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표 메뉴 하나로 승부하라 
[기고] 대표 메뉴 하나로 승부하라 
  • 신아일보
  • 승인 2021.10.0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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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호 내고향시푸드 대표
 

코로나19가 성행하기 몇 해 전 지인 중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대표가 인도네시아 진출을 고민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본 적이 있다. 그는 떡볶이를 주 메뉴로 승부하는 프랜차이즈를 운영했었는데, 인도네시아에선 단일메뉴보단 다(多)메뉴가 인기가 좋아 어떤 음식을 같이 준비해 들어갈 것인가가 주된 고민이었다. 

이렇듯 음식은 어느 곳에서 창업을 결정하는지에 따라 어떤 메뉴를 넣어야 하는지가 달라진다. 상권이 어떻게 형성됐는가도 메뉴 개발의 중요 지표다. 하지만 길게 창업을 영위하고 싶은 예비창업자라면 아직 한국사회에서는 뚝심 있는 단일메뉴로의 승부가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단일메뉴로 창업을 했다가도 ‘메뉴를 늘리고 싶은 욕망’은 창업한 지 몇 년이 지나면 빈번히 차오르게 된다. 창업 전 분명히 대표 메뉴를 정하고 그것에 매진을 하자고 다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메뉴를 늘려 고객을 더 끌어들이고 싶은 욕망은 하루에도 수 십 번씩 피어오른다. 

이것만 추가하면, 저것만 추가하면 외식업이 성공으로 치달을 것 같은 마음일 것이다. 뚝심 있게 대표 메뉴 한 가지로 외식경영을 하는 이에게 성공의 문을 더욱 활짝 열려 있다. 이는 오랜 시간 대표 메뉴 하나로 식당을 운영해 온 필자의 경험담이다.   

인간의 눈을 멀게 하고 귀를 먹게 하는 것은 오롯이 인간의 욕망이다. 한 가지 색이 단조로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색을 갖추다 한들, 소리가 심심해 모든 종류의 소리와 음악을 다 얻는다 한들 그것은 절대로 한데 어우러지지 못한다. 

외식창업자들도 이와 마찬가지다. 자신의 대표 메뉴를 믿지 못하고 점차 메뉴가 늘어나다 보면 식당의 정체성은 불분명해지고 어디서나 흔한 개성 없는 식당으로 남게 된다.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 단지 배를 채우기 위해 들르는 식당이 되고 마는 것이다. 

남들과 다르게 만들 수 있는 한 가지의 음식이 있는가? 그 음식을 먹어본 이들이 모두 긍정적이고 희망찬 비전을 제시해 주던가? 그렇다면 자신의 메뉴를 믿으면 된다. 

영업 초반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고 불안한 마음이 들어 이 메뉴, 저 메뉴를 만들어서 내놓다 보면 오는 손님들도 헷갈리고 만드는 입장에서도 자신이 없어져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고객은 자신이 갔던 식당의 메뉴 중 두 개, 세 개의 메뉴를 기억하지 않는다. 

식당을 떠올릴 때 대표 메뉴 하나만 기억한다. ‘이 식당은 이것이 맛이 있었고, 저 식당은 이것이 맛있는데 오늘은 여기로 가볼까?’라는 선택의 프로세스를 거치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저렇게 해도 도무지 머릿속을 맴돌며 판단을 흐리게 하는 메뉴 확장의 욕망을 참지 못할 때에는 대표메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사이드 메뉴를 개발 할 것을 추천한다. 

대표메뉴와 함께 곁들이면 좋은 가벼운 음식을 개발해 서비스 하면 테이블 객단가도 높아질뿐더러 대표 메뉴에 대한 사람들의 호응도가 점차 올라갈 것이다. 김치찜 식당이 김치찜과 어울리는 계란말이를 내듯이 말이다. 단 하나의 대표메뉴와 그와 어울리는 사이드 메뉴의 힘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다. 

앞서 이야기 했던 인도네시아 진출을 고민하던 프랜차이즈 대표는 결국 인도네시아 진출을 포기했다. 자신 없는 메뉴를 곁들여 성공할 것이란 자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아쉬웠겠지만 현재 그 프랜차이즈는 강력한 단일메뉴와 그와 어울리는 사이드 메뉴 개발로 코로나19 시대에도 굳건히 버티고 있다. 

/김철호 내고향시푸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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