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승부수④] 농심 신동원, 신사업 '레벨 업'
[식품 승부수④] 농심 신동원, 신사업 '레벨 업'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9.01 05: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월 회장 취임, 변화·혁신 통한 '뉴 농심' 예고…미래동력 발굴 주력
대체육·건기식 강화, 미국 제2공장 발판 글로벌 '톱3' 라면기업 도약

식품업계는 집밥 소비확산을 이유로 코로나19 수혜 산업군으로 꼽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까닭에 지속 성장에 대한 고민은 깊다. 본지는 국내 10대 식품 상장기업인 △CJ제일제당 △동원F&B △대상 △농심 △오뚜기 △SPC삼립 △풀무원 △롯데칠성음료 △하이트진로 △오리온(이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순)이 꺼내든 승부수(勝負手)를 살펴보고, 경영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현황을 차례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신동원 농심 회장. [사진=농심]
신동원 농심 회장. [사진=농심]

농심은 지난해 라면 판매 호조에 힘입어 해외에서만 1조원 이상의 매출을 거뒀다. 올 들어서 창업주인 고(故) 신춘호 회장 영면 이후 장남인 신동원(사진·63) 회장 체제로 바뀌고 대체육과 건강기능식품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하며 ‘뉴(New) 농심’을 예고했다. 

신 회장은 이와 함께 연말께 준공 예정인 미국 제2공장을 발판 삼아 글로벌 ‘톱3’ 라면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더욱 업그레이드된 농심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췄다. 
 
◆비건식품 연매출 1000억 규모 육성 

신동원 농심 회장은 대체육을 비롯한 ‘비건(Vegan, 채식주의)’과 콜라겐 중심의 ‘건강기능식품’을 미래 먹거리 카드로 꺼내들었다. 

신 회장은 지난 7월 회장에 취임하면서 변화와 혁신을 통한 ‘뉴 농심’으로의 도약을 강조했다. 창업주인 신춘호 회장이 쌓아온 글로벌 톱클래스 라면기업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더해 사업 확장은 물론 기업 이미지를 한층 업그레이드하겠단 신 회장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이런 맥락에서 비건과 건강기능식품은 건강과 친환경, 가치소비 등 지금의 소비 트렌드에 적합하면서도 라면기업 이미지가 강했던 농심에 새로운 색을 입혀줄 먹거리로 낙점 받았다. 

농심은 올 초부터 ‘베지가든(Veggie Garden)’이란 브랜드를 앞세워 비건 식품사업을 빠르게 전개 중이다. 베지가든은 농심연구소와 태경농산이 독자 개발한 식물성 대체육 제조기술을 가정간편식(HMR)에 접목한 브랜드다. 사업 8개월 차인 현재 대체육 3종과 조리냉동 10종, 소스류 13종 등 31종으로 확장했다.

농심은 핵심 소비층으로 자리 잡은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치소비가 확산되면서 관련 수요가 꾸준히 커지고 있는 점을 의식해 비건식품을 신사업 카드로 꺼냈다. 실제 한국채식연합은 2018년 기준 국내 채식인구를 150만명으로 추산했다. 2008년만 해도 15만명 정도에 불과했단 점을 감안하면 10여 년간 10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농심의 베지가든은 현재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쿠팡, 마켓컬리 등 이(e)커머스 채널 위주로 판로를 확보했고 백화점(더현대) 등 일부 오프라인 매장도 판매 중이다. 미국·일본 등에 수출도 진행했다. 

농심 관계자는 “베지가든을 연매출 1000억원 규모의 대형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심이 현재 연매출 2000억원대의 ‘신라면’과 ‘짜파게티’를 보유하고 있고 ‘너구리’와 ‘깡’ 스낵 시리즈(새우깡 등 5종)가 지난해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단 점을 감안할 때, 비건식품을 최소 너구리와 깡 시리즈에 못지않은 효자상품으로 키우겠단 의지로 읽힌다.

아울러 최근엔 비건 사업과 연관 깊은 ‘채린이’와 ‘비거닝’, ‘비건파머’ 등 상표 출원을 신청했다. 비건 사업에 대한 농심의 의지와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농심의 핵심 신사업으로 꼽히는 대체육 중심의 비건 브랜드 '베지가든' [사진=농심]
농심의 핵심 신사업으로 꼽히는 대체육 중심의 비건 브랜드 '베지가든' [사진=농심]
농심의 이너뷰티 브랜드 신제품 '라이필 더마 콜라겐 바이옴' [사진=농심]
농심의 이너뷰티 브랜드 신제품 '라이필 더마 콜라겐 바이옴' [사진=농심]

농심은 또,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라이필 더마 콜라겐’을 육성 중이다. 라이필 더마 콜라겐은 ‘먹는 화장품’ 이너뷰티(Inner beauty) 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국내 이너뷰티 시장규모는 2011년 500억원에서 2019년 5000억원으로 8년 만에 10배 급성장했다. 이중 콜라겐은 지난해 기준 4000억원 규모로 비중이 무척 크다.

지난해 3월 첫 선을 보인 라이필 더마 콜라겐은 농심 자체 기술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받은 콜라겐 성분 ‘저분자콜라겐펩타이드NS’를 주원료로 했다. 국내 시판 제품 중 분자량이 가장 작아(173Da, 달톤) 흡수력이 빠른 게 최대 강점이다. 출시 1년여 만에 누적 매출액 300억원을 달성하며 신사업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농심은 이에 탄력을 받아 ‘라이필 더마 콜라겐 비오틴’과 ‘라이필 더마 콜라겐 바이옴’까지 상품군을 확장하며 인지도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1·2공장서 연간 8억5000만개 라면 생산

농심은 독보적인 스테디셀러 신(辛)라면을 비롯해 짜파게티, 너구리 등으로 지난해 해외서만 1조원 넘게 매출을 올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가 발표한 ‘2019-2020 패키지드 푸드 인스턴트 누들(Packaged Food Instant Noodle)’에서 농심은 2019년 글로벌 라면 점유율 5.3%로 국내기업 처음으로 ‘톱5’에 등극했고, 지난해엔 5.7%의 점유율로 6위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농심은 수년 내에 세계 3위 라면기업으로 치고 올라가겠단 목표를 세웠다. 구심점은 현재 조성 중인 미국 제2공장이 될 전망이다. LA지역에 운영 중인 제1공장 부근에 공사가 한창이다. 제2공장은 봉지면 1개 생산라인과 용기면 2개 라인이 우선 설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예정대로 올 연말께 조성을 마치고 내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제1공장과 합쳐 미국에서만 연간 8억5000만개 상당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다. 중국 심양과 상해 두 개의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지난해 6억8000만개, 일부 스낵 포함)보다 훨씬 많다.

신 회장은 취임하면서 “글로벌 라면기업 5위라는 성적에 만족해선 안 된다”며 “생산과 마케팅 시스템을 세계 톱클래스로 재정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산량 확충으로 현재 30%대인 해외매출 비중을 더욱 높이는 것이 목표다. 미국 제2공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농심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겠단 신 회장의 의지를 현실화하는 마중물인 셈이다.

국내 라면시장에서 농심 점유율(닐슨코리아 기준)은 2018년 53.4%, 2019년 54.0%, 2020년 55.7%로 경쟁사를 압도한다. 올 상반기 역시 전년과 비슷한 55.6%다. 신 회장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라면의 가치를 레벨업해야 한다”며 핵심 소비층으로 자리 잡은 MZ세대 입맛을 사로잡아야 한단 특명을 내렸다. 그 결과물이 올해 내놓은 ‘배홍동비빔면’과 ‘신라면볶음면’이다. 

농심 신대방동 사옥. [사진=농심]
농심 신대방동 사옥. [사진=농심]
어느 매장에 진열된 신라면 등 농심 라면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어느 매장에 진열된 신라면 등 농심 라면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농심은 국내 최대 라면기업이란 명성과 달리 비빔면 시장에선 기를 펴지 못했다. 절치부심 끝에 올 2월 말 배홍동비빔면 출시를 공식화했다. 이후 판매 5개월간 3000만개가 날개돋힌 듯 팔렸다. 지난 7월 선보인 신라면볶음면은 신라면의 매운맛을 볶음면 형태로 재해석한 제품이다. 이 또한 출시 3주 만에 1100만개가 팔리며 히트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을 높였다.

비빔면과 볶음면 모두 10대부터 30대까지 젊은층 선호도가 큰 상품군이다. 다만 이들 시장은 각각 팔도의 ‘팔도비빔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주도하고 있다. 농심은 배홍동과 신라면볶음면으로 MZ세대 취향을 저격하면서 시장점유율 50%대를 넘어 60%까지 바라볼 수 있는 동력을 발굴하게 됐다. 

◆라면 묶음판매 밴드 포장 변경…ESG 강화

농심은 신 회장 취임과 함께 ‘인생을 맛있게, 농심(Lovely Life Lovely Food)’이란 슬로건을 내세워 소비자 생활 전반에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5월엔 ‘오징어짬뽕 큰사발’ 뚜껑 재료를 재생 페트 필름으로 교체하고, 6월부턴 ‘생생우동’을 시작으로 라면 묶음판매 포장을 밴드로 감싸는 방식으로 순차 변경할 예정이다. 올 연말까진 먹는 샘물 점유율 3위의 ‘백산수’ 판매물량의 절반을 무라벨로 전환한다. 농심은 이 외에도 그간 제품 포장재 규격을 최적화하고 불필요한 트레이를 제거하면서 연간 2000t 이상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절감했다. 

농심 관계자는 “친환경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환경과 공존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까지 전체 물량의 절반을 무라벨로 전환하는 먹는 샘물 '농심 백산수'와 모델 전지현. [사진=농심]
연말까지 전체 물량의 절반을 무라벨로 전환하는 먹는 샘물 '농심 백산수'와 모델 전지현. [사진=농심]
농심의 최근 4년간 실적 현황. [그래프=박성은 기자]
농심의 최근 4년간 실적 현황. [그래프=박성은 기자]

한편 농심은 올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의 상승세와 달리 동반 하락했다.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5.4% 줄어든 1조2823억원, 영업이익은 반토막 난 456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OPM)도 전년 평균(7.7%)보다 4.1%포인트(p) 하락한 3.6%이다.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점이 뼈아프다. 이달 16일부터 신라면 등 주요 라면 출고가를 평균 6.8% 올린 점은 수익성 개선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농심은 이와 함께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컴퍼니에 경영진단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품군(SKU) 정리 등의 경영효율화 작업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parkse@shinailbo.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