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이 집값 상승률을 둔화시킬 수 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25%p 올렸을 때 1년간 집값 상승률이 0.25%p 정도 둔화된다고 추정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9일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1년 9월)'를 의결했다.
금통위는 지난달 26일 사상 최저수준이었던 0.50%의 기준금리를 0.75%로 0.25%p 올린 바 있다. 한은은 거시계량모형을 사용해 기준금리 0.25%p 인상시 경제성장률(GDP), 물가, 가계부채, 주택가격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GDP 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준금리 인상 이후 1년간 각각 0.1%p, 0.04%p 정도 약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불균형 측면에선 가계부채 증가율과 주택가격 상승률이 각각 0.4%p, 0.25%p 정도 둔화됐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은 경제주체들의 차입비용 증대 등을 통해 성장세와 물가 오름세를 약화시키는 반면, 금융불균형을 축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실물경제 여건이 개선되고 가계부채 누증이 심화된 현 경제상황 하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이 모형 추정 결과보다 작게, 금융불균형 완화 정도는 보다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재정의 확장적 운용이 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차주의 원리금 상환부담 증대 등을 일부 완화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견해도 내놨다.
한은은 "과열 우려가 제기되고 변동금리 가계대출 비중이 크게 높아진 상황인 가계부채 및 주택시장은 대내외 충격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져 있어 금리 조정의 영향이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다만 최근과 같이 주택가격에 대한 추가 상승 기대가 상존하는 상황에서는 금리 상승의 주택가격 둔화 영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계부채와 주택가격에 대한 분석과 전망도 이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 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79조7000억원 늘어나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증가율도 지난해 11월 전년동월대비 8.2%를 기록한 뒤 올해 4월 10.3% → 6월 9.8% → 7월 10.2%로, 4월 이후 10% 내외의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1년 1분기 현재 약 105.0%로 BIS 조사대상국 43개국 가운데 6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스위스(132.7%)였다. 뒤이어 호주(123.5%), 노르웨이(114.9%), 캐나다(112.2%), 덴마크(111.9%), 한국(105.0%), 영국(90.0%), 미국(79.5%), 일본(65.3%) 등의 순이었다.
한은은 이에 따라 가계부채와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에 대한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주택시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수급우려가 지속되고 있으며 추가 가격상승 기대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정부의 공급대책이 차질없이 추진될 경우 수급우려는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가계대출은 최근의 주택시장 상황과 완화적인 금융여건 하에서 높아진 가계의 수익추구 성향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대출수요가 크게 둔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등으로 금융기관의 대출태도는 전반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향후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방향성이 뚜렷히 담겼다는 점 역시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한은은 향후 통화정책 운영 방향에 대해 "통화 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보고서는 "현재의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했는데 이보다 방향성이 명확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금리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