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별 수수료 지급 대신 발생 비용 분담해 '비영리' 운영 예정
금융당국이 오는 10월 대환대출 플랫폼 출범을 추진하는 가운데, 은행권과 빅테크 업체가 각자도생을 걷게 됐다. 은행연합회는 최근 자체적으로 대환대출 플랫폼 TFT를 꾸리면서 빅테크 업체와 별도로 플랫폼 구축을 선언했다.
1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자체적으로 '대환대출 플랫폼 TFT(이하 TFT)'를 결성했다. 지난달 말 가계대출을 시행하는 전체 은행 대상으로 은행권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에 대한 의향을 물은 결과, 카카오뱅크와 토스를 제외한 대부분 은행이 이에 긍정적인 의향을 밝히면서 독자 플랫폼 사업을 본격화한 것이다.
대환대출 플랫폼이란 인터넷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을 통해 한 곳에서 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탈 등 여러 금융기관의 대출 상품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서비스다. 여기에 플랫폼을 통해 금융 소비자는 손쉽게 이자가 적은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원스톱 대환대출' 서비스도 제공한다.
현재 카카오페이나 토스 등 빅테크 기업이 운영하는 대출금리 비교 서비스에 대환대출이 더해지는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시중은행들은 수수료 부담과 상품 대환대출 서비스 제공을 둘러싼 주도권 상실 우려 탓에 빅테크 업체 중심의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이 자체적으로 대환대출 플랫폼 개발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렸는데, 이번 TFT 결성으로 이를 구체하고 분명히 한 것이다.
TFT는 연합회 내 여신 관련 부서 관계자들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시중 은행 여신 담당자는 물론 IT 관련 담당자들도 참여 예정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현재는 전체적으로 큰 틀을 짜고, 프로세스를 만들고 어떤 것을 할 것인가 계획을 하고 준비하는 단계다. 은행들과 소통하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한가 등 절차를 마련하는 초기 단계지만, 결국은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TFT는 제2금융권 등에 대해서도 참여를 요청하는 등 문호를 열고, 덩치를 키운다는 방침인다. 이를 통해 금융 소비자 선택권을 한층 넓힌다는 계획이다.
TFT 한 관계자는 "플랫폼이 현재도 시장에 많이 있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그중에 하나로 'One OF them(원오브뎀)'으로 생기는 것이며, 금융회사들이 어느 플랫폼과 제휴할지는 각자 선택하는 것"이라면서도 "(연합회가 추진하는) 플랫폼이 구축되면, 그동안 다른 플랫폼과 제유하지 않았던 시중은행들도 참여해, 금융 소비자의 선택이 넓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빅테크 업체에서는 이런 은행권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도, 별다른 경계감은 없는 분위기다.
한 빅테크 업체 관계자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보다 이용하게 하는 것이 더 어렵다"며 "고객이 앱을 하나 내려받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은행연합회는 시중은행이 쌓아온 신뢰도를 바탕으로 빅테크 플랫폼과 경쟁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 소비자의 선호가 시중은행에 무게가 쏠린만큼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단 입장이다.
은행연합회 내부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대출을 받으려고 하면 은행 대출을 받고 싶어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현재 제공되지 않는 시중은행 상품 비교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강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TFT는 빅테크 플랫폼과 달리 건별 수수료 부담을 없애 참여 금융사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플랫폼 구축 및 운영에 필요한 최소 비용을 참여 금융사가 분담금 형태로 부담해, 향후 대환대출 서비스 확대로 인한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플랫폼 개발은 은행권 IT 인력을 활용한 내부 개발과 외주 개발 가능성을 모두 열어둔 상태에서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제 막 TFT가 구성돼 논의에 들어간 만큼 금융당국이 예정한 10월까지 자체 플랫폼을 선보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은행권이 대환대출 플랫폼 독자 구축을 본격화하면서 업계 의견 재수렴에 나선다. 금융위는 이달 중 은행권은 물론 빅테크 및 핀테크업체, 제2금융권과 대환대출 플랫폼 도입과 관련해 간담회를 진행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