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양준모 교수 "기업가정신 가르쳐야 4차산업혁명 가능" 
[인터뷰] 양준모 교수 "기업가정신 가르쳐야 4차산업혁명 가능"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1.09.01 17: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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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출·계획 의존 경제관 뿌리뽑고 코어 기술 경쟁력 도전해야
(사진=양준모 교수)
(사진=양준모 교수)

"치열하게 움직이고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가능한 게 혁신과 융합인데, 경제가 그냥 편하게 굴러가는 것처럼 배우면 누가 혁신과 융합에 도전하려고 하겠습니까?"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가 1일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를 분석한 보고서를 내놔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졌다. '슈퍼예산안' 등으로 떠들썩한 시점을 고려해 경제 전반에 대해 그의 조언을 청했다.

양 교수는 "(대부분의 경제 교과서가) 혼합경제가 옳은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면서 이는 시장경제, 계획경제 등 경제체계에 대해 불명확하게 설명한 데 따른 착시라고 짚었다. 시장경제 체제가 왜 필수적인지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고, 단순하게 경제체제를 비교하여 각각의 체제가 장단점이 있어 혼합경제가 일반적인 경제체제라고 설명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북한도 장마당이 들어서 계획경제가 무너지지 않았나? 그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고교 경제 교과서들은 개념들을 도식적으로 설명해서, 사람들에게 반반을 섞는 게 좋다고 느끼게 한다"고 그는 우려했다. 

특히 양 교수는 "경제 교과서에 기업인, 상공인에 대한 역동적 이야기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가 거론하는 우리가 잘못 배우고 오해하는 대표적 개념이 경제개발계획 중 '계획'의 성격이다. 그는 "마치 관료들이 모든 것을 계획을 세우고 다 이끌어 나간 것처럼 (우리나라 경제신화 배경을) 생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리만이 아니다. 그는 "최근에 키르키즈스탄 경제 자문을 맡았는데 계획 잘 세우면 다 한국처럼 발전되는 것이냐고 묻더라"고도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단호하게 No라고 말한다. "공기업이라든지 여러 가지 역할은 당연히 공직자들이 주도한 것이 맞다. 하지만 계획을 알림으로써 민간에서 이를 토대로 투자나 방향 설정을 할 수 있게 도운 게 핵심이다. 정부가 '누구는 무엇을 하고 누구는 얼마를 하고' 그런 식의 계획은 아니었다. 그건 사회주의 계획경제"라고 대조했다.

이렇게 기본 관념에 대한 오해 상태가 이어지면 근거없는 낙관론이나 정부 의존증이 더 심해진다. 양 교수는 "각종 당시 자료만 봐도 명확한 것인데 이것이 가려져 있고, 심지어 (갈 수록) 국민들 사이에 정부가 계획하면 뭐든지 다 된다, 정부가 돈을 쓰면 된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고 짚었다.

하지만 이를 마냥 방치할 수 없다. "과거에는 정부가 100을 쓰면 GDP가 500까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 자료만 해도 이미 100을 투입했을 때 100의 효과도 채 나오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도 마이너스다"라면서 민간이 박차고 나가고, 정부는 그걸 도와야 하는 패러다임이 절실하다고 양 교수는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 정부가 주도하면 된다는, 정부에 돈을 쓰라고 압박하는 것으로 불경기를 극복하려는 인식은 문제다. 양 교수는 그런 왜곡된 경제감각을 갖춘 사회 구성원들을 기를 수 있는 것이 바로 경제 교과서의 문제라면서, "이걸로는 (미래의 복잡한) 경제를 해석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래가 문제다. "4차산업혁명으로 갈수록 끊임없이 자발적 움직임으로 혁신을 해야 하는 것이고, 융합이라는 건 여러 당사자가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가는 것이다. 이런 걸 배워야 하는데, 경제는 쉽게 그냥 굴러가는 것으로 배우고 정부가 계획을 세워 돈을 쓰면서 끌고 가면 된다고 여기면 혁신과 융합이 되겠는가"라고 그는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양 교수는 정부의 확대재정과 가계대출 규모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놨다. 그는 "가계가 빚을 지다 보면, 빚이 빚을 지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이미 그런 단계로 들어왔다"면서 정부 예산 및 지출에 대해서도 "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못 하고 있다. 빚 내는 구조는 다음 정부가 들어와도 어쩌지 못할 정도로 이미 고착화돼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수급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지 않으면 언제든 재정위기가 터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채권 상황을 주시하고, 한국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관리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놨다. 

그럴수록 중요한 게 혁신적인 기업 정신이다. 양 교수는 "배터리 등 일각에서 경쟁력 있는 업체가 몇 보이긴 하나, 전체 코어 기술 면에서는 아직 선진국 대비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적극적으로 글로벌 밸류체인 변동에 동참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때다. 그런 점에서 경제 마인드 수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신아일보] 임혜현 기자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