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무섭 교수 "코로나 최종 극복 해법은 R&D"
[인터뷰] 정무섭 교수 "코로나 최종 극복 해법은 R&D"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1.09.0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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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밸류체인 주도권 싸움 '똑똑한 리쇼어링' 강조
기업가 정신 고취해야…단순 보증 대신 지분 참여 필요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2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실제로 리쇼어링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2010년 95개에 그쳤던 미국의 리쇼어링 규모는 2018년 886개사로 크게 늘었다. 유럽에서도 2016~2018년 동안 193개 업체가 리쇼어링했다. 일본은 2006년 이후 2018년까지 7633개 기업이 돌아왔다. 

정무섭 동아대학교 국제무역학과 교수의 유튜브 강연 장면. (사진=정무섭 교수)
정무섭 교수의 유튜브 강연 장면. (사진=정무섭 교수)

우선 정 교수는 "돈이 풀린 것 자체는 나쁜 게 아니다"라면서도 혁신과 고용에 돈이 쓰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6월8일 미국 상원은 프런티어지원법 등 7개 세부법의 집합인 '미국혁신경쟁법(USICA)'을 확정했다. 총 2500억달러 규모의 예산이 수반된다.

이런 미국과 달리, 우리는 유동성 공급을 해도 부동산 상승 등에만 돈이 쏠린다고 정 교수는 안타까워 했다. 그는 "미국은 벤처 이런 쪽으로 자금이 많이 간다. 이걸 배워야 한다"면서 우리가 민간펀드, 특히 4차 산업전용펀드 등에 이제라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예를 들어, 부산에 1조2000억원 규모의 창업펀드가 본격 시동을 건 상황은 대단히 긍정적"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활동에만 기대를 거는 우리 상황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기보와 신보의 보증이 창업 10년을 기준으로 급격히 줄어들어, 기술력 등을 고려해 이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도 강조한다. 하지만 정 교수는 오히려 고개를 젓는다.

"신보·기보 보증에만 안주할 게 아니고, '리스크 펀드'를 활성화해 지원해야 한다. 그 와중에 누구는 성공도 하고 누구는 실패하더라도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기업 문화가 정착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보 등의 보증을 제공받아 그 안에서 안주하는 대신, 지분 참여 방식으로 도와야 책임과 도전 정신 고취가 동시에 가능해진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가 줄곧 강조한 '엔터프러너십'은 개인의 철학 뿐만 아니라, 동시에 소극적 경영의 고착화에서 벗어나도록 사회가 나서야 한다는 문제다. 왕성한 기업가 정신(엔터프러너십)의 발휘는 경영권 방어가 어렵고 자칫 실패하면 범죄자로까지 전락하는 환경에서는 어렵다. 그가 경영권 탈취(기업사냥) 시도 우려가 없는 민관 합동 펀드에서 건전한 기업 지분 참여를 해 줘야 한다고 주문하는 이유다.

그는 고용이 제대로 창출되지 않는 점, 해외에 나간 자국 기업을 불러들여 이를 해결하려는 리쇼어링 등에 대해서도 "기술력이 중요한 것이지 당장 공장이 어느 나라에 있느냐가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재정 확대 정책으로 돈을 풀고, 고용을 당장 얼만큼 늘리는 단기적 성과에 매몰되면 산업 구조의 고도화나 4차 산업혁명 대비 같은 거시적 발전은 놓치기 쉽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이 부가가치가 큰 시대가 됐다"면서 "R&D, 기술력, 마케팅, 디자인에 투자를 많이 하고 이를 주도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아디다스가 2017년 3D 공장을 무기로 리쇼어링했지만 2019년 결국 실패로 중단된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도 정 교수는 거론했다.

정 교수는 "중국에 넘어간 제조업 밸류체인의 핵심을 다시 뺏어오려는 노력을 해야지, 공장 위치만 다시 자국으로 돌아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세계는 이미 밸류체인 따먹기 전쟁 중이다. 거기서 맥락을 잡고 가는 리쇼어링이 아니면 의미가 작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기술과 경쟁력이 받쳐주면 투자는 당연히 따라온다는 일관된 주장을 펴 온 인물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일본 히토쓰바시대학교 경제연구소 연구원 등을 역임, 해외직접투자(FDI) 등에 전문성을 쌓았다. 가덕도신공항이 백지화 위기에 처했을 때, 오히려 새 공항을 '동북아 허브공항' 내지 '제2의 인천공항'으로 부각해야 한다고 과감히 주장한 것도 이런 자신감에서였다.

허브공항론과 FDI를 연결한 그의 과감한 주장은 결국 가덕도신공항 성사로 결실을 맺었다. 이번 기업가 정신 고취와 똑똑한 리쇼어링 발언도 그래서 관심을 모은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