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냐 vs 총파업이냐
정리해고냐 vs 총파업이냐
  • 용은주기자
  • 승인 2009.09.0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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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갈등 금호타이어 중대기로
입금 협상을 둘러싸고 4개월째 첨예한 노사 갈등을 겪고 있는 금호타이어가 대량해고 사태로 가느냐, 무기한 총파업으로 가느냐를 놓고 중대기로에 놓여 있다.

극적인 대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연간 총생산액 2조4000억원대의 공룡기업은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어 지역 경제의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3일 금호타이어 노사에 따르면 노사 양측은 노조 선거가 끝난 지 하루만인 이날 오후 2시 제22차 교섭을 갖고 난마처럼 얽힌 쟁점들에 대한 의견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교섭은 노조 집행부가 유임된 이후 마련된 첫 교섭이어서 노사간 이견 접근이 이뤄질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사측이 이미 2차례의 희망퇴직 접수, 직장폐쇄, 노조 교섭위원 고소 등 초강수를 둔데다 이날 교섭이 결렬되면 4일 곧바로 정리해고 대상자를 개별통보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측은 “개별통보가 강행되면 즉각 무기한 총파업으로 맞서겠다”고 강경한 태도다.

“종전 협상안에 이렇다 할 변동은 없다”는 노사양측의 입장도 갈등 국면이 장기화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현 노조 집행부가 재신임을 얻긴 했지만 유효득표율이 50%에도 못미쳐 ‘절반의 지지’에 그친 점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노조 관계자는 “조합원들 사이에 노조측이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표로 연결된 것 같다”며 “선거결과를 어떻게 분석하고, 무슨 대안을 내놓아야 할 지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노사 양측은 지난 5월 상견례 이후 석달넘도록 20여차례의 만남을 통해 임금동결과 성과금 지급연기 등에는 기본적 합의를 도출했으나, 관행적으로 지급해오던 파업기간 임금손실분에 대해선 노조는 보전을, 사측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고수하면서 평행선을 긋고 있다.

학자금.교통비 등 복리후생 유보, 정원 재설정 및 여력인원 전환 배치, 품질혁신운동 등 나머지 쟁점에 대해서도 사측은 원안대로 수용을, 노조측은 수용 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조기 협상타결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극적 타결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706명 정리해고 시한까지 불과 2주일 남은 데다 당장 정리해고자 개별통보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고, 노조측은 최악의 경우 무기한 총파업과 옥쇄파업까지 고려하고 있어 파국을 우려하는 노사 양측이 새로운 양보안으로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는 분석에서다.

“큰 틀에서 사측이 대규모 정리해고를 유보하거나 철회하고, 고소건 등에 대해서도 절충안을 내놓으면 협상은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노조 관계자의 입장도 이같은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 파업 장기화에 따른 지역경제 타격과 노사 양측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곱잖은 시선도 금호타이어 노사간 힘겨루기로 치부하기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역 정치권과 노동계 일각에서 일고 있는 중재 움직임도 노사화합 무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노사 모두 내놓을 수 있는 일방적 카드는 모두 나온 만큼 이제 남은 것은 ‘상생의 카드’ 아닌가 싶다”며 “제2의 쌍용차 사태로 번지는 것은 노사양측은 물론 가뜩이나 힘겨운 지역 경제에도 무거운 짐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