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획일적 방역정책에 지쳐가는 소상공인
[기자수첩] 획일적 방역정책에 지쳐가는 소상공인
  • 윤경진 기자
  • 승인 2021.09.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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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필요한 건 재난지원금이 아니라 당당하게 일해서 버는 돈입니다.”

지난 2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코로나 공존시대, 위드 코로나 대비를 위한 방역체계 개편 촉구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소상공인은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이 자리는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 등 5개 중소기업·소상공인 단체가 참여했다.

이들 단체는 “두 달 넘게 이어지는 고강도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조치로 소상공인들은 사실상 영업을 포기하고 있다”며 “방역 수칙은 엄격히 적용하되 경제활동은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새 방역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각종 세금과 임차료 등 고정비 비중이 높은 소상공인들은 일회성인 재난지원금으로 고정비를 처리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들은 업종별 세분화된 방역체계 개편으로 사업장을 유지할 수 있게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6일부터 기존 거리두기(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 조치를 10월3일까지 4주간 재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유행이 안정화되면 10월부터는 일상에 가까운 거리두기 조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거리두기에 따른 피로도를 고려해 백신 접종 완료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 적용했다. 4단계 지역에서도 접종 완료자를 포함해 식당, 카페, 가정에서는 최대 6인까지 모일 수 있다. 식당과 카페 영업시간은 오후 9시에서 10시로 1시간 연장했다.

정부의 거리두기 조치에 대해 소상공인연합회는 "일부 완화 조치로 식당·카페 등의 업종에서는 다소 숨통이 트이긴 할 것"이라면서도 "최고 수준의 방역 조치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상황으로 소상공인은 일방적 희생을 강요받으며 코로나19 사태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정책 중심은 국민의 생명보호다. 기업 성장이나 개인 경제활동도 국민 생존권이 보장돼야 가능하다. 소상공인들도 이점을 알기에 정부의 방역체계에 협력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가 길어지면서 버티기 힘들 정도로 영업 피해가 커지고 있다. 중기중앙회가 실시한 '코로나19 공존 시대에 대한 소상공인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소상공인 63%는 현 방역 체계가 지속될 경우 휴·폐업을 고민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폐업까지 고민하는 소상공인들이 요구하는 건 방역체계 완화가 아닌 세분화다. 가령 학생들이 공부하는 스터디카페가 9~10시에 문을 닫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견이다. 업종별 영업시간을 다르게 하면 손님도 밀집되지 않아 방역과 영업 모두 도움이 돼 방역정책에도 무리가 없다는 생각이다.

제대로 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우선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위드 코로나 전환하기에 앞서 소상공인 목소리를 우선 들어봐야 할 시점이다.

yo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