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조선3사-下] 현대‧대우‧삼성 '포스트 LNG' 선점 공식화
[위풍당당 조선3사-下] 현대‧대우‧삼성 '포스트 LNG' 선점 공식화
  • 최지원 기자
  • 승인 2021.08.0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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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모니아·에너지저장장치 이용 친환경‧고효율 추진선 개발 박차

국내 조선3사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시장에서 제 모습을 되찾았고, 친환경기술 개발에 앞장서며 패권에 다가서고 있다. 다만,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는 과제는 여전하다. 본지는 세계 조선업 현주소와 위풍당당한 국내 조선3사가 가야 할 길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Big)3’은 탄소 중립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친환경 선박기술 선점에 나서며 ‘포스트 LNG’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각사는 현재 친환경 연료의 대표격인 액화천연가스(LNG)를 이용한 추진선과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지목된 암모니아를 활용한 추진선 개발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각사가 확보한 친환경 스마트 선박기술도 미래 패권에 다가서는 요인이 될 것으로 풀이된다.

◆LNG에서 암모니아로…시장선도 나서

코트라(KOTRA)와 KDB산업은행이 공동 발표한 ‘2020 글로벌 친환경 선박기자재 시장 동향 및 해외시장 진출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세계 신조 발주 선박 중 60.3%는 LNG 추진선이다. 현재로선 LNG가 글로벌 환경 규제안에 가장 부합하는 친환경 연료다.

LNG 추진선의 대표적인 기술은 연료공급 시스템이다. 연료공급시스템은 액체 형태의 LNG를 추진 장치에 투입할 수 있는 압력과 온도를 조절한다.

국내 조선3사는 LNG 추진선 시장에서 각각 △Hi-SGAS(한국조선해양) △HiVAR-FGSS(대우조선해양) △FuGAs(삼성중공업) 등 독자적인 LNG 연료공급 시스템을 구축하며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17만4000입방미터(㎥)급 LNG선. [사진=한국조선해양]
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17만4000입방미터(㎥)급 LNG선. [사진=한국조선해양]

다만 LNG 연료는 장기적으론 친환경 대안이 될 수 없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최근 신조 선박들에 대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08년 대비 40%, 2050년까지 70% 수준으로 감축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LNG는 불연소한 메탄이 배기가스에 섞여 나오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앞으로 시행될 IMO 환경규제 방안에 완벽히 부합하지 못하는 셈이다.

이런 까닭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대체연료는 반드시 필요하다.

암모니아는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황산화물 등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아 환경규제 대응 전략으로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0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2060년에는 신조선 약 30%는 암모니아 연료를 사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조선3사도 암모니아 추진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암모니아 추진체계를 탑재하는 선체는 설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조선해양은 2020년 영국 선급협회 ‘로이드 레지스터(LR)’로부터 암모니아 추진선 기본인증서(AIP)를 획득했다. 또 지난 3월엔 사우디라아비아 아람코와 암모니아 추진선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한국조선해양은 2025년까지 암모니아 추진선을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암모니아 추진선 개발과 더불어 리튬 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선박용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연구 중이다. ESS는 오염물질 배출을 저감할 수 있는 차세대 선박 에너지원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24년까지 순수 국산 기술로 ESS를 제작하고 대형 선박에 이를 탑재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말레이시아 해운사, 영국 로이드 레지스터, 독일 엔진 제조사 ‘만에너지솔루션즈(MAN Energy Solutions)’ 등과 2030년까지 암모니아 추진선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3사3색 스마트십 솔루션으로 경쟁력 배가

친환경 선박 연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스마트십(Smartship) 솔루션 개발도 한창이다.

스마트십 솔루션은 선박 건조·관리·운행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프로그램이다. 이 중 자율운항 선박은 날씨·파도·화물 쏠림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연료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자율운항 선박은 엔진 공회전을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할 수 있어 주요 친환경 기술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스앤마켓스에 따르면, 세계 자율운항 선박 시장 규모는 2030년 약 143억달러(16조3900억원)로 2019년(71억달러·8조1000억원) 대비 2배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 2018년 홍콩 서남쪽 750제곱킬로미터(㎢) 규모 해역을 무인 자율운항 선박 시험해역으로 조성해 기술 경쟁력 강화에 주력한다.

일본은 스마트 자율운항 선박을 조선업 부흥의 기회로 삼고 해양산업부흥 정책 ‘아이시핑(i-Shipping)’을 정부 혁신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유럽은 △노르웨이 콩스버그 △핀란드 바르질라 △스위스 ABB그룹 등 솔루션 전문 기업들을 필두로 자율운항 선박개발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2025년까지 약 1600억원을 투입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완전 무인 자율운항 선박기술 상용화 기반을 마련한다. 국내 조선업계는 2025년을 자율운항 선박 상용화시기로 설정하고, 자율운항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020년 항해보조 시스템 ‘하이나스(HiNAS)’를 탑재한 자율운항 핵심기술을 선보였다. 하이나스는 AI가 선박 카메라를 분석해 주변 선박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충돌 위험을 판단하는 시스템이다.

또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6월 영국 LR로부터 ‘LNG운반선 가상시운전 솔루션’에 대해 기본승인(AIP)을 획득했다. 이 솔루션은 한국조선해양 디지털트윈 선박 플랫폼(HiDTS)을 이용한 가상 사이버 공간에서 실제 선박 해상 시운전 상황과 동일한 환경을 구현했다.

대우조선해양 연구원들이 시흥R&D캠퍼스 내 DS4 육상관제센터에서 운항 중인 선박 데이터를 분석하는 모습.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연구원들이 시흥R&D캠퍼스 내 DS4 육상관제센터에서 운항 중인 선박 데이터를 분석하는 모습.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20년 독자 개발한 스마트십 솔루션 ‘DS4(DSME Smart Ship Platform)’를 HMM의 대형 컨테이너선에 적용했다. DS4는 선주가 육상에서도 항해 중인 선박의 주요 시스템을 원격으로 진단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이 솔루션은 선박의 최적 운항경로를 제안해 운항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스마트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설치됐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플랫폼을 활용하면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연동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2025년에는 DS4를 본격적인 수주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앞으로 건조할 모든 선박에 DS4를 기본 사항으로 탑재한다.

삼성중공업은 독자 개발 스마트십 솔루션 ‘에스베슬(SVESSEL)’을 선박 160여척에 적용했다. 에스베슬은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를 기반으로 선박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통합 관리한다.

또 삼성중공업은 지난 2020년 원격자율운항 시스템 ‘SAS(Samsung Autonomous Ship)’을 사용해 실제 선박을 해상에서 원격 자율운항하는 시범 테스트를 마쳤다. SAS는 선박에 장착된 항해 통신장비 신호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선박 스스로 운항할 수 있도록 제어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스마트십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고효율 기술개발은 글로벌 조선시장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한국 조선산업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fro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