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8월 CPI 둔화…연준 조기 테이퍼링 부담↓
미 8월 CPI 둔화…연준 조기 테이퍼링 부담↓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1.09.15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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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전문가 컨센서스 하회…그간의 병목 현상 '해소'전망
미국 타임스퀘어 전경. (사진=미래에셋증권)
미국 타임스퀘어 전경. (사진=미래에셋증권)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달보다 소폭 둔화 흐름을 보였다. 5%대의 상승률을 유지했으나 일단 상승세가 안정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월가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가 급히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에 나서야 할 부담을 덜어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 노동부는 14일(현지시간) 8월 CPI가 계절 조정 기준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5.3% 올랐다.

전년 대비 상승률인 5.3%는 전달의 5.4%에서 하락한 것으로 인플레이션 압박이 꺾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7월의 전년 대비 상승률 5.4%는 2008년 8월(5.4%) 이래 최고 수준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 예상을 취합해 전월 대비 0.4% 상승, 전년 대비 5.4% 상승으로 예상한 바 있다.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밑돌면서 연준의 테이퍼링 압박 역시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식료품과 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품목들을 제외한 8월 근원 CPI는 전월보다 0.1% 상승했다(전년 대비 4.0% 상승). 시장의 예상치인 전월 대비 0.3% 상승과 전년 대비 4.2% 상승을 모두 0.2%p씩 하회했다. 

지난 7월 근원 CPI가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4.3% 올랐었던 점을 감안하면 근원 물가 추세도 전달보다 둔화된 셈이다.

8월의 물가 상승은 에너지 가격이 주도했다. 다만 그간 CPI 상승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항공료와 중고차 및 트럭, 자동차보험 가격은 모두 하락했다.

중고차 가격은 7월 들어 상승률이 0.2%로 축소된 후 8월에는 아예 1.5% 하락했다. 신차 가격은 전월 대비 1.2% 오르고, 전년 대비 7.6% 상승했다.

에너지 가격은 전월보다 2.0% 올랐다(전년 대비 25.0% 올랐다). 휘발유 가격은 전월 대비 2.8% 오르고, 전년 대비 42.7% 상승했다.

음식료품은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3.7% 상승했다.

운송 서비스 가격은 전달보다 2.3% 하락했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4.6% 올랐다.

한편, 8월 주간 평균 실질 임금은 전월 대비 0.3% 오르고, 전년 대비 0.9% 떨어졌다. 같은 기간 시간당 평균 실질 임금은 전월 대비 0.4% 오르고, 전년 대비 0.9% 하락했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이 지표 흐름은 의미심장하다. 물가 상승 압력이 둔화됐다는 시장과 언론들의 평가가 나오면서, 조기 집행 시간표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는 전망이 나온다.

WSJ은 로라 로즈너-워버튼 매크로폴리시 이코노미스트 발언을 인용, "최근의 물가 급등세가 일시적이라는 점을 (8월 CPI가)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그간 공급상 요인 즉 병목 현상이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분석돼 왔다. 반도체 등 중요 부품의 부족 현상은 코로나19 대유행과 관련된 상품 수요 등과 함께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지표는 이런 상황들이 어느 시점 이후 정상 수준으로 되돌아갈 정도에 불과했다는 해석을 낳는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CPI 발표와 관련해, 8월치 한 번의 지표로 연준 테이퍼링 시계가 멈추지는 않을 것으로 풀이했다. 이는 인플레이션 흐름이 연준 내부의 기준을 충족한다는 전제를 깐 분석이다. 

반면, 인플레이션 흐름이 꺾여 연준의 테이퍼링 조기 집행 가능성이 꺾였다는 판단이 적지 않다. CNBC는 14일 기사에서 "연준 관계자들은 그간 인플레이션을 예의 주시해 왔지만 금년 오름세가 일시적이고 곧 사라질 요인들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이번 지표상 변화를 풀이했다. 

마켓워치도 또한 CNBC와 같은 신중론에 섰다. 이 매체는 로버트 프릭 네이비페더럴 크레딧유니언 이코노미스트를 인용해 "인플레이션 온도가 8월 상당히 둔화됐다"고 풀이했다. 조기 테이퍼링 논의가 일단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여, 글로벌 경제가 이런 전제로 움직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