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점프업 과제는]③ 주식시장 발전, 간접투자·세제혜택 늘려야
[증시, 점프업 과제는]③ 주식시장 발전, 간접투자·세제혜택 늘려야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08.09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공모펀드 내 개인 비중 감소세…펀드 강국 미국과 '정반대'
유형 다양화해 기대 수익률 충족·온라인 채널로 비용 감축 필요
퇴직연금·ISA 내 세제혜택 키워 장기적인 투자 자산 마련해줘야
6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6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작년부터 이어진 '동학개미 운동'으로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유입되면서, 이들이 자본시장에 계속 머물 수 있으려면 간접 투자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금융 선진국 사례를 살펴 간접 투자상품을 늘리는 한편, 세제 혜택도 확대해 장기적인 국민 자산 증식과 주식시장 발전을 꾀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국내 가계의 금융자산 중에서는 간접 투자보다 직접 투자 규모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대표적 간접투자 상품인 공모펀드 규모는 2010년~2020년 10년 간 199조원에서 275조원으로 38% 증가에 그쳤다. 공모펀드 내 개인 투자자 잔고비중은 2015년 51%에서 2019년 47.6%, 작년 41.5%로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반면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급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2010년 13조7024억원에서 작년 65조5227억원으로 378%나 폭증했다.

지난해부터 제로금리가 이어지고,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주식 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짧은 시간에 수익을 내려는 개인 투자자가 간접투자시장에서 직접투자시장으로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수익률 상승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중시 전반에 거래량이 확대되더라고 이른바 '치고 빠지는' 단타거래가 많아질수록 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도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작년부터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지난달 코스피 시장의 상장주식 회전율은 60.45%로 단기 매매 비중이 10년 내 최고치를 달성했지만, 신규 투자자 수익률은 5.9%로 기존 투자자(18.8%)를 밑돌았다.

이렇다 보니 투자성과가 저조한 개인 투자자가 대거 주식시장을 이탈하면 자본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수 있어, 주식시장에 장기적·안정적 투자문화 정착에는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자료=금융투자협회)
2019년 말 미국 펀드 시장 내 개인 투자자 비중(단위: 1조달러). (자료=금융투자협회·ICI)

우리 상황과는 다르게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2010년~2019년까지 10년간 공모펀드 규모가 각각 117.3%, 121.1% 커지면서 가계의 대표적인 자산 증식 수단으로 안착했다. 

특히 한국의 공모펀드 격인 미국 뮤추얼펀드 시장에서는 가계가 주요 투자자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미국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2019년 미국 뮤추얼펀드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 수는 1억180만명에 달해 전체 시장의 89.2%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국내공모펀드를 활성화하려면 우선 공모펀드 유형을 다양화 해 투자자의 기대 수익률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공모펀드의 유형별 비중은 단기금융 59%, 채권형 22%, 주식형 18%인 반면, 부동산 및 특별자산은 1%에 불과했다. 최근 부동산·인프라 등 대체투자펀드에 대한 투자자 수요가 높아졌지만, 낮은 환금성 등 영향으로 공모운용이 어려워 관련 상품이 부족하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설명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주기적으로 펀드재산의 일정 비율 내에서 투자자에게 환매기회를 제공하는 '인터벌펀드' 제도를 통해 다양한 대체투자 펀드를 내놔, 지난 2018년 기준 270억달러(한화 약 30조8421억원) 규모로 운용 중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투자자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생겨난 불신으로 간접 투자시장에 돈을 맡기지 않으려 하고 있는데, 이런 우려를 덜기 위해 간접 투자시장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장기적인 투자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료=자본시장연구원·모닝스타)
주식형펀드 총비용비율의 국가별 비교. (자료=자본시장연구원·모닝스타)

펀드 판매·운용에 따르는 비용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펀드 평가기관 모닝스타가 지난 201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식형 공모펀드 총 비용 비율은 평균 1.89%로 미국(0.59%)과 호주(1.23%), 일본(1.31%) 등 주요국 대비 높은 편이다. 

이지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용이 불편해 이용도가 낮았던 기존 온라인 플랫폼을 대폭 개선하고, 소액 투자자도 쉽게 투자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저비용 자문서비스인 로보어드바이저 등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은퇴자산 축적'과 '국민재산 증대'라는 '투 트랙 방식'의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세제혜택도 대폭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은퇴자산 축적을 위한 퇴직연금의 경우, 미국의 DC형 401k은 최대 1만9500달러(한화 약 2226만원)까지 기본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세제혜택은 개인연금과 합쳐 최대 700만원에 그친다.

영국과 일본의 경우 국민재산 증대를 위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수익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200만원까지는 세금이 없지만, 이를 넘으면 초과분의 9%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은 장기적 관점에서의 운용이 가능한 금융수단을 마련하고, 제도적인 지원도 충분히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합리적이고 계획된 방식으로  위험자산 비중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