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빅테크기업들의 엔드게임(End game)
[기고] 빅테크기업들의 엔드게임(End game)
  • 신아일보
  • 승인 2021.10.05 13: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학수 하나은행 도곡PB센터 GoldPB팀장
 

코로나19 이후로 비대면 경제가 폭발적으로 활성화되며 빅테크기업들의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우리가 이름만 대면 알고 있는 테슬라와 애플, 카카오, 네이버 등의 주가는 최근 몇 년 만에 5배수 이상의 급상승을 이뤘고, 이제 데이터가 과거 원유·철강 등의 자원을 대체할 만한 수준으로 귀중해졌다. IT시대가 우리 삶에 스폰지처럼 흡수된 시기가 된 것이다.

빅테크란 거대 정보기술 기업을 의미한다. 사실 말이 빅테크이지 이들의 수익구조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서비스 공급자인 택시, 금융, 쇼핑, 호텔, 항공 등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 사이에서 중개 사업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아마존의 수익구조도 예전 동네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들여놓고 소비자에게 파는 구조와 동일하다. 단지 이를 인터넷과 소비자의 니즈를 연결해 그 가격 경쟁력까지 더해서 소비자를 가장 만족할 만한 모델로 세팅해 놓은 것이다.

국내의 양대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이 구조로 국내 가장 큰 중개 수수료를 받는 기업으로 우뚝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독점적 네트워크에 정부가 나서기 시작했다. 이는 마치 예전 이마트와 같은 대기업이 동네 슈퍼마켓을 잠식하는 것과 비교도 안 되게 더 큰 독과점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결국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인해 정부가 이를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나섰다. 하지만 규제를 계속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늦은 시간에 호출하던 카카오택시를 이용하지 않고, 멀뚱멀뚱 기다리고 서 있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더욱 더 편리한 방식을 이용할 것이지만, 문제는 이에 공급자와 소비자의 비용이 중개 사업을 하는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기업들에게 수수료로 너무 많이 흘러 들어가는 최근의 구조에 사람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제 빅테크기업들의 엔드게임이 시작됐다고 본다. 기존의 독과점 방식에 정부나 공급자, 소비자는 방관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공급자나 소비자는 플랫폼 기업들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어떤 빅테크기업이 이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느냐가 앞으로 생존의 갈림길이 될 것이라고 본다. 투자의 관점에서는 최근의 빅테크 기업들 중에 이를 극복하고,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는 기업이 어떤 기업이 될 것인지 눈여겨볼 시기라고 생각된다. 그러한 기업은 원래의 플랫폼 비즈니스의 목표인 혁신과 소비자 후생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기업일 것이다. 단순히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서 단기간에 달콤한 열매를 따먹으려는 목표가 원래의 취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정부가 빅테크 기업들을 규제할 새로운 법과 제도를 계속해서 만들면서 빅테크와의 결전을 준비하기 이전에 빅테크 기업들은 공급자와 소비자를 위해 계속 상생해 나갈 방안을 마련해야 될 시점인 것 같다. 특히, 새로 출범하는 토스뱅크를 포함해 이제 인터넷은행은 카카오뱅크, 케이뱅크로 3개로 늘어났다. 처음에는 기존의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과 같은 전통적인 은행들 사이에서 과연 인터넷은행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많았다. 하지만, 이를 보기좋게 무너뜨린 일이 일어났다. 최근 카카오뱅크의 상장 후 시가총액은 국민은행 시가총액 22조의 거의 두 배 가량인 40조 가량을 기록하며, 여지없이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주가가 향후 은행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다. 기존의 은행들도 이제 비대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고객에게 신뢰감과 서비스가 접해있는 금융업이라는 측면에서 특히, 지금 이 시점은 향후 고객들에게 어떤 편리함과 혁신을 통해 다가가야 고객들이 진정한 마음을 열 수 있을지, 기존 전통적인 은행과 새롭게 출시한 인터넷은행들이 생존의 기로에서 적극적으로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김학수 하나은행 도곡PB센터 GoldPB팀장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아일보]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