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저질비방이자 정치폭력" 분개
김근식 "예의·품격 못 갖춘 대깨문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 씨는 모욕하는 내용의 '쥴리 벽화'를 두고 야권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여권은 여전히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은 29일 "여성가족부 장관은 뭐 하는가, 그 수많은 여성단체는 어디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또 "국가인권위원회는 넷플릭스에서 '킹덤' 말고 '문덤'을 보고 있는가"라고 비꼬기도 했다.
전 전 의원은 "아무리 표현의 자유를 운운해도 한 여성을 이런 식으로 인격 살인을 하는 건 엄연한 범죄이고, 인간으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벽화를 그린 사람의) 어머니가, 누이가, 여동생이 이런 일을 당해도 좋은가" 반문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면 정신병자가 분명하다"고 날을 세웠다.
전 전 의원은 또 "(윤 전 총장 부인) 김 씨는 '쥴리 할 시간도 없다'고 했는데, 대한민국의 '쥴리'들은 절대 영부인이 돼선 안 되는 건가"라며 "술집에서 술 따르는 여성은 옛날 환향녀나 종군위안부처럼 숨을 죽이고 숨어 살아야 하는가"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앞서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건물 외벽에는 윤 전 총장 부인 김 씨를 원색적으로 비방하는 벽화가 등장했다. 가로 15m, 세로 2.5m 크기 벽면에 총 6점의 철판 그림이 연결된 형식이다.
첫 벽화에는 '쥴리의 남자들'이라는 문구와 함께 '2000 아무개 의사, 2005 조 회장, 2006 아무개 평검사, 2006 양 검사, 2007 BM 대표, 2008 김 아나운서, 2009 윤서방 검사'라고 적었다. 두 번째 벽화에는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쥴리'는 좌파 인터넷 방송 '열린공감 TV'가 김 씨 관련 음모론과 함께 퍼뜨린 멸칭이다. 벽화에 나열한 이름도 윤 전 총장을 비방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시중 문건에서 '김 씨 연관 남성'으로 등장하는 이름이다. 이 벽화는 지난달 이 건물에 새로 입주한 '홍길동 중고서점' 대표의 의뢰로 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친문 지지층은 열광을 쏟았다. 온라인에서 일부는 "뱅크시급 예술작품이다, 예술이다, 그린 사람 존경스럽다, 이곳이 성지인가" 등 비아냥거리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은 이를 함구하고 있다.
가장 먼저 입장을 낸 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다. 최 전 원장은 전날 이번 벽화 사건에 대해 "저질 비방이자 정치 폭력이며,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인격 살인"이라며 "정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덧붙여 근대 자유주의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의 '사회 속에서 사는 한 다른 사람과 공존하기 위해 일정한 행동 규칙을 준수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말을 인용하며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행위를 용인해선 안 된다"고 피력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도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을 수 없는 범죄행위"라며 "심각한 명예훼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력 대권 주자 배우자라는 이유로 이렇게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을 해도 되는가"라며 "정치가 희화화되는 만큼 후진적 정치로 질 낮은 정치인이 득세하게 되고, 국가 경쟁력은 떨어지고 결국 국민이 불행해진다"고 쓴소리했다.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 김근식 경남대학교 교수의 경우 "바로 옆 건물에 스피커를 달아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형수 욕설을 계속 틀고, 벽에 여배우 스캔들(외도)을 풍자하는 벽화를 그리면 뭐라고 할까"라며 "야당 지지자는 그따위 추잡하고 더러운 짓은 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김 교수는 "확인되지도 않은 헛소리를 시내 한복판에서 무책임하게 떠벌이는 쥴리 벽화를 보니 미국산 소고기를 악마화했던 광화문 집회가 떠오른다"며 "쥴리 벽화를 내 거는 사람이나, 이에 열광해 성지순례 운운하는 자들이나 최소한의 정치적 예의와 품격마저 갖추지 못한 수준 이하의 대깨문들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