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동산실명법 위반한 명의신탁... “법 시행 이전 정산약정은 유효하다”
[기고] 부동산실명법 위반한 명의신탁... “법 시행 이전 정산약정은 유효하다”
  • 신아일보
  • 승인 2021.09.14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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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숙 변호사
엄정숙 변호사
엄정숙 변호사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전에 지인과 명의신탁 정산약정을 했습니다. 제 돈으로 땅을 사고 등기는 지인의 이름으로 했습니다. 이 후 땅값이 올라 되팔면 수익금을 절반씩 나누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되면서 지인이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이 법에 의해 명의신탁은 불법이라며 땅을 되팔고도 돈을 주지 않습니다.”

최근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등기에 관한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 관련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2019다 266751 손해배상). 부동산실명법에 의해 명의신탁은 원칙적으로 불법이지만 법 시행 이전 정산약정은 유효하다는 판결이다.

부동산 명의신탁이란 돈은 A씨가 내고 등기는 B씨 이름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실소유자는 A인데 명의만 B이름으로 하는 것이다. A씨를 ‘명의신탁자’라 하고 B씨를 ‘명의수탁자’라 한다. 1995년 이전에는 명의신탁약정이 합법이었다.

하지만 1995년에 부동산실명법이 제정되면서 명의신탁 약정은 불법이 되었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은 ‘명의신탁약정은 무효로 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든 명의신탁약정은 허용되지 않게 되었다.

명의신탁이 불법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실명법 이전에 체결한 약정은 유효하다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1995년 이전 명의신탁 계약자들에게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명의신탁자 A는 부동산실명법 제정 이전인 1989년에 명의수탁자 B와 명의신탁 약정을 했다. 토지매입을 할 때 B이름으로 등기한 것이다. 명의신탁 약정을 할 때 ‘되팔 때는 절반씩 나누기로 한다.’는 정산약정을 했다.

명의수탁자 B는 부동산실명법 제정 이후인 2007년에 토지를 매도했다. 하지만 ‘되팔 때는 절반씩 나누기로 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부동산실명법에 의해 명의신탁은 불법이라며 정산약정은 무효가 되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원심인 광주고등법원은 B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봤다. 대법원 판결인 2014다30483 판결을 근거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은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 시켰다. A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법원 은 “원심이 판단근거로 삼은 2014다30483 판결은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후에 명의신탁 약정을 한 사례이기 때문에 이 사건에 원용하기는 적절하지 않다” 고 판시했다. 즉, 이 사건은 부동산실명법 이전 약정인데 이후 사례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어 대법원은 “약정 이후에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되었다거나 그 부동산의 처분이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후에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위 정산약정까지 당연히 무효로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전의 정산약정 계약이 무효가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부동산실명법 제3조 및 제4조가 명의신탁자에게 소유권이 귀속되는 것을 막는 취지의 규정은 아니므로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게 자신이 취득한 해당 부동산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즉, 이 사례에서 부동산실명법이 말하는 것은 명의신탁을 하지마라는 의미일 뿐, A의 소유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B는 부당이득 금액을 A에게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법 시행 전(95. 7. 1. 시행)에 처분대금을 나누기로 하는 명의신탁약정을 한 신탁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현명할까. 수탁자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신탁자는 내용증명서, 문자, 카카오톡, 메일 등으로 정산약정에 따른 금액을 손해배상으로 요구해야 한다. 수탁자가 법을 이유로 명의신탁약정은 무효가 됐으니 정산대금도 지급할 수 없다고 하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엄정숙 변호사

[엄정숙 변호사 프로필]

△제39기 사법연수원 수료
△현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현 부동산 전문변호사
△현 민사법 전문변호사
△현 공인중개사
△전 서울시 공익변호사단 위촉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
△전 서울시청 전, 월세보증금 상담센터 위원
△저서 : 명도소송 매뉴얼

※ 외부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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