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 해법 없이 달래기
文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 해법 없이 달래기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8.1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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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2000명 돌파에도 '희망고문'… 한계 다다른 피해계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 현장방문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 현장방문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코로나19 확진자 2000명 돌파에 문재인 대통령이 뚜렷한 해법 없이 일단 달래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야당은 물론 피해 계층의 지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11일 참모회의에서 "최근 확진자 수 증가는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전 세계적 현상으로, 우리나라는 여전히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을 유지하고 있지만, 현재 감염 확산을 막지 못하면 확진자 수가 더 늘어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덧붙여 국민을 두고선 "지금까지 성공적 방역의 주인공"이라고 치켜세우면서 "협조를 다시 한 번 당부드린다"고 애둘렀다.

당초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미명하에 국민 통제를 강화하면서 "짧고 굵게"를 공언했던 것과 달리 정부의 4단계 조치는 한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날을 기준으로 불과 이틀 전만 해도 "그동안 시행한 고강도 방역 조치가 확산세를 꺾진 못했어도, 급격한 확산세를 차단하는 데 분명한 효과가 있었다"고 자찬했지만, 확진자가 터져나오면서 이같은 발언은 허언이 된 실정이다.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 국민께 일상 회복이 멀지 않았다는 희망을 전해드린다,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등 문 대통령이 일종의 안일한 발언을 내놓을 때마다 확진자가 대폭 증가하면서 야당은 이를 고리로 파상공세를 쏟고 있다.

김연주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이번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코로나 상황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이 이 정도인가"라며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월등히 낮은 백신 접종 완료율에 관해선 왜 아무런 언급이나 상황 설명이 따라오지 않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꼬았다.

이어 "10일 하루 확진자 최대인 2223명을 기록한 날, 상대적으로 나은 형편이라는 발언이 대통령으로서 꼭 해야만 하는 것이었는가 진정으로 안타깝게 생각된다"며 "다른 어느 나라가 어떤 상황이든지 간에 코로나로 인해 목숨을 잃은 대한민국 국민이 총 2135명이며, 확진 받은 사람도 그 숫자가 21만6206명인 것이 바로 오늘의 현실"이라고 부각했다.

또 "이러한 실질적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상대적이 아닌, 절대적인 것이어야 한다"며 "코로나로 인해 사망의 피해를 입은 국민과 그 가족, 투병하는 국민과 그 가족,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하고 있는 모든 이들과 삶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모든 이에겐 그 고통이 절대적인 것이기 때문"이라고 고언했다.

실제 피해 계층에선 문 대통령의 희망고문을 두고 공감 능력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엔 애먼 소상공인과 예비신혼부부의 읍소와 비탄이 두드러진다.

거리두기 통제 4단계를 강화한 지난달 13일부터 청원 게시판엔 결혼식 인원 제한 등을 완화하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9일엔 한 청원인이 "정말 결혼식이 다른 시설에 비해 감염 위험이 높을까"라며 "약 2000건 신규 감염 중 결혼식 관련 감염 비율은 몇 퍼센트(%)인지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부부에게 수치로 증명해줄 수 있느냐"고 비꼬기도 했다.

이 청원인은 "그 소중한 하루를 위해 결혼 당사자뿐 아니라 초대 받은 모든 하객도 방역수칙을 최대한 준수하고, 조심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느냐"며 "실제 감염 수치와 사례에 기반해 결혼식장 감염 위험을 부디 재평가해 달라"고 읍소했다.

소상공·자영업 계층도 무너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3%로, 역대 사장 높은 수치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전체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지난 3월 말 기준 831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8%(131조8000억원) 늘었다'고 발표했다. 대출 규모와 증가율 모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지난 4~6월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이 9조3000억원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840조원대로 추산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자영업자 빚이 무려 140조원 넘게 폭증한 것이다.

이같은 실정에 재정 당국 수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친문 핵심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꼬리를 내리는 분위기다.

홍 부총리는 "7월에도 전체적으로 고용개선 흐름이 이어졌으나, 최근 방역 강화 조치 등으로 8월 고용부터는 시차를 두고 충격 여파가 반영될 것"이라고 인정했고, 윤 원내대표는 "모더나 백신 공급 차질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