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상자산 업계, 소비자 보호가 우선
[기자수첩] 가상자산 업계, 소비자 보호가 우선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09.28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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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가상자산 거래소 신고 마감일을 기점으로 드디어 가상자산 시장이 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왔다. 이제까지는 가상자산 업계에 대한 규율이 따로 없어 흡사 '무법지대'에 가까웠다면, 지금부터는 금융투자상품에 준하는 엄격한 투자자 보호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세계 3위 수준이다. 일일 자산 거래량은 21조원 정도로, 코스피 거래액 약 15조원을 웃돌 정도다. 하지만 가상자산 시장을 관리할 규제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특히 가상자산 거래소의 임의적인 암호화폐 상장과 폐지, 자전거래, 시세조작 등은 마땅한 규제가 없어 사실상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업비트 운영사인 송치형 두나무 의장은 자전거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나,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사실상 관련 법규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TV 광고 역시 금융투자상품에 준용하는 규제는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다. 투자상품의 광고에 대해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세 내용을 적시해야 하는 등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관련 규제가 없다보니 사실상 투자 권유의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심지어 업비트는 현재 투자자보호센터를 운영중인 것처럼 광고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설립을 준비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외에도 국내 여타 거래소의 불법 환치기 의혹 등 국제적 자금세탁 및 외화 밀반출 관련 사건이 왕왕 일어나고 있지만, 가상자산에 대한 이해와 규제 미비로 인해 수사가 더디게 진전되고 있어 실질적 투자자 보호가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 사례를 우리나라의 규제 적용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 가상자산 규제체계 선진화를 주도하는 국가인 미국과 유럽은 가상자산을 금융투자상품과 비금융투자상품으로 나누고, 전자의 경우 기존의 증권법 체계에 따라 규제한다.

증권에 해당하는 가상자산은 공시규제와 불공정거래 등에 대해 강한 규제를 받는다. 특히 이를 판매하기 위해선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거나 사모발행을 통해 발행공시의무를 면제받아야 하고, 시세조종이나 미공개정보이용 등 다른 거래자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포괄적으로 금지된다. 

이제 가상자산은 확인된 국내 거래소 이용자만 1500만명에, 예치금은 약 62조원에 달하는 대중적인 투자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정부가 주식과 같은 금융투자상품에 준하는 규제를 가상자산 업계에 적용해, 적극적으로 투자자 보호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국민들이 앞으로 얼마나 건강한 부를 축적할 수 있겠는가는 정부의 손에 달렸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