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테이퍼링 확정에도 파월이 벌어준 시간…韓 '준비물' 촉각
[이슈분석] 테이퍼링 확정에도 파월이 벌어준 시간…韓 '준비물' 촉각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1.08.28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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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약세 당분간 불가피…외환보유고 더 적립 필요
기업 경쟁력 충분 vs 곱버스 배팅 시선 첨예한 대립

최근 기관 투자자들이 코스피지수를 반대 방향으로 2배 추종하는 속칭 '곱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대량 매수했던 점을 상기해 보자.  

이는 미국 중앙은행의 조기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과 경기 피크아웃(고점을 찍고 하락하는 것) 가능성에 대응한 기관의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곱버스를 대거 팔며 증시 반등에 베팅한 개인 투자자들의 선택과 상반된다는 점은 분명 짚어볼 면이 적지 않다.

최근 약 한 달간 기관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판매하는 곱버스 상품을 총 5000억원어치 이상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선물인버스2X'과 'TIGER 200선물인버스2X' 그리고 시선을 좀 더 확장하면 코스피지수를 반대 방향으로 1배 추종하는 인버스 ETF 상품도 대량 매수했다.

이는 조기 테이퍼링과 우리 증시의 반등 체력이 약하다는 점을 고려해 미리 움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시장 우려가 크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이런 가운데, '모호한' 제롬 파월 미국 연방 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이 한국에 시간을 벌어줬다고 할 수 있다. 그는 27일 오전 10시(이하 모두 각 현지시간) 시작된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연내 테이퍼링이 가능하다고 보는 대부분의 연준 위원 의견에 동조한다"고 말했다.

◇미국, 선뜻 금리 손 못 대는 까닭은 '노동시장 불안정'

잭슨홀 미팅에서는 테이퍼링은 신중하게 시작하나, 결국 금리 인상 카드는 일단 내려놓는 일명 '파월 발언'이 나왔다. (사진=AP연합뉴스)
잭슨홀 미팅에서 테이퍼링은 신중하게 시작하나, 결국 금리 인상은 일단 접어두는 일명 '파월 발언'이 나왔다. (사진=AP연합뉴스)

파월 의장은 발언은 모호하다. 로이터가 '테이퍼링에 관한 몇 가지 힌트 언급', CNBC가 '연내 테이퍼링, 금리 인상까지는 갈 길 멀어'로 소개한 것처럼 명시적으로 시기를 못 박는 등의 조치는 없었고 조심스럽게 말하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파월 의장이 올해 내 테이퍼링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는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대부분 참여자는 경제가 예상대로 광범위하게 발전한다면 올해 자산매입 속도를 줄이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라며 일명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했지만, 이번에는 다른 이들의 의견에 자기도 동의한다며 한 걸음 더 나갔다. 

코로나 델타 변이는 "단기 위험"이라고 그는 말했다. 파월 의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상회하지만, 고용시장은 아직 금리 인상을 지지할 정도로 회복되지 않았다"고 말한 것에 핵심이 있다. 결국 노동 문제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인플레이션 관리 가능성만 자신하기 어렵다는 고심으로 풀이된다.

결국 파월 의장은 테이퍼링이 금리 인상 신호로 바로 연결되는 것은 분명히 차단했다. 그는 "테이퍼링의 타이밍과 속도는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직접적 신호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은 (테이퍼링과) 다르고 훨씬 더 엄격한 테스트 항목을 갖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금리 인상을 먼저 단행하면서 정책 방향을 잡았던 한국은행의 조치는 상당히 유의미하다. 한국은행은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올려, 적어도 연내 1번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책 방향 자체를 틀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셈이기 때문이다.

◇미국 기준금리 만지기 전에…'김대종 리포트' 주목

이런 파월의 '신중한 금리론'에 새삼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26일 공개한 '포스트 코로나와 한국의 신 통상전략' 논문의 가치가 더 높아진다.

김 교수는 이 논문에서 "올해 하반기에 예정된 미국의 테이퍼링에 대비해 오는 12월 31일 만료되는 한미통화스와프 연장과 외환보유고 9300억 달러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델타변이 확산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물가는 5.4% 상승하고 고용률도 크게 늘었다. 그래서 김 교수가 더욱 긴장하고 이 논문을 준비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미국이 테이퍼링을 올 하반기에 실시하고 내년부터는 기준금리도 올릴 예정이라는 점에서, 그는 걱정으로 가득찬 논문을 제시한 셈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한미통화스와프 만료, 한일통화스와프 거부, 단기외채비율 상승, 세계 2위 무역의존도 65%, 신흥국 국가부도 등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한국 외환보유고는 경제규모에 비해 매우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재차 그 증거로 "환율급등이 가장 좋은 신호"라고 짚었다. 또한 김 교수는 "한국은 IMF의 위기와 2008년 국제금융위기를 겪고도 대비하지 않았다"는 점도 덧붙였다. 

국제결제은행(BIS)이 권고한 한국 외환보유고는 9300억달러다. 우리 스스로는 한국 외환보유고가 나쁘지 않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7월 기준 외환보유고 4586억달러는 BIS 제안 대비 4000억달러 부족한 셈이다.

김 교수는 "정부는 미국의 달러회수와 기준금리 인상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며 "금년 말 만료되는 한미통화스와프를 연장하고 외환보유고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따르면 파월의 신중하기 이를 데 없는 테이퍼링 논의와 그보다 더 조심스러운 금리 조정 가능성은 분명 한국에 시간을 벌어주는 이슈다. 한은 선제적 조치와 김 교수의 제안이 시너지를 내기에도 좋은 시점이다. 

테이퍼링 발작 고생했던 서울 환시 경험 생생 vs 펀더멘탈 긍정론도

환율도 근래 1176원선으로 급등하면서 시장 걱정이 적지 않다. 김 교수처럼 제2의 IMF 외환위기가 우려된다고 거론하는 이가 아니더라도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국면이다. 지난 2008년에도 미국 테이퍼링으로 환율은 1600원까지 상승했다.

이런 상황이니, 위에서 소개한 기관의 곱버스 관련 투자 상황이 예사롭게만 볼 수는 없는 국면이다.

한국의 단기외채비율은 약 30%로 국제금융 현황도 심각한 상황이다. 올해 환율이 급등하고 달러가 부족한 국가는 한국과 터키,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남아공 정도로 묶인다.

이런 터에 한국 환율은 앞으로 어떻게 움지이고, 또 우리는 무슨 대비를 해야 할까? 원화 약세는 일단 기정사실로 당분간 전제하고 가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팀장은 "우리 (연구소 공식) 보고서에서는 원화 약세가 올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일단 그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과 이것이 좌우할 환율 가능성에는 연내 1회 더 추가 인상 가능, 하지만 오버슈팅 환율을 일부 제어하는 정도이지 대세 좌우는 불가 의견을 그는 냈다.

그는 아직 연구소 공식 뷰는 연내 1번 인상(이번에 실현된 것)으로 머물러 있지만 "개인 의견으로는 1번 더 오를 수 있어 보인다"고 금리 추가 인상을 전망했다. 이와 환율 가능성은 원화 약세 흐름 자체는 못 꺾더라도, 오버슈팅된 것을 일시적으로 제약하는 정도로 전망했다. 

그는 "자칫 하면 한국 국고채 금리 오르는 속도보다 미 국채 금리가 오르는 속도가 더 클 수도 있다"고 전망해, 미국 투자자금의 대거 이탈도 우려했지만 이는 다행히 잭슨홀 미팅과 한국 금통위가 기본적으로 보조는 맞추면서 해소가 된 것으로 보인다. 

정유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원화 약세가 조금 더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 잭슨홀 미팅 이후에도 글로벌 시장이 우리 환시와 거시 경제에 미칠 영향이 오히려 더 크다는 점을 고려해 보라고 조언했다. 기준금리와 관련해서는 연방준비제도에서 움직이는 것을 함께 봐서,  내수 및 가계와 수출기업 두 갈래를 저울질하면서 신중히 카드로 사용할 것으로 봤다. 아울러 미국만이 변수가 아니라, "중국 경기에 관해서도 함께 살피라"고 조언했다. 

테이퍼링 이후 중국 등 고려 필요…'약세 상황에도 버틸 방법' 어디에

다행히 한국 펀더멘탈 긍정론을 아예 접어야 할 상황은 분명 아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백신 보급과 방역 조치로 코로나19 확산이 완화하면 9월 이후 글로벌 경기는 반등할 수 있는 전망"이라며 "한국 기업의 실적 또한 2022년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여기에 중국 관련 호재가 우리 시장에 도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 및 규제 리스크 완화와 더불어 코로나19 확산세 진정에 따른 국내 경제 펀더멘탈 개선 시그널이 가시화되어야 외국인 자금의 아시아 증시로 재차 유입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중국발 영향이 어떻게 올지, 우리가 어떻게 이를 받아들일지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나, 각종 경기 부양적 정책 집행은 이런 외부적 때와 요소들을 봐서 중간중간 적시에 부어줘야 비로소 시너지가 날 것이다. 다시 정유탁 연구원의 이야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가 인상을 고려하겠다고 한 것을 잘 봐야 한다"는 그의 분석은 기본적으로 신뢰다. 종합적으로 고려해 약효를 볼 수 있는 때가 언젠지 우리 당국자들이 안다는 믿음을 깐 발언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투자자들은 이런 맥락에서, 한국의 장기 경쟁력 강화를 고민해 볼 때다. 파월 의장의 발언상 미국이 금리를 바로 올려 버리는 시기는 당장 오는 건 아닌 것으로 추정되나, 파월 의장이 벌어준 시간이 마냥 긴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신아일보] 임혜현 기자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