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한국씨티은행, 美 본사에 연 260억 벌어주고 인력사무소 논란
[이슈분석] 한국씨티은행, 美 본사에 연 260억 벌어주고 인력사무소 논란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1.08.23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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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금융센터 전경.(사진=주택도시보증공사)
부산국제금융센터 전경.(사진=주택도시보증공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63층 꼭대기 한켠에 자리를 잡은 한국씨티은행의 부산사무소에 눈길이 쏠린다. 커스터디 업무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도 이색적이지만 거액을 미국 모기업을 위해 벌어주는 상황 때문이다.

23일 한국씨티은행에 따르면, 이 은행 부산사무소는 국제금융업무 중 하나인 커스터디를 적극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부산국제금융센터에 지난 7월30일 정식으로 개소했다. 

여기서 커스터디 업무는 무엇인가? 외국 투자자가 한국 증시나 채권시장에 투자할 때, 반대로 한국인이 외국 주식 등에 투자하고자 할 때 주식을 보관하고 이를 관리(외환 등 각종 파생 업무)해 주는 업무다. 커스터디 중에 외국에서 한국에 들어온 투자를 다루는 것을 인바운드 커스터디, 반대의 경우를 아웃바운드 커스터디로 부른다.

우리 투자자가 외국에 투자하는 경우에는 계좌를 만들 한국 증권사 선정과 외국 커스터디 업무자 선정 외에 절차가 한 단계가 더 존재한다. 1994년 일반투자자의 외화증권 직접투자가 허용됐지만, 우리 당국에서는 투자자 보호와 거래비용 축소 등을 위한 일반투자자 및 국내증권회사를 모두 대상으로 '외화증권 집중예탁제도'를 시행 중이다. 투자자→개별 증권사에서 바로 해외 증권보관업무 기관(커스터디 업체)의 3단계로 가지 않고, 투자자→개별 증권사→예결원→해외 증권보관업무 기관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당연히, 해외 투자에서 '포털(관문)격인' 예결원의 힘이 크다. 여기서 외국 어느 곳에 보관업무를 맡길지 정하고, 한국 거래자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결원은 다양한 국가와 지역의 외국증권보관 업무를 커버할 수 있도록 씨티, 유로클리어, 클리어스트림, HSBC, 미래에셋브라질 등 파트너로 선정·활용해 왔다. 유로클리어와 클리어스트림은 유로 지역을 중심으로 하고, 미국 투자 관련 업무는 씨티가 주도한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씨티는 한국씨티은행이 아니다. 모기업이 직접 입주해서 자신의 커스터디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도 "미국 본사(씨티뱅크 NA)와 한국씨티은행 간에 기체결한 '글로벌 커스터디 업무에 대한 위수탁 계약'을 근거로 한국씨티은행이 일부 고객 서비스 및 지원 업무를 수행한다"고 답했다.

한국씨티은행이 씨티은행 본사의 일을 편리하게 대신하기 위해 한국씨티은행의 비용으로 별도의 조직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국씨티은행이 씨티 측 업무를 처리해 벌어주는 돈, 즉 한국의 아웃바운드 커스터디 업무 수익은 얼마나 될까? 외국 주식 수수료와 관련해 거래수수료와 위탁수수료 등의 비율이나 전체 액수 등에는 일선 증권사나 예결원, 커스터디 업체 등이 모두 민감해 하며 함구한다. 예결원이 외화증권 집중예탁제도상 특수한 지위를 악용, 중간에서 과도한 비용을 떼 폭리를 취했다는 논란이 과거 불거진 적이 있기 때문이다. 집중예탁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선진국 중에는 우리와 일본 등 유례가 드물다.

다만 추산해 볼 수는 있다. 지금은 예결원이 증권사를 통해서 외국에 투자하는 주식 등 증권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다. 하지만 지난 1994년 외국 증권시장 투자가 허용된 이후 한동안, 예결원은 관련 수수료를 모두 대납해 줬다. 거래 규모가 크지 않아서 예결원이 일종의 서비스 차원에서 대납을 해 줬고, 이것이 관련 항목 '적자분'으로 집계됐던 것. 예결원과 감사원 쪽 과거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해외증권 예탁수수료와 관련해 17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예결원의 세이브로 홈페이지에서 당시 외화증권 예탁결제 전체 규모를 얻을 수 있다. 2011년의 보관잔액(미국+유로권+일본 등 총계)은 미화 76억달러다. 이는 비록 주식과 기타 채권이 합쳐진 것이지만, 당시에는 채권 투자액이 미미했으므로 이를 모두 주식 보관으로 가정하고, 76억달러 보관(커스터디)에 우리 돈 17억원이 수수료로 지출됐다고 보면, 올해 거래 금액과 비례식을 푸는 방식으로 수수료 대강을 추산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자료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외화주식 결제금액과 보관금액이 각각 2077.4억달러(우리 돈 약 238조원), 658.8억달러(76조원)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이를 토대로 하면 보관수수료는 147억원이 된다.

예결원 자료에서 금년 상반기 미국 주식 결제액은 1939.7억달러(약 223조원), 보관액은 539.3억달러(62조원) 규모로 전체 외화주식 결제의 93.4%, 81.9% 비중을 차지한다. 씨티가 한국에서 미국으로의 증권 투자 관련 커스터디물을 사실상 독식하는 상황에서 '상반기에 130억원 정도는 넘는 업무'라고 봐도 큰 무리는 아니다.

연간 260억원으로 추정되는 씨티 본사 아웃바운드 커스터디 수입을 벌기 위해, 증손자기업 한국씨티은행이 간판을 걸고 한국인 직원들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무상 배임으로 볼 소지도 있는 것이다.

한국씨티은행 행원들의 연봉은 국내 은행 중 최상위권으로 올해 평균은 1억1300만원이다. 인건비 3억4000만원(현재 부산 한국씨티은행 사무소 커스터디 투입인원 3명)을 써서 260억원을 버는 것은 분명 유리한 사업이지만, 모기업과 증손회사간에도 엄연히 법인격이 다르므로 그 이익 귀속이나 비용 처리 관계에는 엄격한 정리가 필요하다. 단순히 업무 위수탁 계약을 맺는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니다. 

특히 현재 한국씨티은행은 본사 커스터디의 업무를 일부 지원하기 위해 위수탁 계약을 맺은 상태라고 하지만, 주장 자체의 신빙성에 의문이 남는다. 은행법상 본연의 업무 외에 부수업무 등을 위해서는 당국에 신고 처리와 관리감독 등을 받아야 한다. 금융위원회 홈페이지에 공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체이스은행 서울지점이 해외 지점의 커스터디 관련 지원 업무를 하겠다고 당국에 허락을 구한 예가 있다. 

해외 소재 다른 지점들의 커스터디 업무를 돕겠다며 당국에 신고한 체이스은행 서울지점(즉 한국지사격)의 내용. 사진에서 보듯 금융 당국이 이를 널리 공고한다. 하지만 한국씨티은행은 모기업의 커스터디 업무 관련 위수탁 계약을 맺었다고 하면서도이런 공고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 계약이 없거나, 적어도 당국 감시를 피해 알리지 않은 게 아닌가 추정된다. (사진=금융위원회)
해외 소재 다른 지점들의 커스터디 업무를 돕겠다며 당국에 신고한 체이스은행 서울지점(즉 한국지사격)의 내용. 사진에서 보듯 금융 당국이 이를 널리 공고한다. 하지만 한국씨티은행은 모기업의 커스터디 업무 관련 위수탁 계약을 맺었다고 하면서도이런 공고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 계약이 없거나, 적어도 당국 감시를 피해 알리지 않은 게 아닌가 추정된다. (사진=금융위원회)

그러나, 모기업 씨티와 한국씨티은행이 위수탁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 시기 몇개 연도를 훑었으나 이런 자료 공개가 돼 있지 않다.

아울러 이 사무소를 미국 씨티 커스터디팀이 아닌 한국씨티은행 부산사무소 형식임에도 글로벌 금융사 유치를 위한 공간 배정 혜택을 주는 게 맞는지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질문에 예결원 관계자는 "씨티 홍콩에서도 사람이 들어온다고 하므로 (한국씨티은행과 무상임대 계약을 맺고 혜택을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씨티 홍콩에서 사람이 들어온다는 것은,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의 개입을 의미한다. 미국 본사의 일감인 '한국 예결원이 맡긴 커스터디' 일을 돕기 위해 한국씨티은행 일부 조직이 따로 사무소를 내 일하는 것도 모자라, 씨티 홍콩이 이를 계속 도와야 한다는 뜻이 된다. 기본적으로 한국씨티은행이 모기업과 맺었다는 업무 위수탁 계약도 업무 전반이 아니라 일부 지원을 위한 알려져 있다. 씨티 홍콩 지휘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이른바 근로자파견업을 금융기관인 한국씨티은행이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파견업 중에 인력공급업은 자기관리 하에 있는 노동자를 계약에 의하여 타인 또는 타사업체에 일정기간 보내 일에 종사하게 하는 것. 이 노동자들은 인력공급업체의 직원이지만, 지시, 감독은 고객업체가 한다. 

한편 고용알선업은 고용주 또는 구직자를 대리하여 일자리 및 구직자 정보를 기초로 인력을 선발 및 배치하는 활동이다. 

한국씨티은행이 모기업 씨티를 위한 아웃바운드 커스터디 업무를 진행하고 홍콩(지역본부)에서 온 임직원에 의해 개입(관리감독)도 이뤄지는 일에 한국씨티은행 직원들을 사용한다면 이 중에서는 인력공급업에 해당한다. 한 변호사는 "업무 위수탁 계약이 있고 내 지역 사무소로 간판을 건 경우라 해도, 다른 조직의 관리감독 가능성이 존재하는 곳에 내 직원을 보내는 것은 새 문제가 된다. 인력공급업 등록이 없으면 불법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논쟁을 피하려면, 근로자파견업자로서 등록을 하고 오히려 지금 한국씨티은행 부산사무소의 같은 융합적인 형태와 성질의 업무에 종사할 사람들을 더 많이 뽑아야 하지만, 본격적으로 파견업체로 나서겠다는 것인지 먼저 그 물음부터 답해야 한다. 

은밀히 위대하게 일하지만, 의뭉스러운 것이 부산사무소의 위상 더 나아가 한국씨티은행의 모기업 커스터디 업무 지원 태도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