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산업 붕괴에 차입경영…마사회 삭발투쟁 "온라인 마권 유일한 대안"
말산업 붕괴에 차입경영…마사회 삭발투쟁 "온라인 마권 유일한 대안"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9.09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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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복 위원장 등 마사회 노조 세종청사 앞 시위
경륜·경정은 허용…농식품부 반대로 입법안 계류
불법경마 갈수록 커지고 조세 포탈액 1조 웃돌아
홍기복 마사회 노조위원장은 8일 농식품부 세종청사 앞에서 온라인 마권 도입을 위한 삭발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마사회 노조]
홍기복 마사회 노조위원장은 8일 농식품부 세종청사 앞에서 온라인 마권 도입을 위한 삭발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마사회 노조]

한국마사회 직원들은 농림축산식품부 세종청사 앞에서 삭발 투쟁을 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말(馬)산업 붕괴와 함께 마사회 경영난이 가중되자 사실상 유일한 해법이라고 할 수 있는 ‘온라인 마권 도입’ 입법 촉구에 나선 것이다. 

더욱이 말산업 전반을 지원하는 마사회는 유보금이 바닥나면서 결국 차입경영에 돌입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는 온라인 마권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마사회 노동조합(위원장 홍기복, 이하 마사회 노조)은 앞서 8일 오후 농식품부 세종청사 앞에서 온라인 마권 도입 입법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과 삭발식을 했다. 

마사회 노조는 투쟁결의문에서 “한 때 연간 3조3000억원의 경제효과와 농업생산액의 7%를 담당했던 말산업은 코로나19 확산과 경마 중복규제로 붕괴 직전에 내몰렸고 2만4000여 종사자의 고용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합법경마가 멈춰진 사이 온라인에선 불법 사행산업이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마의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만이 말산업을 회생시키는 유일한 대안”이라면서 반대 의견을 고수하고 있는 농식품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투쟁결의문 낭독 이후 홍기복 마사회 노조위원장은 삭발식을 통해 온라인 마권 도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마사회 노조는 지난 7월7일부터 온라인 마권발매 입법 촉구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8월 말까진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 형태로 진행해 왔다. 같은 달 30일부턴 세종정부청사로 시위 장소를 옮겼다. 현재까지 120여명의 마사회 노조 조합원이 참가했다. 

홍기복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경마중단으로 경마산업은 물론 후방산업인 말산업 자체가 고사위기에 빠진 상황”이라며 “유일한 대안인 온라인 마권발매 제도 도입의 당위성을 알리고자 하는 절실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사회 직원들을 포함해 말산업 관계자들은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나 관련 입법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국마사회 노조원들이 8일 농식품부 세종청사 앞에서 온라인 마권 도입을 위한 시위를 전개했다. [사진=한국마사회 노조]
한국마사회 노조원들이 8일 농식품부 세종청사 앞에서 온라인 마권 도입을 위한 시위를 전개했다. [사진=한국마사회 노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여야 국회의원 4명(더불어민주당 윤재갑·김승남, 국민의힘 이만희·정운천)이 대표 발의한 마사회법 개정안은 지난해 농해수위에 상정돼 올해 2월과 6월 두 차례 법안소위에서 다뤘지만 주무부처인 농식품부의 반대로 계류 중이다. 

반면에 경마와 시행 방식이 유사한 경륜·경정은 지난 5월 온라인 발매가 가능토록 하는 내용의 경륜경정법이 국회를 통과해 지난달부터 온라인 발매가 허용됐다. 

이처럼 합법경마시장의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이 지지부진한 사이 국내 불법경마 시장 규모는 빠르게 커졌다. 

형사정책연구원이 201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불법경마 시장규모는 6조9000억원 수준으로 합법경마 7조4000억원의 약 93%에 이른다. 합법경마가 매출액의 16% 이상을 제세금과 축산발전기금, 기부금 등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있지만 불법경마의 조세 포탈액은 1조1000억원에 이를 만큼 폐해가 크다는 게 마사회 노조의 설명이다. 

다른 경마 선진국인 영국과 프랑스, 독일, 미국, 일본, 홍콩 등은 불법 도박시장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2000년대 이후 온라인 마권 발매를 속속 도입했다.

이날 마사회 노조의 삭발투쟁식에 참여한 한 참가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무고객경마를 통해 말산업계에 자금을 투입하며 버텨왔던 마사회도 이제 유보금이 고갈돼 차입에 들어간다”며 “온라인 마권 도입은 단순히 고용 안정화를 위한 요구가 아니라 말산업 전반의 붕괴를 막는 마지막 비명”이라고 호소했다.

한편 마사회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차입경영에 돌입한 상황이다. 회사 유보금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올 하반기 2000억원 규모의 신용대출을 받기로 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