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졸속 개편에 동력 잃은 '부동산 중개' 변화
[데스크 칼럼] 졸속 개편에 동력 잃은 '부동산 중개' 변화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1.09.0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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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두 번째 수요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원 약 300명이 세종시 국토부 청사 앞에 모였다. 이들은 국토부가 최근 내놓은 중개보수 개편안에 '독단적'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정부에 '재협의'를 요구했다. 공인중개사들의 밥줄과 직결된 부동산 중개 수수료율을 바꾸는 중대 결정 과정에서 정부가 중개업계 의견을 담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중개보수 개편안이 이런저런 방식으로 윤곽을 드러낸 지난달 중순 이후 중개사들은 정부세종청사와 청와대, 국회로 성난 발걸음을 향했다.

이르면 내달 초 시행 예정인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에는 부동산 중개 서비스 이용자의 수수료 부담을 낮추고, 서비스 질은 높이는 방안이 담겼다. 이번 개편안이 얼마나 실효성을 갖는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어찌 됐든 부동산 중개 서비스 관련 제도를 한 번 손봐야 할 시점이기는 했다. 집값과 전셋값이 천정부지(天井不知) 오르면서 중개보수 부담까지 함께 커지자 부동산 소비자의 불만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개보수 개편 이슈가 집값 상승과 맞물려 돌아가긴 했지만, 사실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불만은 이전부터 차곡차곡 누적됐다. 그 불만은 수수료 부담 자체보다 서비스 질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그동안 부동산 중개는 수억원짜리 집이 거래되는 현장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라고 하기에 아쉬움이 컸다. 몇천원짜리 음료를 사거나 몇천만원짜리 자동차를 사면서 받는 서비스가 차라리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체계적이지 않은 제각각 서비스가 이용자들의 불신을 키웠다. 중개사들도 열악한 환경에서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겠지만, 소비자들이 바라는 수준과 괴리가 큰 현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이번에 추진한 중개보수 개편과 서비스 질 향상 노력은 충분히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진행 과정이 오류였다. 국토부는 지난달 17일 업계, 소비자, 학계, 언론과 중개보수·서비스 개편안을 두고 토론했다. 최종 후보로 오른 몇 개 선택지를 두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개적인 토론이 이뤄진 자리였다. 국민적 이해를 돕는다는 차원에서도 중요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 자리는 개편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 대신 불만과 성토가 채웠다.

중개업계를 대표해 나온 참석자들은 토론회 하루 전에 자료를 받아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토론회 3일 후에 정부가 개편안을 확정해 발표할 거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당시 국토부 관계자는 이런 의혹에 명확한 답변을 피하면서 에둘러 해명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국토부가 지난달 20일 개편안을 발표했고, 중개업계가 제기한 의혹은 사실이었다.

국토부가 중개보수·서비스 개편을 처음 공식화한 시점이 지난 2월9일이다. 선택지를 만들어 공개토론회에 들고나오기까지 6개월여가 소요됐다. 그런데 의견 수렴이라는 허울 좋은 과정을 거친지 단 3일 만에 최종안을 확정했다. '졸속'이거나 '짜놓은 판' 둘 중 하나다. 중개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국토부의 이런 행태는 소비자에게도 절대 이롭지 않다. 국토부의 일 처리 방식과 속내에 물음표를 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수 요율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핵심은 서비스의 질이다. 소비자들은 무작정 싼 보수만 바라는 게 아니다. 보수에 합당한 서비스를 바라는 거다. 그리고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려면 중개사들의 적극적인 변화와 협조가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개편안은 시행 전부터 명분과 동력을 모두 잃었다. 근본적인 문제가 되풀이되고 또 한 번 진통을 겪게 된다면 이는 온전히 국토부의 책임이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