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결제 해주세요"…고객 요구 외면하는 보험사
"카드결제 해주세요"…고객 요구 외면하는 보험사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1.10.2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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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보험료 카드 결제 10건 중 2건 못 미쳐
1년 갱신·금액 큰 자동차 보험만 '카드 환영'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제주도에 사는 30대 주부 황 모씨는 5년 전 삼성화재 어린이보험에 가입했다. 최근 황 씨는 자신이 쓰는 카드로 보험료를 납입하면 실적으로 인정된다는 사실을 알고,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결제 방법을 바꾸려고 콜센터로 연락했다. 하지만 콜센터 직원에게 카드 결제를 하려면 삼성화재 홈페이지에서 매달 본인이 직접 카드 결제를 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매번 정해진 날에 시간을 내 결제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 탓에 결국 황 씨는 카드 결제를 포기했다. 

21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말 기준 삼성화재 신용카드납 지수는 16.9%다. 이는 전체 보험 10건 중 2건도 카드 결제가 안 된다는 뜻이다.

상품 유형별로 보면 자동차 보험은 78.9% 카드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 보험은 일 년에 한 번 결제하고, 내는 금액도 많다 보니 소비자 부담을 덜고자 카드 결제가 보편화 돼 있다. 다시 말해 일 년에 한 번씩 보험사를 바꿀 수 있고, 금액도 커 소비자 유입을 위해 편의를 최대한 맞추는 것이다. 여기에 카드사 또한 무이자 할부나 주유권 지급 등 다양한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반면, 자동차 보험을 제외한 장기보장성보험 신용카드납 지수는 사정이 다르다. 해당 보험에 대한 카드 결제는 담당 설계사가 직접 카드 승인을 넣는 대리 결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삼성화재의 상반기 장기보장성보험 신용카드납 지수는 13.0%, 저축성보험은 5.5%로 집계됐다. 비율로 따지면 자동차보험의 6분의 1, 14분의 1수준에 그친다.

특히,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십수년을 매달 결제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 탓에 설계사들이 신용카드 결제를 외면하는 것도 신용카드 결제 비중이 낮은 이유다.

실제 일부 설계사들은 카드 결제로 변경을 요구하면 해당 상품은 카드 결제 기능이 없다며, 사실상 카드 결제를 거절하는 사례도 있었다.

30대 직장인 서모 씨는 "2년쯤 전부터 매달 8만원가량 삼성화재 실비 보험을 내고 있는데, 결제 방법을 바꾸려고 하니 담당 설계사가 '카드 납부 기능이 없다'라고 안내해 변경을 포기했다"면서 "주변에 카드 결제가 된다고 해서 다시 확인했더니 그제야 '매달 카드번호를 알려주면 가능하다'라고 말을 바꿨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상황에 대해 삼성화재 관계자는 "대리 결제는 고객 카드 번호 및 정보를 알고 있는 설계사가 매달 결제일에 맞춰 결제를 대행하는 것으로 결제 누락에 대한 분쟁과 도용 등 금전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보험상품에 대한 신용카드 결제 비율이 낮은 것은 삼성화재뿐만 아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상품별 카드 결제 비율은 자동차보험은 평균 72.7%, 장기보장성보험은 15.4%, 저축성보험은 5.5%로 나타났다.

삼성화재의 경우 카드 결제 비중은 자동차 보험만 평균보다 6.2%p 높았고, 저축성보험은 평균 수준, 장기보장성보험은 오히려 2.4% 낮아 업계 1위, 리딩 기업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한 수준이다.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은 삼성화재가 업계 리딩기업인 만큼, 선도적으로 카드 결제 비중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은 "보험료 카드 결제는 오래전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금융 이슈로 보험사와 카드사가 각자 유리한 입장만 강조하면서 소비자 불편만 가중되고 있다"면서 "수수료 등 수익에 관한 민감한 부분인 만큼, 금융당국이 나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험사 및 카드사의 이윤은 결국 소비자에 의해서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 학과 교수 역시 "영세소상공인도 수수료를 내고 있다"며 "이는 소비자 편의와 거스를 수 없는 결제 시장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형 보험사가 보험료를 카드로 받지 않는 것은 대기업 위성에 걸맞지 않은, 소비자 편의를 외면하는 것"이라며 "말로만 고객 중심 경영이 아니라 고객 지향적 사고로 소비자 편의를 제고하며 수익성 확대를 위한 시스템 및 상품 기획 등 강화된 선진 경영을 보여줄 때"라며 쓴소리를 냈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