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에 '잔소리' 쏟은 왕이… 사실상 "中 입장 존중하라"
文대통령에 '잔소리' 쏟은 왕이… 사실상 "中 입장 존중하라"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9.1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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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왕이에 "韓 비핵화 노력 뒷받침하는 역할 기대"
왕이, 대화 내내 "해야 한다" 주문… 美 견제동참 반대표명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하며 왕이 외교부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하며 왕이 외교부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외 정세를 두고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치열한 가운데 15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해야 한다"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며 대중관계 강화를 주문했다.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와 내주 유엔총회, 쿼드 정상회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등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의 한국 압박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먼저 문 대통령은 이날 왕 부장 접견에서 "그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과 기여를 평가한다"며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왕 위원이 한중관계 발전과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착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뒷받침해 주는 큰 역할을 해 주시기를 기대한다"고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나와 시진핑 주석님은 코로나 상황에도 긴밀히 소통하며 방역 협력과 인적 교류 활성화에 합의했다"며 나아가 "미래를 함께 열어가는 데에도 뜻을 같이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덧붙여 "나와 시 주석님이 뜻을 함께한 중요한 합의들이 원만하게 이행되고, 또 만족할 만한 결실을 거둬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더 높은 단계로 발전돼 나가길 기대한다"고 내세웠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을 일련하면 한중관계와 대외정세와 관련한 중국의 태도에 불만족하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읽힌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과정에서 중국이 다소 소극적인 분위기를 보이기 때문이다.

왕 부장 역시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왕 부장은 먼저 "중한 양국은 서로 떠날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이익을 실현하는 파트너"라며 "양국은 친척처럼 자주 왕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공자는 '삼십이립'이란 말을 했다"며 "그래서 (한중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양국 관계 발전의 성공적 경험을 정리하고, 앞으로 30년 양국 관계 발전을 잘 계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중한 양국은 나라 상황이 다르지만 상대방이 선택한 발전도를 걷는 것을 지지하고, 상대방의 핵심적인 그리고 중요한 관심 사안에 대해 상호 존중하고, 각자 민족의 문화를 존중하고, 그리고 국민 정서를 상호 존중해왔다"고 강조했다.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 흐름에 한국이 동참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개진할 것으로 분석된다. 왕 부장은 이어 "앞으로 이런 좋은 전통은 계속 유지해야 한다"며 덧붙여 "협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독촉하기도 했다.

앞서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서 "중국이 왕 부장의 방한을 통해 전랑 외교를 구사하면서 한국으로부터 쿼드와 파이브 아이즈에 가입하지 않겠단 약속을 받아내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중국의 압박이 공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겠지만, 한국 정부가 왕이 부장으로부터 잔소리를 들을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는데, 사실상 적중했단 평가다. 중국의 한국 압박이 심화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미중 사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