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이주열-고승범, 방역과 거시건전성 '태극기 휘날리며'
[이슈분석] 이주열-고승범, 방역과 거시건전성 '태극기 휘날리며'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1.08.2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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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건전성' 동시활용 필요…'위드 코로나' 공감대까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고승범 금융위원장 내정자.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고승범 금융위원장 내정자.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코로나19 관련 대응 태도가 관심을 모은다. 대책이 필요하긴 하지만, 필요 이상 움츠러 들어서 나라 경제를 살릴 마지막 기회를 망칠 수 없다는 절박함의 코드 공유가 느껴진다.  

고 후보자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금융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된다면 최근의 대내·외 여건변화에 대응하면서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한 금융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가계부채 증가는 코로나19 위기 대응과정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실물부문과 괴리된 신용의 증가는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이는 바로 전날 이뤄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과도 맞물린다. 이번 금리는 25bp의 인상 폭이 문제가 아니라, '유동성 과다의 시대는 이제 끝'이라는 강력한 신호를 대내외적으로 우리 당국이 내보냈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고 후보자는 특히 서민·취약계층의 불편이 없도록 보완대책을 병행하는 한편,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내달 말 끝나는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조치를 연장할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고 후보자는 "방역조치 강화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충분히 반영한 결정이 필요하다"며 "(코로나 등 대책을 씀에 있어서) 잠재부실 확대 우려에 대해선 금융권과 긴밀히 소통하며 보완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부연했다. 큰 틀에서 연장하되 일부 보완하는 방식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대두된다. 또 하나, 방역을 하되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것이 위축되는 상황도, 코로나 핑계면 만능 통과가 되는 것 모두 감시할 뜻을 시사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번엔 다시 이 총재의 상황 인식을 보자. 그는 26일 금리 인상 발표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자리에서 금리 관련 결단의 배경은 코로나19 재확산 위기감 축소임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더 늦어지면 일명 '부채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위험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고 후보자의 위 발언을 보면, 금융이 돈줄을 줄이는 것과는 별개로 우리 정책 당국은 풀겠다는 엇박자 우려가 사실 없지 않다.

하지만 이미 이 총재가 전날 통화정책(금리)과 거시 건전성 규제를 '퓨전'해야 할 때라는 점을 강조한 뒤라, 고 후보자로서는 발언에 부담이 덜했을 것임은 분명하다. 누가 어느 것을 먼저 쓰고 누가 어디에 중점을 두고의 차이가 있는 것이지, 기본적으로 펼치는 바는 크게 대립각이 없겠다는 마음 편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 폭등 이슈 등은 거시 건전성 규제로 푸는 게 원칙이고 금리는 신중히 활용하는 게 맞다는 신중론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자들의 질문에 이 총재는 "저금리가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한 건전성 규제도 한계가 있다. 건전성 규제와 통화정책이 동반될 때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런 중앙은행 기조라면 '두 주요 기관간 격렬한 충돌 내지 엇박자(정책 실패)'라는 구도는 일단 성립하지 않는다.

더욱이 "지난 번 전망 당시 보다 코로나가 가장 큰 변화였지만, 거리두기 등에도 부정적 경제 효과는 제한됐다. 과거의 확산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짚었다. 점진적이라는 표현에도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 분명한 매파 중앙은행 총재, 그의 머릿속엔 이미 위드 코로나 마인드가 있다.

서로 하기 나름이겠지만,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양자 사이의 공감대가 (당분간이라도) 상당히 견실하게 형성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편, 두 사람은 1952년-1962년생 10살 차이라, 한국 정서상으로는 나란히 사진을 걸 사이는 못 된다. 그러나 국가 위기 상황에서 소방수로서 서로 단단한 관창(물 나가는 주둥이)과 든든한 후방지원(호스)을 잡고 어깨를 겯고 있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