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기업은행, 퇴직연금 수익성 바닥…꺾기 논란 해소 주문↑
[이슈분석] 기업은행, 퇴직연금 수익성 바닥…꺾기 논란 해소 주문↑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1.10.18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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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기업 정보 활용 유치 논란 반복…시민단체·당국 주시
"작은 규모 가입 회사 많아 수익 어려워" 개선노력 해명

올해 2분기 DB형에서 KB국민은행은 8조201억원(지난해 2분기 7조2213억원), KDB산업은행 6조1830억원(5조6436억원), 신한은행 11조6306억원(10조5350억원), 우리은행 7조4615억원(6조8248억원), 하나은행 9조6585억원(8조5759억원) 등과 비교해 보면 이른바 기업영업에 상당히 강점을 보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IBK기업은행)
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IBK기업은행)

성장세나 규모 모두 시중, 국책을 통틀어 타 은행 대비 수위권에 속하는 셈이다. 

다만 수익률은 문제다. 올해 2분기 기준 DB형 수익률은 1.22%로 국민 1.58%, 산업 1.45%, 신한 1.69%, 우리 1.51%, 하나 1.50% 등에 뒤떨어진다. 은행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증권이나 보험 등 타업권 대비 낮은 편인데 그 중에서도 바닥권인 셈이다.

특히, 퇴직연금 중 DB 영역은 '잡힌 고기에 먹이를 주지 않는' 상황에 자주 비유되고는 한다. 기존 퇴직금 제도를 변경하면서 사실상 강제로 가입을 택한 것이라 분석이나 관심이 떨어지고, 근로자보다는 사측 선택에 따라 안정성 위주로 가입을 한 것이다 보니, 수익성은 뒷전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금융기관에서도 막상 가입에는 열을 올리지만 수익을 돌보지 않는 상황이 빚어지는 것.

기업영업 측면에서 은행들이 이에 접근하는 경우 상황이 더 나빠진다. 이른바 대출 관련 부대 금융(교차금융, 교차판매)업무 서비스에 열을 올리면서, 꺾기 논란에 말려들 수 있는 것이다.

◇ 꺾기 논란 많은 기업은행, 퇴직연금도 우려 높아

원래 교차판매는 한번 거래를 계기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지치기를 해서 주거래은행으로 자리잡겠다는 순수한 의도지만, 대출을 내주는 등 갑의 입장에서 다른 것도 더 가입하라는 식으로 꺾기 확장으로 치닫는 경우 문제가 된다. 교차판매는 적금, 신용카드, 급여이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나지만, 대출 등을 통해 기업체 상황을 잘 아는 은행이 퇴직연금 영업을 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각종 상품이나 업무를 많이 이용, 추가할수록 거래 은행을 바꿀 수 없을 뿐 아니라 다른 금융기관으로 이전하는 데 갖가지 불편한 점이 생긴다. 퇴직연금 본래의 문제에 꺾기 우려까지 겹치면서 가입자 이익은 완전히 뒷전이 되는 셈이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은행계에서도 꺾기와 교차판매 논란이 가장 심하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시행된 코로나19 1차·2차 은행권 대출이 약 67만건을 조사됐고, 이 가운데 꺾기 의심 사례가 전체의 34%에 달한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기업은행이 9만6000건으로 42.1%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 3만6000건(15.6%) △우리은행 2만9000건(13%) △NH농협은행 1만5000건(6.5%) △신한은행 1만3000건(6.1%) 등의 순이었다.

퇴직연금 분야의 꺾기 의심으로 좁혀 들어가자면, 윤관석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지난해 6월 기준 특정 은행에 퇴직연금 운용관리를 맡긴 회사 중 이들 은행에 대출이 있는 회사의 비중은 50.2%였다. 그 중 기업은행(66.9%)과 산업은행(71.5%)의 의심사례가 가장 많았다. 4대 시중은행 의심 사례 평균은 41.2%였다.

기업은행은 은행권 코로나19 1·2차 전체 대출의 34.5%(26만9576건)를 차지할 만큼 금융지원에 적극 나서기도 해, 정책금융 자료를 꺾기에 악용하냐는 비판까지 함께 받았다.

올해 국감에서도 꺾기 의심 1위는 기업은행이었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14일 올해 기업은행의 꺾기 의심 거래 금액은 16조6252억원으로 은행권 전체의 37.8%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3년 반 사이의 누적 꺾기 건수(추정액수) 사례에서 볼 때에도 단연 최다다. 3년 통합 전체 중소기업 대출 중 기업은행의 꺾기 의심 비율은 30.3%에 달했다. 건수로는 32만4025건으로, 다음으로 많은 KB국민은행 의심 케이스 14만403건에 비해 2배 이상이다.

이와 관련해 유동수 의원은 교차판매 문제에 열을 올리게끔 하고, 이는 불법적 꺾기 유혹으로 이어지는 기업은행의  구조적 문제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유 의원은 기업은행이 최근 몇 년새 핵심성과지표(KPI) 평가에서 직원들이 꺾기 유혹에 내몰린다는 지적에 따라 방카슈랑스나 카드 영업 점수 비중을 줄이는 등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교차판매 배점 비중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졌다고 분석했다.

2019년 개인고객에 대한 교차판매 배점은 1년 만에 5점 증가한 25점으로 늘어났다. 2020년에는 전년 대비 10점을 늘려 35점을 배정했다. 2017년과 비교하면 3년 만에 20점이 늘어난 것이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교차판매 KPI는 2019년까지 15점으로 유지되다가 지난해 20점으로 상향됐다.

이런 상황에서 각종 적금 등 교차판매 실적은 직원들의 주요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고, 특히 건당 유치 덩어리가 큰 퇴직연금을 기존 고객이나 신규 대출 고객 기업군을 압박해 유치할 여지도 높다진다는 것이다.

◇ KPI 논란 등 "총점 기준으로는 개선"…당국·시민단체 "예의주시 중"

기업은행에서도 퇴직연금 운용 수익성이 낮다는 지적을 모르지 않는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97.6%가 중소기업이며, 기업당 평균 적립액이 1억원 미만으로 특성상 리스크 대신 안정성을 중시한 형태로 운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IBK기업은행 마스코트 '기은센'. (사진=IBK기업은행)
IBK기업은행 마스코트 '기은센'. (사진=IBK기업은행)

이 관계자는 "높은 수익을 선호하는 고객에게는 TDF(타깃데이트펀드) 이벤트 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원리금보장상품을 선호하는 고객에게도 최적금리 자동매수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장기적으로 볼 때) 가장 높은 금리로 운용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퇴직연금을 꺾기로 유치한다는 의혹, 특히 KPI 평가 구조상 퇴직연금 등 유치에 유혹을 받는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비율로 보면 그렇게 볼 여지도 있지만) 총점 전환이 되면서 영업점별 부담이 적어진 상태"라며 현재는 퇴직연금 등 꺾기 논란이 없거나 사라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일반적인 꺾기 의혹 규제는 물론, 퇴직연금 등 장기 거래를 전제로 한 꺾기 발생은 더욱 철저히 관리 감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각계에서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서도 꺾기 의심 거래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과 통계를 작성, 감시하고 있고 퇴직연금 등 항목(상품)별로 세분화해서 통계조사 및 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형배 의원실에서는 현재 꺾기는 법상으로 위법으로 보고 관리를 하고 있지만, 은행들의 편법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계약 후 1개월 이내를 규제 기간으로 정하고 있지만, 당국이 사실상 2개월까지 의심거래 사례를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규제와 관찰 기간을 더 늘리고 모니터링을 강화할 수록, 꺾기 유혹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무가 늘더라도 의지를 갖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퇴직연금 등 초장기 관심 대상도 결국에는 '의지의 문제'라는 지적인 셈이다.

이와 함께 당국이 정보 악용을 막는 차원에서 특히 정책금융 집행을 맡는 은행들의 경우, 해당 기업 퇴직연금 등에서 아예 수주를 차단하는 등 강수도 검토할 필요도 제기된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운용 방식과 기법상 차이로 특히) 증권시장 상황이 좋을 때 증권사 운용 퇴직연금 수익률이 은행권에 비해 많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은행권에서도 꾸준히 수익률 제고 노력을 해야 한다"며 현재 업종별, 개별은행별로 수익률 차이가 지나치게 큰 상황에 대해서는 분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 처장은 퇴직연금 유치 과정의 꺾기 논란 등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고 있다.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이 은행 말을 안 들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상당히 장기 상품인 퇴직연금에서는 회사 종업원들의 미래 문제 때문에 특히 꺾기를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