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업계, 특금법 시행에도 소비자 보호 '미진'
가상자산 업계, 특금법 시행에도 소비자 보호 '미진'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09.2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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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등 주요국은 코인 발행·거래 등 엄격
국제적 정합성 맞는 규제 정비로 거래자 보호해야
지난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코인원 고객센터 모니터에 표시된 가상화폐 시세 현황. (사진=연합뉴스)
지난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코인원 고객센터 모니터에 표시된 가상화폐 시세 현황. (사진=연합뉴스)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가상자산 거래소가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게 됐지만, 아직도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소비자 보호는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자산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따라 금융투자상품에 준하는 적극적인 투자자 보호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8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대 거래소만 하더라도 올해 수십 개의 코인을 상장폐지했다. 각 사는 거래지원 기준에 미달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지만, 상장이나 폐지의 기준이 모호해 투자자들이 강한 불만을 가져왔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시장에서 코인의 상장이나 상장폐지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며 "업계 스스로가 상장이나 상폐 기준을 투자자에게 더욱 명확히 알릴 수 있도록 자정·감시해야 하고, 정부는 업계의 자정 능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투자자 보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의 TV 광고 역시 금융투자상품에 준용하는 규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투자상품을 광고하는 경우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세 내용을 적시하는 등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규제가 없다 보니 사실상 투자를 권유하는 내용임에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업비트 TV광고 중 한 장면. (자료=업비트)
업비트 TV광고 중 한 장면. (자료=업비트)

실제로 업비트는 최근 TV 광고를 통해 가상화폐 투자를 바람·바다·산과 같은 자연의 가르침에 비유하며 '안전한 투자를 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해당 광고는 사실상 투자 권유 광고이지만, 업비트는 가상자산이 법적 지위가 없다는 점을 악용해 금융광고 규제 가이드라인을 회피하고 있다고 업계는 지적했다. 또 업비트는 투자자 보호센터를 운영 중인 것처럼 광고를 했지만, 실제는 설립을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의 자전거래나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행위가 다수 발생하고 있지만, 관련 규제가 없어 사실상 처벌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가 적극적인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노웅래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코인 상장과 폐지에 대한 정부의 관여 여부나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처벌, 가상자산 관련 공시의 한글화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한 대책을 입법화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들과 논의 중"이라며 "늦어도 11월 중 관련 법안이 발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외국의 규제 제도 사례를 보면, 가상자산 거래소가 증권에 해당하는 가상자산을 판매하기 위해선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거나 사모 발행 등을 통해 발행공시 의무를 면제받아야 한다.

또 시세조종·미공개정보 이용 등 가상자산이 거래되는 시장의 합리적인 가격 형성을 침해하거나 내부자가 정보 비대칭을 이용해 다른 가상자산 거래자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포괄적으로 금지된다.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금융투자상품인 가상자산에 대한 중개·자문·집합 투자 등 행위를 계속적, 반복적으로 하는 경우엔 중개업자나 자문업자 등으로 금융감독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재 미국·유럽 등 주요국에서는 가상자산을 금융투자상품과 비금융투자상품으로 나눠 전자의 경우 기존 증권법 규제와 같이 엄격한 체계를 적용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이 같은 규제의 적용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상자산 거래와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국제화된 현실을 고려했을 때, 우리 정부도 장기적으로 가상자산거래자 보호와 시장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해 국제적 정합성에 맞는 규제체계 정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가상자산 거래소 구조조정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회에서도 가상자산 업권법 제정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 가상자산 TF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업권법의 기본 원칙을 △이용자 보호 △기술 중립성 △국제정합성 등 3가지로 제시하고, △규제책 정립 △가상자산업 분류 △사업자 진입 규제 △가상자산 상장·유통 △불공정거래 규제 등 5가지를 주요 쟁점으로 분류해 의견 형태로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안을 기반으로 구체적인 논의를 거쳐 의견을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