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전, 붓으로 펼친 천지조화
`겸재 정선전, 붓으로 펼친 천지조화
  • 신민아기자
  • 승인 2009.09.0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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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謙齋) 정선(1676~1759) 서거 25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이 8일부터 11월22일까지 서울 서빙고로 국립중앙박물관 회화실에서 ‘겸재 정선전-붓으로 펼친 천지조화(天地造化)’를 펼친다.

정선은 우리나라 회화사에 큰 획을 그은 거장이다.

서울 명문가에서 태어나 84세까지 장수했다.

대구 근처인 하양(河陽) 현감, 포항의 청하(淸河) 현감, 서울 가양동 일대 양천(陽川) 현령 등을 지냈다.

81세에는 종2품인 가선대부 동지중추부사에 제수됐다.

그의 30년 지기인 조영석(1686~1761)은 정선에 대해 “금강산 및 영남 지방을 두루 여행하고 사생, 산수의 형세를 얻었으며 사용한 붓을 묻으면 무덤을 이룰 정도”라고 평했다.

또 “임금(영조)께서도 정선을 이름으로 부르지 않으시고 그 호로 부르셨다”며 “위로는 재상으로부터 아래로는 가마꾼에 이르기까지 정선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고 기록했다.

이번 전시에는 정선의 작품 30건 142점을 선보인다.

특히, 그의 초기 화풍을 알려주는 중요한 두 작품이 포함됐다.

‘신묘년 풍악도첩’(辛卯年 楓嶽圖帖·1711)이 그 중 하나다.

제작연대를 알 수 있는 정선의 작품 중 가장 이른 36세 때의 화첩으로 14면에 걸친 작품 전체를 전시한다.

그의 초기 진경산수화풍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북원수회도첩’(北園壽會圖帖·1716·사진)은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전 공조판서 이광적(1628~1717)의 과거급제 60주년을 맞아 북악산과 인왕산 기슭에 거주하던 70세 이상 노인들과 그 자손들이 모여 장수를 서로 자축한 모임을 그렸다.

이 작품은 정선의 인물화 중 가장 시기가 빠르며 기록화로서 드문 예를 보여준다.

또 정선이 진경산수화의 창안자일 뿐만 아니라 풍속화 분야의 전개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려 주는 자료다.

아울러 당시 문예계를 이끌던 인왕산과 백악산 기슭 유력 가문들의 교유관계를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번 전시에서는 1925년 독일인 신부 베버(1870~1956)에 의해 독일로 건너가 성 오틸리엔 수도원에 소장돼 있다가 2006년에 반환된 왜관수도원 소장 ‘겸재 정선 화첩’이 10월13일 첫 공개된다.

이밖에 정선의 진경산수화뿐 아니라 중국 당 말의 시인 사공도(837~908)의 ‘시론(試論)’을 스물 두 장의 그림으로 제작한 ‘사공도시품첩(司空圖詩品帖)’ 등 정선의 진경산수화는 물론 관념산수화, 고사인물화, 문학적 소재를 그린 그림 등도 내걸린다.

전시를 기획한 이수미 학예연구원은 “초기작이 많이 전시돼 정선의 독창성을 재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뿐만 아니라 정선이 살던 시대에 대한 새로운 이해도 이끌어 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