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느 겁쟁이 여성의 ‘얀센’ 접종 이야기
[기자수첩] 어느 겁쟁이 여성의 ‘얀센’ 접종 이야기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1.09.15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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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항간에 떠도는 괴담을 뒤로하고 씩씩하게 ‘얀센’ 백신을 접종 받았다. ‘얀센’ 백신은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과 달리 어쩐지 서자 취급받으면서 좀 모자란 백신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어왔지만 단 1회의 접종만으로도 ‘접종 완료자’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가장 큰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점만큼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상상을 초월해 ‘얀센’ 백신을 접종하고 “황천길 문 앞까지 갔다 왔다”라는 우스갯 소리까지 떠도는 실정이다. 2회를 접종해야 하는 타 백신과 달리 1회만을 접종하기 때문일까. ‘구글링’ 결과 화이자나 모더나에 비하면 가격도 무척 저렴한 데다 효과 면에서도 60%대의 효능을 나타낸다고 한다. 이런저런 장단점을 뒤로하고 무작정 접종하기로 했다. ‘접종하는 것이 접종하지 않는 것보다 이롭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믿어보기로.

동료들은 만류했다. 화이자도 있고, 모더나도 있고 효능 좋은 타 백신들이 있는데 왜 여성에게만 유독 혈전증을 유발한다는 ‘얀센’을 맞느냐고 말이다. 앞서 미국에서는 18세~50세 미만 여성들 중 소수에서 ‘얀센’ 백신을 접종 받고 혈전증이 발생해 접종을 중단한 바 있기에 만류하는 이유를 이해 못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작용은 화이자와 모더나 접종자에서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왜 유독 ‘얀센’ 백신에 대해서만 ‘포비아’ 현상이 생긴 것인지 그것에 대한 일종의 반기로 접종 받았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다’이다. 그저 가장 빨리 맞을 수 있는 백신을 찾았고, 그 결과 우연히 보건소에서 올린 백신 접종자 모집 공고를 보고 전화를 통해 예약을 했을 뿐인데 친구들조차 “용기가 대단하구나”라는 말을 했다. ‘얀센’ 백신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탓에 그저 1회만으로 접종 완료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만 컸던 모양이다.

예약에 성공한 후 ‘얀센’에 대한 폭풍 검색에 들어갔다. 마치 화상이 입은 것처럼 전신이 빨갛게 달아오른 사진과 ‘몽둥이찜질만큼 엄청난 근육통에 시달렸다’는 후기들이 즐비했다. ‘요단강을 건넜다’는 후기가 눈에 들어올 무렵 ‘얀센 백신 접종에 예약되었으며 기존 타 백신 접종 예약은 자동 취소되었습니다’라는 문자를 받았다. 이후 갈등과 번민을 거듭한 끝에 ‘얀센’ 백신 접종을 강행하기로 했다. “모든 백신에는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고 하잖아!”라며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드디어 접종 당일, ‘호랑이가 담배도 피웠다’는 전설처럼 손가락 마디만큼 굵다는 괴담이 떠돌았던 ‘얀센’ 백신의 주삿바늘은 독감백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따끔’할 틈도 없이, 주사를 무서워하는 환자한테는 주사 놓는 의사도 무서워진다며 의사선생님께서 “내 와이프도 나한테 접종 받았는데, 안 죽고 잘 살고 있어요. 걱정 말아요. 하하”

쾌재를 불렀다. 단 1회만으로 접종 완료자가 된 것도 모자라 주삿바늘도 전혀 아프지도 않은 데다가 아침 무렵 접종 후 수 시간이 경과해 저녁이 됐는데도 몽둥이찜질 같다는 근육통도 없었다. 행운의 여신이 내게로 오셨나. 접종 전 “겁나 아프대요” 하고 놀려대던 지인들을 떠올리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행복한 수면에 든 지 2시간여가 지났을까. 누군가 망치로 머리를 후려치고, 코끼리가 온몸을 밟아대는가 하면 커다란 구렁이가 가슴을 조이는 듯한 통증에 눈을 번쩍 뜨고 말았다. 염라대왕이 왔다리 갔다리, 요단강인지 루비콘강인지도 구별 못할 곳을 건너는 느낌이랄까.

“72시간만 참자” 인터넷을 검색하니 72시간 정도 경과되면 악마 같은 통증에서 벗어났다는 후기가 많았다. 그렇게 72시간이 경과하고도 이틀이 지난 이 시간까지 견디지 못할 통증은 아니지만 여전히 심심한 두통과 교차 반복되는 오한과 발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식은땀과 저림 증상으로 힘든 시간을 그저 타이레놀로 버티고 있다.

떠도는 괴담은 맞는 부분도 맞지 않은 부분도 있더라. 접종자들의 후기를 그저 괴담으로 치부해서도 안 되고, 그저 떠돌아다니는 괴담이라고 해서 방치해서도 안 될 일이다. 접종자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서 발표한 구체적이고도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망치로 머리를 때리고, 코끼리가 온몸을 짓밟고, 커다란 구렁이가 가슴을 조인다 해도, 그것이 당연한 면역반응이었다면 그날 밤 죽음의 공포로 떨면서 밤을 새우지는 않아도 됐을 텐데 말이다.

vietnam1@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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