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무허가 건물도 제소전 화해 가능하다
[기고] 무허가 건물도 제소전 화해 가능하다
  • 신아일보
  • 승인 2021.09.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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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숙 변호사
엄정숙 변호사
엄정숙 변호사

“재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재개발을 시행할 때 임차인이 불법적으로 건물을 비워주지 않으면 계획이 수포로 돌아갑니다. 때문에 임차인과 제소전 화해를 하려 합니다. 하지만 무허가 건물입니다. 무허가 건물도 제소전 화해가 가능한가요?”

재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시행 당시에 임차인이 불법적으로 건물을 점유하고 비워주지 않으면 난처한 상황에 봉착한다. 소모적인 기간과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임차인이 끝까지 버티는 경우는 강제집행까지 해야 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제소전 화해를 하면 이런 소모적인 소송은 하지 않아도 된다. 제소전 화해 조서는 집행력이 있기 때문에 불법적인 임차인을 강제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건물이 무허가 건물이기 때문에 제소전 화해를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다. 조서가 성립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에서다.

결론부터 말하면 무허가 건물이어도 제소전 화해 조서 성립이 가능하다.

제소전 화해는 민사분쟁 시 당사자 간 분쟁이 소송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송 전에 신청서를 접수하여 법관 앞에서 화해 조서를 받는 제도다.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제소전 화해 조서를 기초로 강제집행이 가능하다. 명도소송보다 기간과 비용 면에서 월등히 좋기 때문에 임대차 관계에서 많이 쓰인다.

대법원이 지난해 발표한 ‘2020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전국 법원에 접수된 제소전 화해 신청 사건은 1만 415건으로, 2017년(1만 987건) 2018년(1만 907건)에 이어 매년 1만 건이 넘는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필자에게 선임된 총 제소전 화해 건수는 2206건이며, 이 중 임대차 문제로 제소전 화해를 성립시키는 경우가 95% 이상이었다.

제소전 화해는 당사자 간 동의 아래 합의된 내용으로 법원에 신청서를 접수한다. 혹시라도 강행법규에 위반되는 내용이 있다면 법관은 해당 조항을 제외·변경하도록 해 임대인뿐 아니라 임차인 모두 권리를 지킬 수 있다.

따라서 재개발 시 임차인이 건물을 제때 비워줄 수 있도록 임대차 계약서에 제소전 화해를 명시할 수 있다. 또한 특약사항에 '재개발 예정이며 재개발 시 임차인은 건물을 임대인에게 인도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면 도움이 된다.

만약 특약사항을 넣지 않았다고 해도 제소전 화해 성립엔 문제가 없다. 다만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위배되지 않는 재건축 요건을 갖추었을 때 가능하다.

제소전 화해 목적이 강제집행에 있으므로 조서 작성 시 유의해야 한다.

단지 제소전 화해를 성립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면 추후 집행이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법률전문성이 없는 일반인이나 사건 실무경험이 없는 사람이 강제집행까지 생각하지 못하고 제소전 화해를 진행한 경우 정작 필요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집행관은 제소전 화해 조서 내용대로 집행하기 때문에 불법적인 임차인 집행이 가능하도록 법률에 맞게 조서를 꼼꼼히 작성해야 한다.

/엄정숙 변호사

[엄정숙 변호사 프로필]

△제39기 사법연수원 수료
△현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현 부동산 전문변호사
△현 민사법 전문변호사
△현 공인중개사
△전 서울시 공익변호사단 위촉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
△전 서울시청 전, 월세보증금 상담센터 위원△저서 : 명도소송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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