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세계 축제 올림픽… 한국, 화합하는 자세 보여야
[기자수첩] 세계 축제 올림픽… 한국, 화합하는 자세 보여야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1.08.0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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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이 7부 능선을 향해 가며 메달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으나 한국은 반일감정과 남녀혐오 갈등이 심해지며 올림픽 오점으로 남을 처지가 됐다.

올림픽은 4년에 한 번씩 오는 세계적인 축제다. 정치적 선동, 프로파간다 성격을 갖기도 하나 궁극적으로 스포츠를 통한 화합, 각국 우의 증진으로 평화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일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화 속 끝까지 입장을 관철해 개최를 성사했다. 이에 대한 질타가 있기도 했으나 우여곡절 끝 원칙대로 세계인이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격려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예년보다 외연은 차분하지만 세계인의 축제라는 올림픽 본연의 성질을 유지하며 각국에서 뜨거운 함성이 울려 퍼지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은 여전히 올림픽을 즐기지 못하는듯하다. 시작부터가 석연치 않았다. 대통령은 올림픽 개최 전 개막식에 참석한다는 조건으로 한일정상회담을 원했다가 거절당했다.

냉각된 한일관계 속 사전조율도 없이 내민 이러한 요구는 상대 입장에서 선뜻 이해하기 힘든 행동일 수 있다. 이 때문에 관계 정상화를 빙자해 사실은 반일감정을 부추기는 정치적 목적을 가졌던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또 대한체육회는 현지 한국 선수단 숙소에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말을 인용해 '우리에겐 5000만 국민의 응원과 지지가 있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12척의 배로 왜구를 물리친 것과 같이 올림픽에서도 일본을 이겨달라는 뜻에서다. 자극할 의도가 없었다고 하기엔 너무나 메시지가 명확하다.

올림픽 중에는 언론의 반일감정 조장이 격해졌다. 일본 비상사태선포, 올림픽 기간 확진자 확대, 일본 폭염 사태, 일본 노숙인 방출, 선수들에게 제공되는 도시락과 침대· 세탁기 문제 등을 끊임없이 보도하며 축제에 번번이 재를 뿌렸다. 일본과의 경기는 말할 것도 없다.

우스꽝스러운 건 국민끼리도 시비가 붙었다는 점이다. 남자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금메달을 딴 여자 선수를 금'메갈'리스트라 부르는가 하면 여자들은 남자 선수를 유충이라고 비하했다. 축제가 무르익는 동안 한국은 반일과 젠더갈등으로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고 있던 꼴이다.

이 와중에 방송국은 다른 나라를 조롱하는 듯한 사진과 자막을 남발하는 한편 미숙한 중계 해설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엘리트스포츠 훈련에, 올림픽 대회 준비를 1년 더 했음에도 선수들이 괄목할만한 성과를 못 낸 점도 아쉽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국민은 한국의 발전과 세계 도약을 염원하며 '손에 손잡고' 온전히 하나됐다. 각박해진 사회에 잠시 길을 잃었으나 국민은 분명 그것을 재현할 수 있다.

아직 도쿄올림픽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3년 뒤에는 파리올림픽, 7년 뒤에는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이 열린다. 불필요한 논쟁은 접어두고 화합 속 당당히 세계와 마주하는 한국의 모습이 그려지길 바래본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