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BIFC 63층 한국씨티은행 부산사무소, 예결원과의 계약 불가 논란
[이슈분석] BIFC 63층 한국씨티은행 부산사무소, 예결원과의 계약 불가 논란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1.08.23 14: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제금융중심지 발전 위한 공적 판단, 행정행위로서 정당성·요식 갖춰야
새로운, 더 많은 해외 금융기업에 몫 돌아가야…한국씨티 자리 줄 명분 小
부산 남구에 위치한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전경. (사진=부산시)
부산 남구에 위치한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전경. (사진=부산시)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의 꼭대기인 63층, 일명 '부산-D스페이스'. 이 곳에 유력 외국계 금융사들이 임대료 무료라는 파격적 조건으로 속속 초청되고 있다. 지난해 6곳이 선정된 바 있고, 2차 입주희망 기업(기관) 모집도 올해 진행되고 있다. 23일 한국씨티은행에 따르면, 이 은행 부산사무소는 커스터디 업무에 집중하는 곳으로 지난 7월30일 정식 개소식을 가졌다.  

인도네시아, 이스라엘, 홍콩 등 각국에 기반을 둔 외국 회사들의 진출을 이끌어 낸 것이라 국제금융중심지 위상에 부합한다는 평이 나온다. 부산광역시는 서울특별시와 함께 국제금융중심지로 지정된 바 있지만,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외국 금융사 유치는 이런 상황에 전환점으로 꼽힌다.

BIFC 63층은 국제금융도시 도약의 꿈인 동시에, 예탁결제원과 부산시의 협력을 상징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예결원은 현대건설로부터 63층 3071㎡(약 1000평)를 약 80억원선에 사들였고, 다시 이 공간 중 일부를 국제금융중심지 발전을 돕는다는 취지로 부산시에 무상 임대 형식으로 제공했다. 즉, 외국 유력 금융사에 파격적 조건을 제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예결원의 도움 덕분이다.

그래서 지난 번 6개 입주사 선정은 부산시의 접수와 검증을 거쳐 진행됐지만, 그 중에 '한국씨티은행 부산사무소' 입점처럼 예결원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 사례도 나왔다. 예결원은 최근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투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외화증권 예탁결제서비스를 제공할 필요를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증권투자는 현행법상 모두 예결원을 거쳐 나가므로, 예결원이 씨티 등 외화증권 보관서비스(즉, 커스터디) 기관들을 선정, 협력해 왔다.

즉 커스터디 파트너 중 하나인 씨티가 BIFC에 입주해 있으면 긴밀한 업무 협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국씨티은행 부산사무소의 입주가 성사됐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에 들어온 외국 투자자의 증권보관서비스(커스터디 중에서 인바운드로 불리는 업무)라면 한국씨티은행의 일이지만, 한국에서 해외 투자를 나가는 투자 수요의 커스터디(아웃바운드)는 모기업 씨티의 일이라는 점이 문제다.

"아웃바운드(커스터디)는 어디까지나 모기업 일이지 않은가? 왜 한국씨티은행에서 사무소를 내는가?"라는 질문에 한국씨티은행은 "미국본사(씨티뱅크 NA)와 한국씨티은행 간에 기체결한 '글로벌 커스터디 업무에 대한 위수탁 계약'을 근거로 한국씨티은행이 일부 고객 서비스 및 지원 업무를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씨티은행은 본사인 미국 씨티의 증손회사에 해당한다. 가족을 위해 한국씨티은행 간판과 조직으로 씨티 측 업무를 보는 것이 큰 문제가 아니라고 여길 수도 있다. 다만 BIFC 63층 공간을 임대료 없이 파격적으로 빌려주는 것은 단순한 호의가 아니라 부산의 발전을 위한 공적인 조치다. 행정행위는 정당한 근거와 판단 기준을 갖춰야 한다. 

씨티와 한국씨티은행 중에 어느 쪽이 임차인으로 계약을 했는지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 있다.

부산시 관계부서 공무원은 "계약은 우리가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예결원에서 무상으로 시에 빌려준 것은 맞지만, (정식으로) 임대계약서를 쓰고 한 것은 아니다. 이런 취지로 사용하면 좋겠으니 무상으로 써도 된다는 '공문'을 보내는 식으로 이뤄졌다. 따라서 개별 입주사 선정 거기까지를 우리 시에서 하고, 입주사와의 계약은 예결원에서 할 일"이라는 설명이다.

예결원 측은 한국씨티은행과 씨티 중 어느 곳이 계약 주체인지를 밝힐 수는 없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다만, "글로벌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서 현재 다른 금융회사들과 같은 조건으로 대우하고 있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홍콩 씨티에서도 곧 사람이 들어올 것이라고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한국씨티은행을 상대로 계약을 진행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홍콩 씨티에서 운영에 앞으로 상당 부분 간여하거나 지휘하더라도 일단 지금으로서는 한국씨티은행의 임대로, 한국씨티은행 인력이 씨티의 업무를 처리해 주는 공간으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모기업 씨티와 한국씨티은행 사이에 커스터디 관련 위수탁 계약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면 커스터디 본업무를 하는 모기업이 아니라 보조 업무를 하는 한국씨티은행에 파격적인 공간 혜택 주는 게 맞는지도 문제가 된다. 선발 판단의 공정성 시비가 붙을 수 있다.

국제금융중심지 도약을 위해서는 '글로벌' 금융사들이 '새로', '더 많이' 들어와야 한다. 당연히 한국씨티은행 부산사무소가 아니라 '씨티 한국 커스터디팀'의 이름을 걸고 사무소를 내서 업무를 수행하는 쪽이 낫고, 위와 같은 이유에서 행정처리상 불공정 논란으로 입길에 오르내릴 여지를 차단하는 길도 된다. 한국씨티은행과 예결원이 손잡은 지금 상황은 국제금융중심지 발전 명분에 적합치 않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신아일보] 임혜현 기자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