구'도 아닌 스스로 불만스럽게 생각한다는 '유감'이라는 단어로 호남을 두 번 능멸했다"며 "굳이 그런 단어를 써가면서까지 절대 사과도, 반성도 하지 않는 윤 후보의 속내는 대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홍준표 캠프 이언주 공동선대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더 큰 문제는 윤 후보가 실언하거나 잘못 하고도 절대 사과하는 걸 본 적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번에도) 사과하라는 참모들 요구를 묵살하고 도리어 설득했다고 하니 말이다"라고 질타했다.
원희룡 후보도 전날 페이스북에 "군사 쿠테타와 5.18 말고 잘못한 것이 없다는 윤 후보의 인식은 공정과 정의를 위협하였을 뿐만 아니라 헌법정신을 망각한 것"이라며 국민에게 실언을 사과해야 한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