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공급에 미분양 늘고 가격 상승 둔화…대구 주택시장 '찬바람'
과잉공급에 미분양 늘고 가격 상승 둔화…대구 주택시장 '찬바람'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1.08.12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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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주택사업여건 부정적 전망 전국 '최고'
매도자 늘며 매매시장 분위기도 가라앉아
올해 1~8월 대구 아파트값 상승률 추이. (자료=부동산원)
올해 1~8월 대구 아파트값 상승률 추이. (자료=부동산원)

작년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가격 상승세가 강했던 대구 주택시장에 최근 찬바람이 분다. 과잉공급으로 인해 악성 미분양이 늘어나는 추세고, 이달 주택사업 여건에 대한 부정적 전망은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매매시장도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더 많아지며 가격 상승률이 둔화되는 등 가라앉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12일 주택산업연구원(이하 주산연)에 따르면, 이달 대구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 전망치는 전월 대비 17.3p 하락한 59.3을 기록했다. 이는 이달 전국 최저치로, 차순위인 제주(80.9)에 비해 21.6p 낮은 수준이다.

HBSI는 공급자 입장에서 주택사업경기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공급시장 지표다. 100을 기준선으로, 지수가 85 미만이면 주택사업 경기를 하강 국면으로 본다.

이재형 주산연 책임연구원은 "대구는 최근 과공급에 따른 주택수요 소진과 고분양가에 기인한 미분양 증가에 따라 전국 최저 전망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구 지역 미분양은 올해 3월 이후 급격히 늘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대구지역 미분양 주택은 올해 3월 153가구에서 4월 897가구로 급증했다. 이후 5월 1185가구로 더 늘었고, 6월에는 1017가구로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 3월(53가구)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6월에는 144가구로 늘었다. 같은 기간 전국 준공 후 미분양 건수는 1만988가구에서 9008가구로 지속 감소했다.

이 같은 미분양 증가는 지역 내 과잉공급과 연결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대구 지역 분양물량은 △2018년 2만4667가구 △2019년 2만9103가구 △2020년 3만1241가구 △올해 3만4484가구(예정)로 증가 추세다. 그간 활발히 진행됐던 정비사업과 신규 택지 개발, 분양호실적에 따른 민간건설사들의 공급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 늘어난 공급에 입주물량도 올해 1만6658가구를 시작으로, 2022년 2만424가구, 2023년 3만4000여가구로 증가할 예정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분양물량이 많은 상황에서 미분양이 늘어나는 등 분양시장이 안 좋아지고 있다"며 "계속해서 공급이 이어졌던 것에 대한 피로감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대구지역의 재고주택시장 분위기도 가라앉은 모습이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대구지역 매수우위지수는 지난달 19일 48.6을 기록해 50선 밑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해당 지수가 50선 밑으로 떨어진 지역은 최근 하락세가 나타난 세종과 함께 대구가 유이했다. 매수우위지수는 기준선인 100을 넘기면 '매수자가 많다'는 의미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뜻한다.

이 같은 시장 분위기는 매매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작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0.30~0.40%대를 이어온 대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4월부터 둔화되기 시작됐다. 지난 6월14일(0.18%)부터는 지속 하락해 이달 9일 0.07%까지 둔화되며, 세종과 함께 하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대구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해 그동안 지속된 가격 상승과 과잉공급으로 인한 피로감이 쌓이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한동안 많이 오른 지역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피로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에는 지역 내 신축 아파트에 대한 희소성이 있었는데, 공급이 꾸준히 늘면서 지금은 많이 희석된 점 등이 가격에 반영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오는 2023년까지 입주물량이 늘어난 지역 시장 상황으로 인해 대구 주택시장이 조정장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앞으로 3년간 집중적으로 많은 입주물량이 있는 상황이라 경우에 따라 조정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며 "특히, 2023년에는 한해 3만가구 이상이 입주하는 만큼, 충격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